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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물방 미믹 [1]

95화.

땅-! 땅-!

"+2 강화를 성공하셨습니다."

"자, 다음."

"넵! 리벨롬 형님, 저는 4강 도전 해보겠습니다!"

"골드는 충분한가!"

"예! 여깄습니다!"

110금을 받은 뉘우치는 대장간의 주인. 리벨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땅-!

"100금을 소모합니다."

"+4 강화에 성공합니다!"

"운이 좋군. 성공했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리벨롬 형님밖에 없슴다!"

자기 무기에 쪽쪽 뽀뽀를 하며 포탈로 사라지는 사내를 바라보던 리벨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자, 다음."

뉘우치는 대장간.

검은산양의 탈을 쓴 대장간 주인.

리벨롬을 보며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리벨롬이 좀 이상하지 않냐?"

"조금 짧아졌는데?"

"배도 나온 거 같고... 뭐지?"

"엔피시가 바뀔 수도 있는거냐..."

"살 쪘을지도 몰라."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체형이 바뀌었으나 누구 하나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다.

망치든 대장장이 리벨롬의 무서움을 아는 그들에게 쓸데없는 말로 심기를 거슬러봤자 좋을 건 없었기 때문.

게다가 사람이 바뀌었다고해도 강화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바뀌든 말든 상관 없기도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스미스는 새로운 리벨롬으로서 제격이었다.

원래 대장장이이기도 했고, 기프트 또한 직업과 연관이 많았다.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다름아닌 데몬 웨폰.

악마를 소재로 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도 흔치 않다.

스미스의 대단한 능력을 썩게하고 싶지 않아서 어찌할까 고민해보니 관찰자가 묘안을 꾀했다.

대장장이를 뽑자는거였다.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있을겁니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유튜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장일을 하고는 했다.

또는 철물점을 운영하던 사장들도 있으니 대장일을 새롭게 배우고 싶어하는 자들도 많을 거라는 것.

'스미스님의 대장일을 들어보니 90% 수작업으로 이뤄지더라고요. 악마의 소재를 손질하는 거부터, 소재를 철괴로 만들어 다시 무기로 만드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조수들이 많이 필요한 일이죠. 보조적인 일들을 수행해줄 사람이 있다면 보다 많은 무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겁니다.'

관찰자의 생각은 내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것이기에 수락했다.

스미스 또한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했다.

이상하게 나한테 순종적이지만 딱히 나쁜 일은 아니겠지.

계획이 결정되자 일처리는 순식간에 이어졌고 스미스의 거처는 기부도로 정해졌다. 다른 섬도 있었지만...

"카타콤에 있는 대장간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지."

이제는 어둠을 잃은 검은산양의 카타콤을 개조해서 자신의 대장간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전, 진짜 리벨롬이 갇혀서 무기만 만들던 곳이었다.

시설도 그렇고, 환경도 썩 좋은 곳은 아니라 만류했지만 스미스가 그곳이 좋다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김에 카타콤을 개조해서 쓸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했다.

공사 인력은 그렘린 두마리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캭?]

[킥?]

기부도의 그렘린들도 한동안 내버려뒀더니 악과를 훔쳐먹고 꽤 강해져 있었다. 원래도 그렘린이란 종 자체가 육체 스펙은 강했던 터라 공사 인부로는 아주 제격이었다.

"자, 이제 열그릇 남았어요!! 불별도의 특제 옥수수 고기 스튜! 단돈 200금에 한그릇 씩 팔고 있어요!"

"오우, 주인장! 나도 한 그릇!"

"감사합니다!"

레아는 대장간 옆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스튜를 팔고 있었다.

특제 스튜는 단 열그릇.

저기에는 +5 합성되어 있는 악과가 들어가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한창 더 열을 내면서 레아의 스튜를 들이키고 있었다.

"우, 우욱...!"

"토하면 안돼! 200금 짜리라고!"

"주인장 앞에서 토하면 너 찍혀서 다신 너한테 안팔걸? 저번에 아르키인가 뭔가 하는놈이 눈앞에서 뿜었다가 찍혀서 절대 안 팔잖아."

"거기에 팔도 부러졌지."

조용히 수군거리는걸 보니 아직도 맛은 없는 모양이었다.

나도 한 그릇 먹어보려다 참았다.

"냄새는 꽤 괜찮았는데..."

레아의 스튜는 복불복이라서 맛있을 때는 정말 맛있지만, 차라리 독을 먹는 게 나을 때가 있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오늘 여기사 스튜 개마싯슴]

-본인, 46위 타이거링인데 오늘 점심 먹고 왔는데 개마싯다. 아마 저녁도 존나 맛잇을듯? 우리 사장님 손 크셔서 점심재료도 저녁까지 이어지는 거 알제? 저녁꺼 꼭 먹어라 ㄹㅇ 안 먹으면 후회한다.

┗ㅇㅇ:진짜 나쁜놈이네ㅋㅋㅋ

┗ㅇㅇ:이새끼가 제일 악질임 ㅋㅋ

┗ㅇㅇ:랭커가 이래도 됌? 나 아까 점심 먹고 왔는데 무슨 씨발 옥수수까지는 그렇다치는 염병할 고추는 왜 그렇게 처 넣어서 매워 디질뻔 함.

┗불창:여기사님의 매콤한 맛... 중독될 거 같아항!

레아의 음식솜씨는 여전한 듯 했다.

언젠가는 한번 물어본 적 있었는데.

'이건 몸에 좋대요. 제가 요리책에서 잃었는데 피를 맑게 해주고 독소를 제거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요리의 절반을 차지할정도로 넣는 건 심했다고 지적해주려다가 말았다.

언젠가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오겠지.

나름의 철학이 있는 거 같은데 괜히 지적해서 좋을 게 없었다.

시끌벅적한 뉘우치는 대장간을 빠져나와 불별도의 소파에 누웠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34군단장.

푸르푸르 토벌까지 앞으로 2주.

2주 동안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조심스럽게 생각해봤다.

관찰자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북한으로 진격할 네피림들의 숫자는 제법 채워졌다.

의무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보상을 대대적으로 알렸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자들이 참가했다.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가.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건 몰라도 모자라지지 않으려는 성질이 강해서인지 많은 인원이 참가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관찰자와 협회가 확인한 인원이 23만명 정도라고하니 생각보다 많다.

참가하지 못하면 레벨 상승의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꽤 많은 인원이다.

관찰자의 말대로라면 4주 뒤까지 40만명 정도고 참가하지 않을까라 예상하고 있다.

솔직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나도 생각하고 있다.

북한에 도사리는 대부분의 악마들과 34군단의 숫자가 많다해도, 결국에 우리가 처치해야할 건 푸르푸르다.

34군단장. 대악마 푸르푸르.

'번개내성이 있어야 하지 않으려나.'

푸르푸르의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는 나는 안다.

푸르푸르는 번개와 폭풍의 악마.

그것들을 권능으로 다루는 녀석일테니 당연히 번개와 바람에 대한 내성이 있으면 있을 수록 좋다.

"내성을 가지고 있는 열매들은 고레벨 악마들이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

독내성은 서펜트.

화염내성은 와이번이었다.

당연히 푸리린이 번개 내성을 주지 않을까 했으나 아니었다.

이전까지야 명중과 직감을 올려주는 푸리린 열매의 효능의 가치를 꽤 높이 보게 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군단장 푸르푸르와의 싸움이 다가오게되니 아무래도 모종의 불안감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한테 내 전용 창을 만들어달라고는 했지만... 그걸론 부족해."

바다에 남아도는 서펜트의 부산물로 창을 몇자루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는 당연히 승락했고 서펜트를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잡아다 줄 것을 요구했다.

바다에 있는 게 서펜트여서 한바탕 지지고 볶아서 부산물을 던져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내 무기 뿐만 아니라 다른 랭커들 무기도 동시에 만들고 있는 터라 스미스의 몸이 열두개라도 부족한 타이밍이지만 그건 관찰자와 협회 사람들이 알아서 해줄 일이었다.

내가 신경쓸 건 그 외의 것.

나 스스로를 강하게 해줄 것들이다.

"나도 검을 좀 써볼까."

공간이 넓은 곳에서야 투창을 하든 마법을 쓰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다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히든던전은 대개 공간이 협소한 공굴인 경우가 많은데, 그곳에서는 창을 쓰기가 꽤 까다롭다.

물론 그렇다고 이제껏 잡아보지 않았던 검을 쓰는 거 자체가 전투력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는 했다.

"용장이 발휘됩니다."

"독내성이 0.32% 상승합니다."

독내성은 벌써 9%를 넘어 10%를 넘보고 있다.

목표는 30%까지이니 꾸준하게 먹다보면 곧 도달할거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군단장을 대비해서 더 강한 힘을, 더 다양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해봐도 되려나."

난 인벤토리에서 보물지도를 꺼냈다. 뭔 이상한 악마 숭배자 놈을 죽이고 보상으로 얻은 녀석이었다.

네피림도 타락해서 악마 숭배자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놈 좀 잡았다고 이런걸 줄지도 몰랐다.

다만 이거.

'저로서도 딱히 나오는 게 없습니다.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관찰자도 따로 숨겨진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 이것.

보물지도.

노란빛이 감도는 오래된 종이.

붉은 끈으로 돌돌 말려 있는 종이는 마치 중세 시대의 지도처럼 보였다.

"가까이에 있는 보물을 얻게 해준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불별도에서 펼쳐봐도 큰 문제는 없겠지.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어디서 펼쳐도 그닥 문제될 건 없겠지.

애초에 긴급 퀘스트 보상이었고 악마 숭배자 놈도 딱히 위험할 거 없는 가벼운 놈이었다.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게 좋을거다.

관찰자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는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네피림들이나 통용되는 말.

그들에게 위험한 것이 나까지 포함한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물지도를 개방합니다."

"보물지도가 당신을 보물방으로 안내 합니다."

"이름없는 보물방이 열립니다."

촤악.

"보물지도라더니 지도가 아니고 포탈 스크롤이었네."

평범한 포탈은 아니었다.

웬만한 포탈들이 전부 푸른빛인데 반해, 이녀석은 황금으로 빛나는 포탈이었으니까.

황금포탈.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느낌의 포탈에 난 곧장 레아와 관찰자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헉! 화성님 이건 뭐에요?"

"지금부터 들어가 볼 곳."

뭐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함이 옳지 않겠는가.

레아와 나라면 무력은 충분하고, 관찰자라면 함정이나 숨겨져 있는 벽도 모조리 꿰뚫어 본다.

이보다 확실한 파티는 없다.

"간다."

"넵!"

"가시죠."

앞장서서 포탈로 들어가자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풍경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내.

"오.....!"

"우와! 저거 봐요!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어요!"

커다란 보물 상자가 산처럼 쌓여져 있는 곳이었다.

각양각색.

툭치면 쓰러질 상자부터, 금와 은.

또는 강철이나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것들까지 굉장히 다양한 보물 상자들이 동굴에 쌓여 있었다.

반색하는 레아와 달리.

나와 관찰자는 긴장했다.

"왜 그러세요?"

"관찰자."

"예, 생각하시는 그 놈이 맞습니다."

동굴에 쌓여져 있는 수많은 상자들.

그것들 대부분은 살아 움직이는.

"미믹입니다."

건들이기만해도 발작적으로 사람을 잡아 먹는 악마.

미믹이었다.

보물방 미믹 [2]

96화.

산처럼 높에 쌓여져 있는 보물상자.

대부분이 미믹으로 보였지만.

"아닌 것도 있군요. 전부 미믹은 아닙니다. 다만..."

"숫자가 많네."

"예. 그리고 뭔가 건들이면 안 될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헉, 그런거에요?"

난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나를 건들면 깔려 있는 놈이나 깔아 뭉개고 있는 놈이나 전부 깨어나서 덮칠 거 같은 느낌이다.

"상자 안에 있는 거까지 확인할 수 있나?"

"아니요. 거기까지는..."

"그래? 그럼 조금 더 둘러보자.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넵!"

우선적으로 보물상자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녀석. 황금 베이스에 붉은 보석과 다이아로 테까지 둘러져 있는 아주 화려한 상자다.

척, 봐도 세상에서 다시 없을 보물이 들어있을 거 같은 녀석이지만 뭔가 느낌이 별로였다.

'확실하게 저건 아니야.'

이번에 얻은 직감 때문일까.

묘하게 부정적 확신이 들었다.

솔직히 척 봐도 함정이라 느껴질 정도로 의심스럽기도 하다. 차라리 밑바닥에 깔려 있는 낡은 상자들을 살펴보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숨겨져 있는 다른 건 없나.'

난 상자들보다는 주변의 지형이나 벽을 살펴보기로 했다.

보물상자들은 관찰자나 레아가 확인해볼거다.

감지 스킬이 있는 레아나 관찰 스킬이 있는 관찰자한테 맡기면 될 일이니 나보단 그들이 적임자다.

보물방은 따로 길이 나 있지 않은 밀실의 공간. 혹시 모를 숨겨진 방이나 길목이 나올지도 모른다.

대개 게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높은 확률로 번쩍이는 것은 함정이라는 게이머적 상식 때문이었다.

'뭐 혹시 모르는거니까.'

발견하면 좋고, 아니어도 관찰자나 레아가 뭔가를 발견해줄거라는 적당한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위험한 돌들이 있지."

꽤 날카로운 돌들이 주변에 돋아나 있었다.

넘어져서 엉덩방아라도 찍으면 바람 구멍이 숭숭 날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 돌들이었다. 이상하다싶은 기분과 함께, 묘하게 이음새가 생겨나 있는 곳을 창으로 툭툭 찔렀다.

부수면 부숴질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조금 더 찔러볼까 하던 찰나 관찰자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 대충 알겠습니다."

"뭔가 알아냈어?"

"미믹이든 일반 상자든 여기 있는 모든 상자들은 한번 손대면 포탈이 활성화되는 거 같습니다."

"포탈? 다른곳이 열린다는건가?"

굳이 다른 곳으로? 여기 있는 것들 전부가? 조금 이상하다.

"본래 있던 곳으로 송환 조취 되는 거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보물상자에 손대고 물건을 확인하는 순간 귀환되는 시스템인 거 같아요. 제 기프트로는 그렇게 확인이 됩니다."

"그래? 그렇군."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믹도 많지만 미믹이 아닌 것들도 꽤 섞여 있다고 했다.

여기 있는 상자들 전부를 가진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되기도 했고.

"한가지만 고를 수 있다는 뜻이군."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찰자의 기프트로도 안의 내용물은 볼 수 없다.

미믹인지 아닌지는 레아의 감지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제가 일단 하나 골라보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래. 나쁠 거 없지."

어쨌든간에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은 결국 운.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

"전 미믹이 아닌 걸로 뽑아 보겠습니다. 이걸로. 레아님, 한번 확인해주시겠습니까?"

"네."

관찰자가 택한 건 나무 상자.

하지만 맨 꼭대기에 있던 다이아 상자 바로 아래 깔려 있던 녀석이다.

다이아 밑에는 황금이나 보석으로 치장된 녀석들이 꽤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이녀석만 볼품 없었다.

척 보기에는 꽝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안이 어떨지는 모를 일이었다.

"미믹은 아니네요. 기척이 있지도 않고, 생명 반응도 없어요."

"그럼... 열어보겠습니다."

레아는 검을 무장했고, 나 또한 적창을 쥐었다.

아무리 안전 점검을 했다고해도 뭐가 튀어나올지는 모를 일.

생명 반응이 없는거지 다른 함정이 날아올지도 모르는거니까.

철컥.

단단히 걸려 있던 고리를 푼 관찰자가 상자를 열었다.

금은보화라도 있나 싶었으나 안에 있는 건 유리로 만들어진 약병 하나.

엘릭서와 닮은 유리병이었다.

"뭐야? 엘릭서?"

"네, 엘릭서네요."

"무슨 엘릭서인데요? 근력? 마나?"

레아의 물음에 관찰자가 잠시 엘릭서를 바라보더니 입을 쩍 벌리고 놀랐다.

"뭐야,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내가 묻자 관찰자가 얼떨떨한 얼굴로 내게 엘릭서를 건넸다.

『악마의 눈물』 (Epic)

-악마의 고혈을 쥐어짜낸 눈물.

복욕시 임의의 스킬을 강화한다.

〈랜덤 스킬 +1〉

"!!"

"헉!!"

스킬 강화!!

"대박. 관찰자는 역시 뽑기의 신이었나?"

"대단해요!"

"아, 아닙니다. 이렇게 대단한 게 나올거라고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관찰자도 흥분했는지 평소보다 목소리 톤이 두톤이나 올라가 있었다.

악마의 눈물.

이전에 내가 얻었던 신의 눈물과 비교하자면 손색이 있기는 하다.

신의 눈물은 스킬 포인트를 줬지만 악마의 눈물은 랜덤한 스킬을 제멋대로 강화해주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쓰기에 따라서는 신의 눈물보다 이녀석이 더 좋을지 몰랐다.

'나 같은 경우는...'

가진 스킬이 많은 사람이니까.

여기서 스킬을 더 얻는 것보다는 가진 걸 확실하게 강화하는 게 낫다.

물론.

'이건 관찰자가 뽑은거니까.'

양보하는 게 맞다.

확실히 탐나는 녀석이지만 안 그래도 일 잘해주는 관찰자의 의욕을 꺾어서 좋을 게 없겠지.

"아닙니다. 이건 반드시! 협회장님이 가지셔야 합니다."

"아니, 괜찮아.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니까."

"아니요. 저보다는 협회장님이 강해지는 게 나라를 위해서도 저희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아니... 그런가?"

"예. 제 스킬들은 형편없어서 더 강화된다고 해봤자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내 스킬은 다르다.

이 말이었다.

"어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보다는 협회장님의 스킬이 강화되는 게 효율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전적으로 협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저와는 인연이 없는 장소였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내 마음도 흔들린다. 솔직히 가지고 싶은 아이템이기는 했으니까.

"그, 그런가아...?"

역시 악마의 눈물.

악마의 꾀임처럼 자꾸만 악마의 눈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걱정 마시고 취하시면 됩니다. 애초에 협회장님이 강해지셔야 저도 밑에서 더 강해지지 않겠습니까. 전 악과와 부수적인 수입으로도 지금 전과 비할 바 없이 강해지고 있으니까요."

"으음...."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강요하는 것도 미덕은 아니겠지.

"크흠, 그럼 뭐...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에헴."

괜히 머쓱해서 헛기침이 나온다.

그런데 자꾸 입꼬리는 올라가려하니 이거 표정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제가 일본인들에게 잡혀 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절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때의 은혜를 조금 갚는 셈 치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나. 크흠,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봤다.

인성이 된 사람이라면 역시 받은 은혜는 잊지 않고 갚는 게 도리지.

아암.

"애초에 랜덤한 스킬 강화이니, 쓸모 없는 게 강화될지도 모르죠. 부담 없이 드셔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어차피 운이 달린 일이니까요."

"그럴까. 흐음."

뽕!

마개를 따니 악마의 눈물이라는 검은 액체에서 달달한 향이 그윽하다.

악마의 눈물이라니 뭔가 조금 찝찝하기는 하지만 강해지려면 어쩔 수 없다.

단숨에 들이키려는 찰나.

"악마면 이것도 씨앗으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레아의 물음에 우뚝 멈췄다.

"그래도 이건 물약인데... 안되겠죠. 설마 되겠습니까. 만약 된다면 너무 밸런스 파괴인데..."

"시도해서 나쁠 건 없지."

안되도 상관없고, 되면 좋고.

뭐 설마하니, 되지는 않겠지만.

"데몬시드."

그때였다.

콰장창! 화아아악!!

엘릭서 병이 단숨에 깨졌다.

내용물은 단숨에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 사방으로 요동치며 빛에 휘감겼는데 마치 도망가려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데몬시드의 빛이 악마를 가두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빨려들어가 씨앗으로 변했다.

"악마의 눈물을 성공적으로 데몬시드로 만드셨습니다."

"1000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세상에나..."

"이게, 되네요?"

이게 됐다.

[악마의 눈물 씨앗]

-열매 수확까지 666일

666일이라는 굉장히 긴 기간을 가지고 있지만 제물 성장이라면 대폭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어마어마한 효력을 지닌 씨앗을 얻어버린 격!

"악마의 눈물을... 심으면 이제 뭐가 나오는거에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레아의 말에 난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스킬이 강화되겠죠!"

대신 관찰자가 흥분해 소리쳤다.

"스킬을 강화시킬 힘을 씨앗으로 만들었으니 열매로 만든다면 당연히..."

"악마의 잠재력을 열매로 맺히게 하는 게 데몬시드의 능력이다. 마냥 형편 좋게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야."

부정하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만약 악마의 눈물을 심어서 나온 열매가 스킬을 강화시켜준다면...

'대박.'

그야말로 대박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수확되는 열매들을 먹어 스킬들을 강화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이거보다 더한 이득은 또 없다.

'아마도 또 0.001이 오르니 뭐니 하겠지만 상관없다. 결국 오를 건 오르는 법이니까.'

악마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설마 했는데 이게 될 줄이야.

"잘했어!"

레아를 꽉 껴안았다.

일이 어찌됐든 악마의 눈물을 데몬시드로 만들었으니 스킬 강화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흔치 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은 다분하니까.

"자칫 했으면 그냥 먹을 뻔 했어. 네가 아니었다면 씨앗으로 만들 생각도 못했을 거야."

"아, 아니요. 저는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레아가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하던 찰나.

관찰자의 몸에서 돌연 빛이 났다.

"아, 이제 시간이 됐나봅니다."

"불별도로 가는거지?"

"그렇겠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직 상자는 두번이나 더 고를 기회가 남았으니까요. 지금보다 더한 득템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래,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깜짝 놀랄 것들 가져갈테니까."

"기다리겠습니다."

슥.

사라지는 관찰자와 동시에.

난 품에 있는 레아를 놓아줬다.

"레아는 뭘 고를거야?"

"저는 저놈이요."

레아는 맨 꼭대기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휘황찬란한 녀석을 골랐다. 한눈에 봐도 미믹인 녀석.

"관찰자씨랑 대화했는데, 미믹을 한번 골라보는 것도 좋다고 하셨거든요. 미믹이 어떤 보물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요."

"하긴, 그것도 그렇지."

타당한 의견이다.

관찰자 본인은 나무 상자를 고르고, 레아는 가장 화려한 상자를 골랐다.

그것도 미믹을.

이건 날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에 선택할 내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가장 뛰어난 상자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싸워보고 싶기도 하고요."

두 자루의 검을 쥐었다.

하나는 미카엘의 검.

또 하나는 청주 다녀온 선물로 건넨 가고일의 검으로 다이아 상자를 찌른 즉시.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생각대로 미믹이 덮쳐왔다.

보물방 미믹 [3]

97화.

깨어난 미믹.

일명 다이아 미믹은 촉수같은 혓바닥과 날카로운 상자 부근의 이빨로 레아를 공격했다.

나름대로 날카롭고 예리한 이빨은 한번 물리는 순간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보물지도라고 해놓고 미믹 밭에 내던지는 건 또 무슨 짓인가 싶긴 했지만 한번의 이득을 보고나자 그 다음에 얻을 보상도 기대가 된다.

쿵!! 채앵-!!

미카엘의 검과 가고일 검.

그 둘을 사용하는 레아의 검술에 부족함은 없었다.

공주로서 배운 검술과 실전으로 다져진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악마의 열매로 축적된 신체능력은 다이아 미믹의 그것을 능가했다.

게다가.

콰앙-!!

레아의 스킬.

타이탄의 스킬이 발동하면 저 신체능력은 단숨에 두배로 증가.

'일부러 다쳤네.'

조금씩 얕은 상처들을 내준다 했더니 타이탄의 스킬을 발동시키기 위해 일부러 다치고 흡혈한다.

발동된 타이탄 이후에는 일부러 맞으며 싸워도 피의 축복이나 흡혈로 자체 힐을 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도 없었다.

"나쁘지 않네. 검."

요즘들어 검에 자꾸 눈이 간다.

원거리나 일대일에서는 당연히 리치가 긴 창이 좋다.

하지만 협소하고 난전이 예상되는 전장에서 창은 한계가 있다.

시원하게 싸우지 못하고 항상 거리를 재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이는 무기 자체의 한계였다.

뛰어난 자라면 물론 창 한자루로 모든 전장을 휩쓸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렇게 재능이 뛰어난 자가 아니다.

'창술이야 익히긴 했지만...'

굳이 창 하나에 구속될 이유가 없는 게 또 나다.

카이삭스의 창술에 매료된 적이 있기는 하다만 그는 그고 나는 나다.

지형적 단점이나 난전이 예상되는 전장에서 굳이 창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난전에서 쌍검은 좋지."

일대일 전투가 아닌 난전에서는 당연히 두손으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쌍검이 효과적이다.

물론 신체능력이 받쳐줘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게 과연 나한테까지 적용되는 단점인가 싶으면 절로 고개가 기울어진다.

'나, 근력 오십.'

50에 육박하는 근력 수치.

나 혼자 웬만한 네피림 스무명과 줄다리기를 해도 이기리라 장담할 수 있다.

나름대로 괴물같은 근력이다 이거다.

그런데 쌍검의 최대 단점인 근력에 영향을 받겠는가?

아니다.

'뭐 굳이 쌍검을 할 필요도 없다고 보기는 하지만.'

내가 익힌 스킬이면 굳이 난전에 뛰어들어 근접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는 하다. 스킬 몇번쓰면 다 쓸어버리는 광범위한 마법들이 있는데 뭣하러 굳이 쌍검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까.

나름 낭만이 있기는 하다.

검 두자루만 들고 전장을 휩쓰는 영웅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남자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전장은 지독하게도 효율성과 직결되어 있는 곳.

신체능력이 아무리 높아도 죽을 곳을 맞으면 죽는다. 피부가 질겨도, 뼈가 튼튼해도 눈까지 튼튼하진 않다.

각종 급소에 직격당하면 별거 아닌 공격이라도 몸을 움츠려뜨리기 마련이고 전장에서 그러한 빈틈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래도 이런 동굴 같은 곳이라면 써볼 법 하지.'

공간이 좁은 던전.

갑자기 튀어나온 많은 악마들을 상대로라면 쌍검이 꽤 유효하다.

거기서도 마법을 써댔다가는 공간이 무너지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검... 만들어볼까.'

타이밍 좋게도 나한테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도 있다.

서펜트의 소재를 맡겨놨고 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적당한 악마를 잡아 검을 만들어달라 해도 그는 흔쾌히 만들어주겠지.

내가 검에 관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어느새 레아가 전투를 마쳤다.

쿠웅-!!

촉수 같은 여러갈래의 혓바닥은 이미 모조리 베어 있었고, 놈의 몸체인 상자는 난도질되어 있었다.

"후우, 후욱! 화성님! 이거 보세요!"

자연히 상처가 회복되는 중인 레아가 밝은 얼굴로 상자 안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었다.

"고생했어."

"안에 보물이 있어요!"

"오..."

레아의 말대로다.

보물이 있다.

기본적으로 금화와 보석이 한가득.

그 틈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었는데 꽤 다양했다.

"이건 스킬북이에요! 아! 이건 어떤 광석 같은데요?"

「미확인 스킬북」

-어떠한 봉인으로 안을 살펴볼 수가 없다.

「미확인 광석」

-어떠한 봉인으로 본래의 빛을 잃은 광석이다.

미확인 아이템들.

냄새가 났다. 득템의 냄새가!

"금화는 3만 금 정도네요. 보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보석은 일단 레아가 들고 있어."

미믹 안의 보물을 모조리 꺼내지 않는 이상은 레아도 송환조치 되지 않는 시스템인 듯 했다.

그렇다면 썩 괜찮다.

난 곧장 감정스크롤을 꺼냈다.

"감정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미확인 스킬북의 숨겨진 이름이 드러납니다!"

"실패합니다!"

"오?"

"실패했어요!?"

실패했지만 레아와 나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감정 스크롤이 실패했다는 이유는 스킬북의 성능이 그만큼 좋다는 것!

곧장 다시 꺼내 사용하자.

"감정에 실패합니다!"

"감정에 실패합니다!"

"감정에 성공합니다!!"

"숨겨진 이름이 드러납니다!"

세번만의 성공!

스킬북의 이름이 드러났다.

『프로스트 노바』 (uniqe)

-바리알의 냉혹한 한기를 퍼뜨려 주변의 적을 모조리 얼어 붙게 만든다.

관련 속성 마법 보유 수에 따라 노바의 범위와 냉기 피해 증가.

노바 증가 범위 5m

냉기 피해 10%

"프로스트 노바!!"

예전에 소모성 아이템으로 한번 사용했던 프로스트 노바였다.

냉기 속성의 고위 마법!

그 파괴력은 이미 불타는 그렘린 성채에서도 한번 맛본 적 있다.

블리자드를 이미 익힌 내게 있어서도 꼭 필요한 스킬북이었다.

"화성님한테 어울리는거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내가 가져도 될까?"

"그럼요! 보물방은 화성님이 얻으신거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것도 받았는걸요! 저는 따로 드릴 수 있는 게 없었는데 다행이에요."

가고일 검을 받은 걸로 빚이었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냥 어쩌다 주운 걸 줬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시 한번 레아의 마음씨에 깊이 감사한다.

"이번만큼은 욕심낼게 고마워."

"넵!"

프로스트 노바.

꼭 배우고 싶었다.

게다가 블리자드를 익힌 상태인 나한테도 좋다. 블리자드도 그렇고 프로스트노바도 그렇고 이 둘은 같은 속성 마법으로 함께 익히고 있어야 더 강해지는 것들이니까.

"프로스트 노바를 배웠습니다."

"고위 마법을 배우며 마법의 진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프로스트 노바』 (uniqe)

-바리알의 냉혹한 한기를 퍼뜨려 주변의 적을 모조리 얼어 붙게 만든다.

관련 속성 마법 보유 수에 따라 노바의 범위와 냉기 피해 증가.

노바 증가 범위 5m

냉기 피해 증가 10%

「관련 마법 보유 3」

「노바 증가 범위 15m」

「냉기 피해 증가 30%」

스킬북으로 얻어낸 지식으로 프로스트 노바의 기본 범위는 5미터.

하지만 내가 보유한 마법으로 20미터로 변했고 피해 증가도 30퍼센트나 상승했다.

'좋아.'

워터볼과 레인스톰. 그리고 블리자드를 배워놓은 탓이었다.

물 속성 마법도 함께일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강력한 마법을 얻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프로스트 노바를 쓴다면 회심의 일격이 되겠지.

좋은 마법을 얻었다.

이것만으로도 보물방으로 온 보람이 차고도 넘쳤다.

"그럼 이것도 해볼까."

"넵!"

스킬은 대충 확인했으니 미확인 광석의 진명을 밝혀낼 차례였다.

"숨겨진 이름이 드러납니다!"

아쉽게도 미확인 광석은 감정 스크롤 하나만에 이름이 나타났다.

『미스릴』 (Epic)

-오랜 세월 대지의 마나를 흡수해버려 변질된 아주 희귀한 광석.

"미스릴?"

"헉!! 미스릴이요? 이게요?"

"어... 그렇다는데."

미스릴.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금속.

기본적으로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희귀한 금속으로 기본적으로 강철보다 단단하고 마법 저항률이 굉장히 높은 금속이라는 설정이 지배적이다.

한데 그런 금속이 실제로 나타날 줄이야.

'하긴, 악마도 있고 마법도 있는데 미스릴이라고 없을 이유는 없지.'

"뭔가 알고있어?"

"제가 살던 곳에서 미스릴은 정말 대단히 귀한 금속이었어요. 미스릴 검은 드래곤의 비늘도 뚫을 수 있고, 갑옷은 용의 화염조차 막아낸다는... 전설적인 금속이에요!"

그렇게 말하니 정말 대단해보인다.

자그마치 에픽 등급이 찍힌 금속.

그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게 흠이지만 스미스한테 가져다주면 어떻게든 쓸만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단검 정도는 만들 수 있을 크기이고, 아니면 내가 쓰는 장비를 강화해도 좋아 보였다.

"앗! 화성님!"

"아, 응. 고생했어."

레아의 몸이 빛난다.

보물을 전부 확인했더니 자동적으로 송환되는 모양이었다.

"기다릴게요! 몸 조심하시고요! 또, 또... 앗!"

제대로 말을 마치지 못한 상태로 레아가 사라졌다.

미스릴에 관한 걸 고민하다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미믹을 살폈다.

"미믹 시체도 씨앗으로 만들 수 있으려나."

악마니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녀석으로 검이든 뭐든 만들어볼까 했지만 그만 뒀다.

다이아와 보석으로 치장된 녀석의 소재로 검을 만들어도 그리 쓸모 있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데몬시드."

"보석을 사랑한 미믹을 성공적으로 데몬시드로 만들었습니다."

"10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보석을 사랑한 미믹의 씨앗」

-다음 수확까지 100일.

100일 정도면 준수한 정도의 능력치를 열매로 주지 않을까 싶다.

"자 그럼..."

이제는 내 선택만이 남았다.

낡은 상자를 선택한 관찰자.

가장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상자를 선택한 레아.

일반적으로 이제 남은 건 맨 밑에 있는 상자들을 노려보는거지만...

"시험해볼 게 있긴하지."

딱히 숨기려 했던 건 아니다.

내 생각을 알게되면 레아가 반대할거라고 예상하고 입 열지 않았는데.

"이 동굴, 너무 뻔하게 어색하잖아."

내가 게임에 능했던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어린시절 게임에 딥하게 빠졌던 사람은 아니다만 이 동굴은 자연적으로 생겼다고 보기엔 수상하다.

"돌기둥들이 일정하게 있고..."

뾰족한 돌기둥들이 일정하다.

곳곳에 묘하게 반짝이는 것들로 인해 동굴이 어둡지 않다.

그것만으로 수상하다고 보기엔 쉽지 않다. 본래 만들어진 동굴이라고 볼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뻔하단 말이지."

난 동굴의 벽.

정확하게는 이음새를 보았다.

한번 이음새를 찔렀을 때.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아마도 이곳.

이름없는 보물방이라는 곳은.

"거대한 미믹의 입 안이다."

난 곧장 창을 찔러 넣었다.

태앵-!

불티가 휘날렸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한 힘으로 찔러 넣자.

퍼억!!

돌같은 놈의 입안에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비명이 들려왔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

쿠르르르!!

그와 동시에 바닥이 출렁인다.

미믹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 와중에 깨어난 미믹이 날 향해 달려든다.

"위험!"

"이름 없는 보물방의 주인을 깨웠습니다."

"이름 없는 보물방의 진명이 슬그머니 당신에게 드러납니다."

"미믹의 왕 파르바"

미믹의 왕, 파르바.

수식언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명백한 챔피언 데몬이었다.

생각한대로 돌아가자 상황은 급박해졌지만 썩 나쁘지 않다.

와그작!

이틈에 날 깨무려는 미믹들이 달려들었지만 소용없다.

미믹들의 레벨은 관찰자가 언질한대로 5레벨 수준.

내게 위협될 정도는 아니다.

"카탈린의 벼락."

꽈광!!

굳이 손 쓰지 않아도 카탈린의 벼락과 감전이면 충분했다.

미믹들은 몸 자체가 금속인 경우가 많았다. 나무로 만들어졌다해도 그들의 철제나 경첩이 존재한다.

번개 속석의 공격은 금속의 전도율이 높은 바.

별거 안해도 5레벨을 앞두고 있는 내 카탈린의 감전과 벼락이라면 금세 터져 죽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카탈린의 뇌격을 사용합니다."

뇌격이라면 이곳의 미믹들에게.

그리고 미믹의 왕 파르바에게도 기분 좋은 인사가 되겠지.

꽈과과과과광!!

-끼에에에에엑!!

"강철을 사랑한 미믹을 쓰러뜨렸습니다!"

"2900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290 금화를 획득합니다!"

"금화를 사랑한 미믹을 쓰러뜨렸습니다!"

"3560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580 금화를 획득합니다!"

"속옷을 사랑한 미믹을 쓰러뜨렸습니다!"

"1919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9 금화를 획득합니다!"

붉은 벼락 잔치가 벌어졌다.

사방에 내려치는 붉은 벼락들이 일대를 두드리며 감전시킨다.

놈들의 번개 내성은 그리 높지 않은지 내가 쓰는 감전과 뇌격에 미믹들이 터져나가며 사방에 금화와 보물의 비가 뿌려졌다.

그야말로 보물 비!

물론 내 벼락들이 금화를 녹이고 보물을 모조리 박살내고는 있었지만 크게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저런 것 하나하나에 욕심을 내서 되겠는가!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곳의 숨겨져 있는 미믹.

미믹의 왕 파르바였다.

그때였다.

"히든 던전이 적용됩니다!"

"미믹의 왕 파르바가 긴 잠에서 깨어나 공복을 참지 못합니다!"

부서졌던 벽.

그것이 그대로 통째로 열렸다.

미믹의 왕 파르바. 놈의 목구멍이 열린 것이다.

후드드득!!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을 목구멍으로 떨어져 내리는 미믹들과 보물상자들과 함께 잠시 고민했다.

플라이를 쓴다면 쓸려나가지 않겠으나 시스템은 말했다.

'히든 던전...'

고민했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곧장 미믹들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히든 던전"

"'미믹의 왕 파르바 입안'으로 입장합니다."

미믹의 뱃속 [1]

98화.

"히든 던전"

"'미믹의 왕 파르바 뱃속'으로 입장합니다."

탓.

미믹들과 함께 떨어지던 것도 잠시.

"신기하네."

꽤 긴장하며 들어왔다.

아무래도 미믹의 뱃속이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이곳은...

"아저씨! 외지인이에요? 은화 한닢이면 제가 완전 제대로 에스코트 가능한데 어때요!"

꽤 평화로워보이는 도시였다.

건물의 양식이나 의복을 보노라면 중세시대의 도시치고는 거리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조각상들도 많이 보이는 조형에 힘을 많이 쓴게 보였다.

"여, 벨로나. 오늘도 영업중이냐?"

"펠트는 관심꺼요. 영업방해라고!"

"크큭, 형씨. 괜히 바가지 쓰지 말고 나랑 가지! 차림을 보아하니 나랑 같은 용병 같은데. 파르바의 용병소는 '바람타는 라스'밖에 없다고?"

"펠트!! 내가 안내해주려고 했는데 왜 이러는거야! 그리고 바가지도 아니야! 은화 한닢이면 싼편인걸!"

티격태격하는 대화들을 가만히 듣다보니 호기심이 일어난다.

'이 사람들은 진짜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 무언가인가.

아니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정보는 부족하고 난 지금 파악할 수 있는 게 전무하니 우선 이곳을 둘러보는 게 좋다.

"여기."

은화는 없어서 금화 한닢을 주니 벨로나라는 물론, 옆에서 장난치던 용병 사내 펠트도 화들짝 놀랐다.

"헉! 귀, 귀족이셨나요?"

"아니. 그냥 돈이 좀 많은 아저씨일 뿐이야. 거스름 돈은 필요 없으니 여기... 파르바에 대해 알려주겠니."

"그럼요! 당연하죠!! 천년을 넘게 이어져온 파르바의 수많은 명소들을 모조리 꾀고 있는 저 벨로나가 확실하게 에스코트할게요! 돈많은 손님!!"

활짝 미소지은 벨로나는 앞니 하나가 빠진 어린 소녀였다.

그 모습이 썩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 참았다.

옆에 있던 용병이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형씨! 돈이 많다면 우리 집이 하는 여관으로 오는 건 어때? 금화 한닢이면 한달 숙박비로는 충분하다고! 이 가격에 삼시세끼 전부 챙겨주는 여관은 우리 집밖에 없어!"

"웃기지마요. 펠트네 아줌마 음식은 냄새나는 장어파이가 전부잖아요!"

"장어가 얼마나 맛이 좋은데! 남자들은 없어서 못먹는 그건데 형씨는 알지?"

은근한 얼굴로 말하는 펠트의 모습을 보며 벨로나는 인상을 구겼다.

'장어 파이라... 맛있을 거 같지는 않네.'

"장어 파이가 싫으면 장어 젤리도 있지. 남자는 장어를 먹어야해.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는데 아버지가 매일 장어를 먹어서 내 동생들이 여섯이나 있다고 자주 그러셨지."

장어가 남성의 정력 증진에 좋은 음식인건 틀림없긴하다.

그래도 굳이 나한테는 필요 없는 부분이라 관심 가지지 않았는데 펠트가 은근한 어조로 속닥거렸다.

"어머니 장어 파이에는 특제 소스가 있어서 다른 장어 요리와는 달라. 한번만 먹어도 밤에 잠을... 알지?"

"펠트 저질..."

"꼬맹이는 빠져! 어른들 얘기라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금화 한닢이면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펠트에게 금화 한닢을 건네니 그의 입이 찢어지게 함박 웃음을 지었다.

"금화 한닢! 잘 받았슴다! 숙소부터 보고 가시렵니까?"

"아니, 우선 파르바부터."

"이, 이쪽이에요. 절 따라오시면 되요. 펠트의 여관 길도 저는 다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 호! 아니, 손님 잘 모셔야 한다 벨로나!"

방금 호구라고 하려고 했던 거 같았는데... 착각이겠지.

배웅하는 펠트에게서 벗어나 벨로나의 길 안내를 따라가자 의아한 눈으로 내 얼굴과 아랫도리를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이상한 생각하지마 꼬맹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다."

"네. 물론이죠. 저는 손님이 남자 구실을 못해서 버려진 귀족가 사생아라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다 막히자 벨로나는 아랑곳 않고 파르바의 가장 명소라는 중앙 분수대로 날 데리고 갔다.

"자, 자! 파르바의 명소중의 명소! 파르바의 미믹 분수대입니다!"

"오..."

꽤 커다란 분수대.

미믹으로 보이는 상자를 용사로 보이는 사내가 검으로 찔러넣고 있는 용맹함이 덧보이는 조각상이다.

미믹 상자의 상처에서 물줄기가 튀어나오는 건 또 재밌는 눈요기가 됐다.

"미믹 분수대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요."

"뭔데?"

"사실 미믹은 사람이었대요."

재밌는 이야기다.

왜 그러냐 물으니.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보물을 상자 안에 두잖아요. 누가 가져가면 안되고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저 미믹도 자신의 보물을 상자 안에 고이 간직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도둑이 들었다고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도둑이 들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또는 상자를 숨기기 급급할텐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았대요."

"어떻게 했는데?"

"자신이 차곡차곡 채운 보물이 너무 많고 무거워서 상자를 숨길수도 없고 자신은 힘이 없어서 싸울 수도 없으니 상자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궈버렸대요."

재밌는 이야기다.

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벨로나에게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벨로나는 재촉하는 날 보며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전설 이야기는 별도 요금입니다. 손님."

"허."

장사 수완이 제법이다.

완전 날 호구로 보는 거 같았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장사 수완이 좋네."

"감사합니다! 에헴."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미믹이란 사내는 상자 안에 들어갔지만 뭐, 결국엔 들켰죠. 상자가 열리지 않으니 도둑은 상자를 부수기 위해 검을 찔러 넣었고 안에 있던 사내는 상자 안에서 찔려 죽었어요."

담담하게 말하지만 생각보다 잔인한 내용이었다.

"도둑만 횡재했겠군."

떨떠름한 말투로 말하자 벨로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믹은 농노였어요. 상자에 보물을 채워넣었다해도 돈이 될만한 건 별로 없었대요. 도둑은 실망하고 사라졌지만 사내는 억울하게 죽었죠. 상자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살았을텐데 말이에요."

벨로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사내는 상자 안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상자 안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내.

그의 이름이 미믹이었으니까.

"이야기는 지금부터에요. 사내가 죽은 뒤에 다 부서졌던 상자가 고쳐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미믹이 되었군."

사내가 죽고 낡아빠진 상자는 멋드러진 상자가 되었는데, 한 눈에봐도 보물이 잔뜩 있을 거 같은 보물 상자로 변모했다고 한다.

"맞아요. 진짜 미믹이 되었죠. 그때부터 닥치는대로 상자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을 잡아 먹은거에요."

시골 마을에 있는 보물 상자.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간간히 찾아오는 외지인이나 범죄자. 그리고 산적들이 올 때면 그곳에서 몰살당하거나 사람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렇게 모두를 잡아 먹으며 흉흉함을 떨치던 미믹 때문에 마을은 피폐해졌고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때!"

용사가 나타났다.

"용사! 파르바가 미믹을 그냥 단칼에 푹! 저렇게 평화를 만든거죠!"

"오오..."

미믹.

각종 소설이나 게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녀석이지만 미믹을 주제로한 동화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 꽤 신선했다.

금화 한닢이 조금 아까웠지만 썩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미믹 이야기를 듣고 분수대의 동상을 보니 한층 더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짜쟌! 자, 받으세요."

"이건?"

"파르바의 미믹 분수대 숨은 명물! 미믹 쿠키에요. 드셔보세요!"

"오..."

미믹의 형태를 훌륭하게 본뜬 초코칩이 들어간 쿠키였다.

한입에 털어넣자 맛이 제법이다.

적당히 달고 고소하고 바삭하기까지. 생각해보니 악마들에 의해 아포칼립스로 변하고 이런 종류의 쿠키를 먹어본 기억이 딱히 없었다.

미믹 쿠키를 하나 다 먹고 벨로나에게 금화 한닢을 건넸다.

"이거 하나면 쿠키를 몇개사지?"

"엄청난 부자다! 지금 있는건 다 살수 있을거에요!"

"그럼 전부 다 사와줄래? 남으면 너 가지고."

"감사합니다! 손님!!"

분수대 근처 상점에서 사왔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레아 주면 좋아하겠지."

선물할 생각에 사오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쿠키를 먹어보고 자기도 쿠키를 만들어보겠다고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흠... 대장간에서 팔면 되겠지."

몇백명 분의 음식을 매일 만들다보니 이상하게 손이 커지는 게 조금 걱정이기는 하다.

저번에는 쉬는 날이라고 하면서 내 밥을 만들어주겠다더니 볶음밥을 10인분을 만들어놓고 부족하지는 않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그냥 나 혼자 먹을까."

갑자기 쿠키 선물이 두려워졌다.

레아는 조금 즉흥적으로 요리를 하는 탓에 이상한 것들을 음식에 집어 넣는 경향이 있다.

베이킹을 한다면 쿠키도 그렇게되지 않으려나 싶다.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그때.

"손님!"

"음? 쿠키는?"

"쿠키가 너무 많아서 펠트 여관으로 배달해달라고 했어요. 가지고 다니기에는 무거우니까요!"

자신의 센스에 취했다는 듯 콧대를 높이 올리고 있는 벨로나였다.

그냥 가져왔어도 인벤토리에 넣으면 되는거라 상관없었지만 굳이 민망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 잘했다. 그럼 다음은?"

"이쪽으로 오세요! 이번엔 파르바의 숨은 명소! 무지개 폭포에요!"

"오..."

그 뒤로 벨로나에게 끌려다니다시피하며 파르바의 모든 명소를 확인했다.

"여기도 명소! 벨로나의 개구멍!"

"오오..."

"하! 손님! 운이 좋으시군요. 이쪽은 날이 맑은 날에만 볼 수 있다는 파르바 개울가의 올챙이 알이에요!!"

"오..."

"후훗, 이거 보이시나요? 저 같은 엘리트 안내인만이 발견할 수 있는 푸른 매미 허물 껍질!! 이걸 발견하는 자는 반드시 행운이 찾아온대요!!"

"어..."

파란색 매미 허물을 받은 난 바삭바삭해 보이는 매미 허물을 당장 짓이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자! 이제 마지막이에요! 파르바의 명물! 미믹 체험이에요! 파르바에 왔다면 미믹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당연하죠!!"

"상자에 들어가라는거야?"

"그럼요, 그럼요! 자, 자. 들어가보세요! 상자에 들어가서 기념 사진 한방 찍는게 전통이라구요!"

커다란 나무 상자.

그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중세 도시 관광 명소가 뭐 이렇게 본격적인거야...'

그림 그릴 때 쓰는 팔레트 비슷하게 생긴 옛날 사진기도 있는 걸 보니 이곳에서는 흔한 일인가 싶다.

성화에 못이겨서 상자 안에 들어가자 벨로나가 사진기 뒤로 섰다.

"자,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번쩍.

나무 상자 안에 들어가서 바보처럼 서 있는 날 찍은 벨로나는 이내 씨익 미소 지으며 사진을 건넸다.

어떻게 저 구닥다리 사진기에서 벌써 인화가 됐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음?"

사진기에 찍힌건 내가 아닌 그냥 나무 상자 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빨과 큰 혀가 있는 미믹이었다.

"축하해요. 부자 손님. 파르바의 새로운 명물! 미믹이 되신걸요."

"미믹? 내가?"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

팔도 다리의 감각도 없다.

"네! 이제 드디어 외지인이 아니라 파르바의 사람이 되신거에요."

벨로나의 손짓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상점가에서 일하고 있는 미믹들이 보였다.

상자 안에서 촉수 같은 혀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뛰어다니며 거리를 평화롭게 걷고 있었다.

"오우! 부자 손님. 이제 우리처럼 되셨네! 갑시다! 우리 엄마의 장어 파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다시보니 이제야 보인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그들 모두...

"미믹이었군."

파르바의 뱃속.

그곳은 미믹의 나라였다.

미믹의 뱃속 [2]

99화.

인지의 변화인가 아니면 내가 미믹이 되어서인가.

도심을 지나는 중세시대 차림의 사람들이 어느새 멋들어진 한마리씩의 미믹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벨로나. 장사 잘 되니?"

"그럼요, 미리노 부인. 한스는 잘 지내고 있나요?"

"한스 녀석은 대장 놀이하다가 앞니가 부러져서 오늘은 창피하다고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지 뭐니. 참... 시간 나면 네가 한번 한스좀 달래주지 않으련? 어떻게 된게 나보다 네 말을 더 잘 들으니까."

"하하, 그럴게요, 부인. 사내답지 못하다고 놀려주면 분명 금세 밖으로 나올 게 분명해요."

"후후, 그래. 부탁한다."

대화문만 들으면 영락 없이 아들 걱정하는 동네 부인과 옆집 소녀의 친근한 대화였으나 두 눈으로 보노라면 참으로 신비한 광경이었다.

덜컹, 덜컹.

미리노 부인이라는 미믹은 보라색의 보자기가 둘러져 있었는데 덜컹거리는 상자 뚜껑 안에는 두툼한 혀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영락 없는 부인의 것이니 이질감이 장난 아니다.

"여, 벨로나~ 옆에 있는 멋진 신사분은 누구시나? 네 서방이냐?"

"무, 무슨 소리에요! 오늘 처음 본... 돈 많은 손님이라고요!"

"어이쿠, 잘생기셔서 내 실수를 했소이다. 외지인이셨나보군. 파르바의 명소를 잘 구경하고 가시오."

중절모를 상자 위에 쓴 미믹이 쿵쿵 거리며 지나갔다.

확실히 이곳은 사람의 나라는 아니다. 미믹의 나라다.

그러고보니 그럴만하다.

'애초에 파르바의 뱃속이니까.'

미믹의 왕.

파르바의 상자 안이라는 말이다.

그 속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을 만큼 새로운 세계라는 건 분명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히든 던전과는 궤를 달리한 스케일이니까.

'몸이 악마가 되버린 것도 처음이고...'

손발이 없어지고 대체되는 상자 안의 혓바닥의 감각.

그리고 혓바닥 위에 눈이 있는 느낌이라서 꽤 신체감각이 이질적이다.

어찌보면 큰일이다.

놀라 자빠질 정도로.

하지만 난 꽤 침착했다.

왜냐하면.

"미믹으로 변했습니다."

"대부분의 스킬을 봉인 당합니다."

"24시간 동안 미믹이 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일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지에서 중요한 정보는 24시간.

굳이 24시간인 이유.

그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히든 던전이라고 해도 이곳은 미믹 왕, 파르바의 상자 안이다.'

하나의 세계나 다름 없는 미믹의 보물 상자 안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당연히 보물을 가져와야 하는 게 맞다.

그럼 여기서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파르바의 보물은 무엇일까.'

파르바의 도시 전체?

아니면 파르바의 명소?

그도 아니면 미믹 쿠키?

"... 당황하지 않으시네요."

"외지인이 온 게 처음은 아닌 모양이군."

"그런 편이죠. 도시니까요! 저는 도시를 안내하는 안내인이다보니 꽤 당황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답니다."

"난동을 피우는 자들도 있었겠군."

"넵!"

"그런 자들은?"

"경비대가 잡아가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갇혀 있을거에요. 아니면..."

벨로나는 말을 끝마치지 않았다.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 미묘한 텀이 앞서 이곳을 방문했던 외지인들의 결말을 알려줬다.

"쿠키, 더 드실래요?"

품에서 미믹 쿠키를 꺼낸 벨로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5분 전이었다면 먹었겠지만...

'굳이 더 먹을 이유는 없지.'

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아쉽네요."

미믹으로 변신한 이유는 일종의 저주라고 보는 게 맞다.

저주를 당한 이유야 여러가지 의심이 들지만 쿠키가 제일 유력하다.

굳이 또 입에 델 이유가 없다.

"그럼 펠트 아저씨네 여관으로 안내해드릴게요. 마음이 심란하시겠지만 조금 쉬고나면 괜찮을 거에요. 파르바는 살기 좋은 곳이니까! 부자 손님도 금방 적응하실거에요."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 굳이 벨로나의 심기를 거스르지는 않았다.

우선 생각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펠트 아저씨! 손님 모셔왔어요."

"오우! 고생했다. 자, 자! 손님. 제가 손님 방은 어머니께 특히 부탁해서 2층 끝방으로 했습니다."

펠트는 투박한 나무 미믹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하는 듯 속삭였다.

"다른 손님들한테는 비밀인데, 2층 끝방이 꽤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다른 손님들한테는 비밀입니다!"

별것도 아닌 걸 챙겨주는 척 말하는 거 보니 장사 수완이 중세가 맞다.

'미개한 중세 시대...'

레아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역사 책에서나 봤던 중세 시대를 자주 접하며 별일을 다 당하다보니 절로 욕이 나왔다.

벨로나의 배웅과 펠트의 안내를 받으며 방으로 들어간 난 혼자만의 고독함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했다.

첫번째.

"파르바의 상자 안은 도시가 있다."

두번째.

"이곳은 미믹의 나라다."

나도 어쩌다보니 미믹이 되었지만 이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본질을 잃어서는 안된다.

"세번째, 이곳은 히든 던전이다."

동시에 보물방이다.

어쨌든 간에 보물 지도를 통해 이동된 보물방이다.

보물방은 보물을 선택하면 송환된다는 규칙이 있다.

그 룰을 아직도 적용된다면 나는 보물을 찾는 즉시 송환될 것이라는 것.

"만약 송환되지 않는다면..."

미믹의 나라에 있는 미믹.

그들은 명백히 악마다.

미믹을 모조리 사냥해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 세계를 박살내면 미믹의 왕, 파르바는 나타나고 말테고 히든 던전의 특성상 챔피언 데몬을 죽이면 돌아갈 포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미믹으로 변한 이 몸으로는 기껏 배운 스킬들이 모조리 봉인 당했다. 만약 파르바와 싸워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제 실력을 낼 수 있을까.

애초에 싸움이 성립될까 싶다.

게다가 걸리는 것도 하나 있다.

마지막.

"벨로나."

파르바 도시의 안내인 벨로나.

그 소녀다. 나 자신이 미믹으로 변하고나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미믹으로 바뀌어 보였다.

본래 미믹이 진실된 모습이라는 뜻.

하지만...

"벨로나는 인간이었지."

미믹의 나라에서 벨로나는.

그녀만큼은 미믹이 아니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파르바?

"확신하기는 어렵지."

벨로나의 심기를 거스려서 좋을 게 없어 보인다는 직감이 들 뿐.

그럼 내가 우선해야 할 일은 뭘까.

"최후에는 깽판을 부려야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지 않나.

급할 건 없다. 천천히 확인해보고, 생각해본 뒤에 결정하면 된다.

그러니 우선은.

"... 보물부터 찾아볼까."

파르바의 보물을 찾으면 송환될지도 모른다. 비교적 온건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파르바 도시의 미믹.

그들은 뭔가 내가 이제껏 겪어온 악마들과는 조금 다르다.

속내를 감추고 있는건지 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보고 느낀 것으로 평가해봤을 때 이곳.

파르바 도시의 미믹들은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충실하고 있었다.

마치... 사람처럼. 우리가 잃어버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게 진짜 악마의 노림수일지 모를 일이지만, 굳이 이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마음이다.

그때였다.

똑똑.

"손님~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슴까? 아까 말했던 어머니의 장어 요리가 대기중이긴 합니다만..."

펠트였다.

난 혓바닥으로 문을 열었다.

"식당에서? 아니면 방으로 가져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식당으로 가겠습니다."

"옙!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미믹의 몸도 꽤 익숙해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손처럼 혀를 쓰는 걸 모고 있자니 이상한 느낌이지만 썩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쿵, 쿵. 이동할 때 점프하듯 움직여야 된다는 사실이 꽤 불편함으로 작용하기는 했다.

"아, 손님! 여기여기! 여기로 오십쇼. 제가 따땃~하게 데펴놨습죠."

펠트의 안내를 받아 의자는 없고 다소 낮은 테이블만 있는 곳으로 가니 곧이어 요리가 나왔다.

"펠트 여관의 명물! 엄마표 장어 젤리! 장어 파이! 장어 스프와 장어 빵 되시겠! 습니다!!"

그러면서 펠트는 또 은밀하게 귓속말로 말했다.

"제가 꼬리도 따로 모아 왔습니다."

장어 꼬리.

정력에 특히 좋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별 차이없다는 부위였다.

앞서 나온 장어 요리의 수보다 꼬리가 더욱 많았는데 어찌된건가하니 펠트 놈이 주변에서 식사하고 있는 다른 미믹의 장어 꼬리를 빼돌린 모양이었다.

"딱히 안 그래도 됐는데..."

"흐흐, 좋지 않습니다. 장어 꼬리가 그렇게 힘찬데..."

은근히 툭툭 내 몸을 두드리는 펠트의 모습에 난 품에서 금화 한닢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딱히 필요는 없었지만 뭐.

장어가 남자한테 좋기는 하니까.

"크으! 통도 크셔라!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우렁차게 인사하고 사라진 펠트와 함께.

쿵!

"어이, 형씨. 내 장어 꼬리가 왠지 여기 다 있는 거 같은데..."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 같은데?"

식당에 있던 다른 미믹 패거리들이 대뜸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건 내가 그런 게 아니라 그 종업원이..."

사정을 설명하려고 펠트를 찾았지만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미믹 주제에 뭐 이렇게 빨라."

"어이, 장난 쳐? 내 꼬리가 왜 여기 다 있냐고!!"

돌연 흉터가 가득하고 덩치 큰 미믹 놈이 윽박질렀다.

다른 부하로 보이는 두놈도 함께 소리쳤는데 지금 내 몸에 고막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확실하게 문제가 생길 정도로 큰 소릴 내지르고 있었다.

"가져가세요 그럼."

난 혓바닥으로 장어 꼬리만 담겨져 있는 그릇을 밀었다.

하지만 내 순진한 반응은 오히려 놈들의 화를 부추길 뿐이었다.

"이제와서 준다고 하면 우리가 넙죽 받아 먹을 줄 알아!?"

부하 미믹 한놈이 넙죽 받아가서 한입에 털어 먹은 걸 보았지만, 놈들은 장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소리쳤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사이즈가 나온다.

"펠트랑 짰네."

내 돈을 노리고 웬 양아치 미믹 놈들이랑 합을 맞춘 모양이다.

이쯤되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스킬이 봉인당해 웬만하면 전투를 멀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시비를 건다면 사내대장부로서 싸워줄 수밖에 없다.

"나 이화성, 고아원 시절때부터 걸려온 시비를 참아본 적은 없다."

게다가.

미믹으로 변해 봉인 당한 건 스킬이지 내 스탯이 아니었다.

"순순히 우리들 장어 꼬리 값을 내놔. 이백금 정도면 참아주마!!"

장어꼬리가 무슨 이백금이나 해.

"얼마나 정력에 굶주린거야."

"뭐야? 이 자식이!"

"형님이 손쓸 것도 없습니다! 이런 놈은 제 주먹 한번이면..."

놈이 긴 혀바닥을 주먹처럼 돌돌 말아 휘두르기 직전.

콰작!!

"케에에에에에엑!!"

내가 먼저 입을 벌려 놈을 씹었다.

콰작, 콰작!

"바삭하니 맛있네."

내가 악과를 먹으며 쌓아온 스탯은 미믹으로 변해 있어도 유효했던걸까.

단단한 나무 미믹이 감자칩처럼 와작와작 잘도 씹혔다.

미믹이 된 나 [1]

100화.

"꺄아아아아악!!"

"이렇게 잔인한...!"

"어떻게 같은 사람을 먹을 수 있는거냐!!"

"오 하나님. 어찌 이런..."

"경비대! 경비대를 불러!"

우적우적 놈을 씹어먹으며 놈들의 말을 한귀로 흘렸다.

솔직히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미믹으로 변해서일까.

미믹의 본성이 그런건지 입을 벌려 놈을 씹어 먹어버린 것이다.

내가 하고도 꽤 놀란 행동이었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걸 보니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까부는 놈들 혼내주기로는 제법 적절한 대응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내, 내 동생을! 이 개자식이!!"

와작! 와작!

덩치큰 미믹놈도 점프 뛰어 와작 씹어 먹었다.

애초에 신체 능력치 자체가 월등히 뛰어나서인지 그들은 미믹 싸움으로 내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형니이이이임!!"

마지막 남은 놈의 단말마만이 펠트 식당에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한입, 두입만에 미믹 둘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자 식당 안에는 적막과 함께 공포가 맴돌았다.

하지만 그런건 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겁먹은 미믹들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내 시야에 내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검을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초급 단검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단검 4개를 획득합니다."

"도끼를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초급 도끼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도끼 3개를 획득합니다."

"관련 어빌리티가 개방됩니다."

상태창을 확인해보자.

『이름없는 미믹』

「생명력」 – 680/680

「마나」 - 1060/1060

「능력치」

근력 – 36

민첩 – 37

건강 – 34

마력 - 53

강골 - 22

『어빌리티』

초급 단검 애정도 (8%)

-단검 보유량:4

초급 도끼 애정도 (6%)

-도끼 보유량:3

내 화려했던 상태창은 다소 밋밋해졌다.

미믹으로 변해 스킬과 각종 아이템으로 얻어냈던 능력치가 빠졌다.

장비로 획득한 능력치.

각종 스킬들은 물론이요, 수식언까지 사라져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거겠지만 이렇게 상태창으로 확인해보니 맥이 빠지는 건 당연했다. 본래 내 본연의 능력치만이 남아 이렇게 변한 것이다.

'어빌리티라...'

하지만 미믹으로 변함으로서 얻어진 능력도 하나 보였다.

어빌리티.

시비거는 미믹 둘을 삼켰더니 애정도라는 것이 생겼다.

애정하는 것.

아마도 내게 죽은 미믹들이 좋아했던 물건을 뜻하는 것 같았다.

놈들을 잡아 먹어서 가지고 있던 단검과 도끼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때문에 애정도라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경험... 아니, 숙련도겠지.'

미믹의 생리에 대해서도 가볍게 파악할 계기가 됐다.

미믹들은 자신이 애장하는 물건들이 하나씩 있다.

미믹을 죽였을 때, 무엇무엇을 사랑한 미믹을 죽였다고 시스템 메시지도 그렇게 뜬다.

그렇다면 미믹을 삼켜버림으로서 얻어지는 애정도란, 그 물건에 대한 이해도를 뜻하는 바다.

무기라면 당연 숙련도를 뜻한다.

그리고 그 숙련도는.

'보유한 물건에 따라 오르는거고...'

초급 단검 애정도.

단검의 보유량에 따라 애정도의 퍼센테지가 올라가 있는 게 보였다.

본래 내가 지니고 있던 단검의 사용법이나 관리법에 대한 지식이 눈꼽만큼 떠오른 걸 보면 내 예상이 맞다.

"확실히..."

난 내 펠트 여관의 식당에 모여있는 미믹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놈들이 가지고 있는 애장품.

그리고 그것의 애정도.

아니.

숙련도를 획득한다면 이는 스킬북으로 스킬을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득이라 할 수 있다.

'수집광이 되버릴거 같은데.'

어떤 물건이든 다양하게 많은 것을 수집하면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올라간다.

이는 오로지 미믹이기에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원래는 조용히 보물만 찾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파르바 도시의 모든 미믹을 먹어치운다.

그 선택지 말고는 없었다.

*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른 파르바.

파르바의 도시는 또다시 다음 해를 기다리며 하나 둘, 집집마다 불이 꺼져간다. 성벽에 올라 꺼져가는 집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벨로나는 턱을 괴었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훌륭하고 흡족한 하루가.

"다음 손님은 언제 오시려나."

파르바에 다가올 외지인.

파르바의 일원이 될 또 다른 외지인은 언제 맞이하게 될까.

이름 모를 물소뼈를 뒤집어 쓴 외지인은 별탈 없이 미믹이 되었다.

쿠키 맛을 제법 좋아한 듯 하니 문제 없이 파르바의 미믹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저항이 없었어."

벨로나는 그 점에 대해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본래 처음 미믹이 된 사람들은 대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부정하고 분노하다 결국엔 체념하고 이내 자신이 미믹이 됐다는 사실도 잊는다.

그렇게 미믹이 되어 살아간다.

파르바 도시의 미믹들은 대개, 파르바에게 먹힌 자들이거나 그의 보물을 노리러 온 도굴꾼이나 용병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과거조차 잊어버리고 미믹으로 안락하게 살아간다.

미믹 도시.

미믹의 나라.

평화롭고 사랑만이 가득한 파르바 도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좋아. 힘내자. 더 북적북적하게 만들어서! 만들어서...."

벨로나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용사의 검에 찔리는 미믹 동상.

"미안해."

그것을 보며 사과하는 벨로나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낀다.

흔들리는 횃불과 함께 나부끼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는 그때.

-꺄아아아아아악!!

늦은 밤.

때 아닌 비명소리가 도시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소란이 일어날 일이 없다.

만약 있다면...

"부자 손님이 뭔가 했으려나."

벨로나는 풋 웃었다.

미믹으로 변하고서도 꽤 침착하다 생각했더니 이제와서 소란을 일으킨 모양.

수백년동안 사람들을 미믹으로 만들었기에 이 정도 일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이런이런... 곧 경비대에 잡혀서 감옥으로 끌려가시겠네."

거기서 꽤 오랜 시간 사람도 만나지 않고 미믹으로 생활하다보면 훌륭한 도시의 일원이 될 터.

벨로나는 안타까운 반, 즐거움 반으로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즐거운 구경거리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잠시 뒤.

여유로움을 품고 있던 벨로나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망쳐!! 괴물이다!!"

"식인이다! 식인 괴물이야!"

"커억, 커어억!"

"꺄아아아아!!"

콰작! 콰작!

우걱 우걱!!

벨로나의 손이 떨렸다.

다리마저 덜덜 떨렸다.

갓 태어난 사슴 새끼처럼 와들와들 떨어대며 창백해진 안색으로 어찌할 도리를 몰랐다.

왜냐하면.

"어떻게.....!!"

오늘 미믹이 된 외지인.

그가 도시의 모든 미믹들을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 경비대! 경비대는 대체 뭘...!!"

경비대를 찾은 벨로나는 이내 소스라치게 놀랐다.

"경비대가...!!"

꽤 실력자들로 만든 경비대 미믹들의 흔적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파편이라고 해야할까.

그들은 이미 놈에게 잡아 먹혔다.

"그럴수가...!"

수백년 동안 파르바의 도시를 살아가며 한번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도 미믹으로 변하면 제 힘을 쓰지 못한다.

그것이 악마라도, 인간이라도 마찬가지다.

신체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대부분의 능력은 봉인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저 놈은 저렇게 날뛰며 모조리 삼켜 먹을 수 있는가!!

경악하던 그때.

흠칫!

벨로나와 괴물이 눈이 마주쳤다.

"..."

벨로나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미믹으로 변해 벨로나를 죽이려 했던 미믹들은 간간히 있었다.

그들에게 도시를 안내하고 미믹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벨로나의 몫.

미믹으로 변한 이들의 분노도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름모를 미믹은 벨로나를 쳐다만 볼 뿐, 덤벼오지 않았다.

어떠한 분노도 감정도 내보이지 않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숨어 있던 미믹 하나를 보며 혀를 낼름거리더니 뛰어가버렸다.

"대체...."

왜 미믹들을 삼켜 먹는건지 이해하지 못하던 그때.

놈이 향하는 방향을 보곤 벨로나의 얼굴이 삽시에 굳었다.

"저긴..."

도시의 가장 안쪽.

왕궁이 있는 곳이었다.

"거기는 안돼!"

수백년동안 모아온 뛰어난 능력을 지닌 미믹들과 보물들.

그리고 미믹이 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수감된 수백 마리의 미믹들이 도사리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놈을 막지 못하고 미믹들이 모조리 삼켜진다면...

"파르바는 끝이야."

*

"명검을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중급 검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명검 18개를 획득합니다!"

"부츠를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상급 부츠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명품 부츠 29개를 획득합니다!"

"명창을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상급 창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최상급 창 231개를 획득합니다!"

"목걸이를..."

"반지를 사랑한..."

"인간의 손을..."

"이빨을..."

"머리카락을 사랑한..."

.

.

.

.

"개꿀!"

중간에 뭐 이상한 것도 꽤 많았지만 점점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딱히 레벨은 없지만 몸집도 점점 커지는 거 같고.'

잡다한 애장품들을 모조리 삼켜서 몸에 담고 있어서인가?

점점 미믹으로 변한 내 몸이 커지고 있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된다.

쿵!! 쿵!!

이제 내가 움직일 때마다 울려퍼지는 진동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이놈!! 감히 파르바를 어지럽히다니. 괴물 놈은 당장 나 볼리스의 검을 받아라!"

강철을 두른 미믹이 혓바닭으로 명검 한자루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꽤 날카로워 보이는 검.

나 또한 검에 대한 애정도가 상승해서인지 한 눈에 봐도 저 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어떤 힘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콰작!!

"끄어억!!"

"보, 볼리스 기사 대장님!!"

"네, 이놈!!"

"죽어라 이 괴물 놈아!"

"볼리스 대장님을 토해내!!"

검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걸 다루는 미믹의 신체 능력은 조약하기 짝이 없다. 물론 위험할 뻔한 적도 많았지만 다양한 애장품들을 먹으면 먹을수록 상처는 치료되고 내 몸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검의 애정도가 상승합니다!"

"상급 검 애정도가 최상급으로 진화합니다!"

"상급 창 애정도가 최상급 창 애정도로 진화합니다!"

"초급 견갑 애정도가 중급 견갑 애정도로 진화합니다!"

하지만 놈들을 삼키면 삼킬수록 강해지는 몸과 애정도.

어빌리티가 나를 더욱 강하게 해주고 있었다.

삽시에 덤벼오는 기사 미믹들.

놈들은 혓바닥으로 무기들을 들며 각종 기예로 현란하게 싸웠다.

각자의 애장품.

가장 소중한 것을 들고 싸우는 미믹들을 보노라면 이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게 그들은 마치, 보물이 다가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크윽!!"

내 몸에 생겨난 견갑 갑옷으로 기사 놈이 찌르는 창을 튕겨낸다.

견갑의 애정도가 생겨났기에 부릴 수 있는 하나의 기예였다.

그리고 혓바닥으로 나 또한 창을 들었다.

내가 들고 있는 창은 총 821 자루.

하급이 15개고 중급이 322개 상급이 253개, 최상급이 231개였다.

이는 애정도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내가 지닌 최상급 창 어빌리티의 수치는 자그마치...

[최상급 창 애정도 (73%)]

73%에 육박한다.

말인즉슨.

순식간에 찔러오는 수십개의 검.

채채채채챙-!

난 그것을 창 한 자루로 모조리 막아내며 놈들의 검을 부서뜨렸다.

각자의 검이 지닌 약점들.

검에 대한 애정도가 일정 이상을 넘어서자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치의 흔들림 없는 일점 찌르기.

나의 신들린 창술이 그것을 가능케 해주고 있었다.

"안돼! 내 알라움토가!!"

"내 사랑 아브란티!!"

"으아아악! 차라리 날 죽여!!"

미믹들은 자신의 애장품이 부서지는 것보다 자신이 죽는 게 낫다는 기본적인 본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죽는 것보다 애장품이 부서지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전투중에도 패닉에 빠져 비명만 질러댈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난 미믹들을 모조리 씹어 삼켰다.

"검을 사랑한 미믹을 삼켰습니다!"

"중급 검 애정도를 획득합니다!"

"중급 검 애정도가 상급으로 진화합니다!"

"좋아."

검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

깨달음이라고 해야할 정도.

그 중 제일 높은 건 창술.

지금의 나는 아마도.

"카이삭스, 당신과 나란히 설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

창술의 대가.

카이삭스의 창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

미믹이 된 나 [2]

101화.

상황에 따른 무기술.

일대일 대결에서는 창.

전장의 신호탄을 알리는 투척.

은밀한 저격으로는 화살.

협소하고 좁은 난전에서는 쌍검.

그것을 미믹이 된 지금에서야 모든 상황에 따른 다양한 무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채챙! 채채챙!!

"약하다 약해!!"

콰작! 콰직! 콰드득!!

놈의 헛점을 물어 뜯어 삼켜버린 직후, 상태창 메시지로 한층 더 성장하는 나를 느낀다.

즐겁다.

희열마저 느꼈다.

미믹을 먹어치우면 먹어치울수록 더욱 강해진 나를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창술은 발군.

수 많은 미믹을 잡아먹고 최상급 창 애정도를 만들어버린 내 창술은 내가 따라하고 싶었던 카이삭스의 창술을 흉내낼 정도마저 되었다.

콰아앙-!!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내 일신의 무력을 이겨낼 미믹은 이곳.

파르바에는 없었다.

"도, 도망쳐!!"

"끄아악!"

성벽을 부수고 들어가 대기하고 있던 기사 미믹들을 먹어 치운다.

창술, 갑옷의 부위별 이해도.

그것에 따른 몸통 박치기만으로도 미믹을 해치우는 데는 문제 없었다.

"넌 누구..."

미믹으로 보인다면 문답무용.

모조리 한입에 삼켰다.

"어느것도 사랑하지 못한 미믹을 삼키셨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기만 했던 미믹들은 아무것도 주는 게 없었다.

난 그들을 무시하고 여기저기를 횡보하며 미믹들을 잡아 먹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집은 점점 더 비대해지고 더욱 강해졌다.

콰아앙!!

무너진 왕궁.

멋드러지게 만들어진 왕좌.

그 위에 앉아 있는 미믹.

숨 죽인 듯 앉아서 가만히 있는 놈은 혓바닥으로 하나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어찌하여 왕궁을 어지럽히는가. 자네가 하는 짓은 하늘의 용서를 받지 못할 천인공로할 짓이라는 걸 정녕 깨닫지 못하는 가!!"

호통치는 왕좌에 앉은 미믹.

그가 이 왕궁의 주인.

미믹 왕인 듯 했다.

'파르바인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까지 만나온 미믹들과는 제법 느낌이 달랐다.

쿵!

왕좌의 앉은 미믹.

미믹 왕이 지팡이로 지면을 찍자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온 수십마리의 미믹들이 활과 석궁을 겨눴다.

그 중에는 왕과 같이 지팡이나 책을 들고 있는 미믹도 있었는데, 기묘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마도 마법을 사용하는 미믹이 아닐까 의심됐다.

만약 이 상황이 게임이라면 이곳이 보스방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어찌해야할지 고민하던 찰나.

미믹 왕의 말이 이어졌다.

"허나 그대는 힘이 있다. 그 정도의 힘이라면 우리와 함께 할 자격이 있지. 어떤가. 이곳에서 파르바를 지키며 살아가겠는가."

역시 왕은 왕인가.

그릇이 크다.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보이는 미믹들을 모조리 잡아먹은 나를 포용하려 할 줄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미믹의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마치 전지전능한 힘이겠지. 하지만 그 힘을 누가 주었겠는가. 다시 보잘 것 없는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가?"

"..."

역시 왕은 왕인가.

다른 미믹들과는 다르다.

파르바의 미믹들은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놈은 아니다.

정확하게 내 상태를 알고 있다.

게다가 교묘하게 지금의 전능감에 고취된 내 상태를 꿰뚫어보았다.

'이 힘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사라지겠지.'

한시적인 힘이라는 건 안다.

난 인간이지 미믹이 아니니까.

이 힘은 미믹이 됨으로서 얻게 된 힘이지 인간으로서.

네피림으로서 얻은 힘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파르바의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자연히 사라질 힘.

놈은 그것을 말하며 날 회유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쉽다.

지금의 나는 모든 무기에 통달했고 그들과 감정의 교류까지 가능하다.

오죽하면 스스로에게 박한 성격인 내가 카이삭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거라 생각하겠는가.

이 힘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미믹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아."

내 삶은 인간이다.

미믹은 지금도,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다.

"거절하지."

"어리석군."

섭섭한 듯 답하는 지팡이 미믹의 답이 이어지는 순간.

"정말로요."

돌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삼켜서 마지막에 만나볼 생각이었는데... 제발로 찾아왔군."

"저도 준비가 필요했으니까요. 정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잖아요.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나요?"

"나도 내 나름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친거라서."

"조금 더 완만한 해결책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당신은...!"

"넌 내게 완만한 절충안을 제시한 거처럼 말하는군. 제 마음대로 미믹으로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피해자 행색하면 꽤 곤란해."

"..."

벨로나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이해한다. 사연이 있었겠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른다.

왜 미믹들이 살아가고, 벨로나만이 유일하게 인간의 모습을 하는지 난 모른다.

내가 모르는 어떤 사연이 있을거다.

그건 반드시 슬프고 안타깝겠지.

하지만.

'사연은 누구나 있다.'

나만 해도 꽤 속이 꽉찬 사연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남자다.

그것 하나하나를 다른 이가 알아주고 공감해주길 원하진 않는다.

다 각자의 고통과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게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나도 꽤 사연 있는 남자다. 서로 사연이 많으니 이걸로 퉁치자."

어떤 사연인지 묻지 않는다.

알아봤자 의미도 없다.

생각해야 할 건 나의 생존.

그리고 행복이다.

중요한 건 그것 뿐.

적에게 보일 아량 따윈, 속 좁은 내가 보일 만한 게 아니다.

할 일은 다르지 않다.

모두를 먹어 치운다.

그리고 이 세상까지.

거짓으로 만들어진 파르바의 모든 것을 먹어치워 난 되돌아 간다.

"당신 생각대로는 안되요."

찰칵.

번쩍하는 플래시와 동시에 한장의 사진이 인화된다.

그곳에는 거대한 미믹이 아닌.

물소뼈를 쓴 한 사내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게 만든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설마하니 미믹들을 모조리 먹어치울 줄이야..."

투덜거리는 말투와는 달리, 벨로나의 입꼬리는 싱긋거렸다.

"하지만 이제 다시 사람이 됐으니... 전과 같은 힘은 못 부리겠죠?"

빙긋 웃어보이는 벨로나.

그리고 아직도 날 겨누고 있는 지팡이와 활을 든 미믹들.

전능감이 흘러 넘치던 몸에서 다시금 인간이 된 나.

이겼다는 듯 웃고 있는 벨로나와 미믹들의 기색이 날 궁지에 빠진 생쥐처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난 오히려.

"이거지."

이걸 바랐다는 걸.

"왜 웃는..."

지팡이를 꺼냈다.

"쏴, 쏴요! 당장 쏴!!"

손에 촥 감기는 지팡이.

기시기시의 뿔 지팡이를 들어 가볍게 땅을 찍었다.

"프로스트 노바."

쩌적.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이제야 제대로 고대하던 프로스트 노바를 사용해볼 타이밍이 찾아왔다.

기본 범위 10미터로 다소 아쉬운 범위를 보이지만 관련 속성의 마법을 익히면 익힐수록 범위와 피해량이 증가하는 냉기 마법.

프로스트 노바.

내가 익힌 관련 속성은 3개.

개당 5미터가 증가하여 총 범위는 자그마치 25미터.

여기 있는 모든 미믹들을 얼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범위였다.

콰아아아아아-!!

잔잔한 호수의 한방울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파문이 퍼진다.

그것은 삽시에,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일대의 모든 것을 얼렸다.

숨 한번 쉴 시간에 날 중심으로 모든 게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지팡이를 든 미믹, 내게 활을 겨누고 있는 미믹, 그리고 쏘아지던 화살까지 모조리 얼려 땅에 떨어뜨렸다.

쨍그랑.

허공에서 얼어붙은 화살이 힘 없이 떨어져 얼음 조각으로 변해 사라졌다.

"생각보다 더 강하다..."

프로스트 노바.

불타는 그렘린의 성채에서부터 꼭 다시 사용해보고 싶었던 마법.

그것을 드디어 다시 얻었다.

미믹으로서 강력한 힘을 잃어버린 건 다소 아쉽지만 괜찮다.

미믹보다, 인간인 내가 잠재력은 월등하게 높을테니까.

"벨로나."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벨로나를 불러본다.

그녀는 확실히 이상했다.

이곳이 온통 미믹인데, 그녀만은 온전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의문을 품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내게 전설에 대해 이야기했지."

미믹이 된 사내.

그를 무찌른 용사.

그 이야기에 하나의 의문점을 가지지 않은 건 아니다.

의문점이랄까. 궁금했다.

사내는 도둑이 든 걸 눈치채고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지키려 상자에 들어갔다고 했다.

도둑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물건을 들고 도망가는 게 나았다. 도망치는 게 두려웠다면 커다란 상자 안보다는 상자 뒤에 숨는 게 나았지만.

사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겁거나 부피가 컸다면 상자 안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어째서 상자 안에 들어갔을까.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그것으로 왜 미믹이란 악마가 되어버렸을까.

"사내가 지키려던 건."

품에 안을만큼 조그마한 것.

그저 일개 농민이 목숨을 바쳐 지킬만한 건 그렇게 많지 않다.

추려나가다보면 자연스레.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남는다.

평소에는 길가의 돌멩이처럼 본체 만체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위기의 상황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

그건 바로.

"가족."

미믹의 왕 파르바.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

아니, 보물은 아마도...

"벨로나. 네가 아니었을까."

품에 안을만큼 작고 소중한 것.

소작농의 작은 집에서 숨을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정확한 경위는 모른다.

하지만 벨로나.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약간이나마 추정해볼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세상 또한.

제 딸을 사랑했으나 지키지 못한 채 미믹이란 악마가 되어버린 사내의 죄책감과 서글픔이 만들어낸 세상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볼 뿐이었다.

"맞나?"

묻자.

답했다.

"맞, 아요. 딸과 아버지는 상자 안에 숨죽였지만... 결국 도둑의 검에 찔려 같이 죽었죠."

쩌저적.

얼어붙은 채 갈라지는 벨로나는 어렵사리 미소 지었다.

"바보 같은, 아버지..."

쨍그랑.

깨져 사라진 벨로나의 얼음 조각 사이로 빛무리가 빠져나왔다.

하늘로 치솟는 빛 무리는 하나의 기억을 엿보여줬다.

[아빠!]

[벨로나. 그건 뭐니?]

[이거, 내가 찾았어! 내 보물! 하지만 아빠 줄게!]

[네 보물이잖니. 아빠한테 줘도 괜찮은거야? 소중한거잖아.]

[응! 소중한거니까! 아빠 주는거야! 대신 이거 줬으니까 벨로나를 보물처럼 생각해줘야 해!]

[하하! 당연하지 우리 딸! 아빤 벨로나보다 소중한 보물은 없는 걸!]

빛무리 속에서 엿보인 인자한 낯의 아버지와 귀여운 딸.

[그럼 약속!]

[그래 약속. 벨로나가 준 보물도 반드시 소중히 하마.]

[응!!]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자는 없다.

그건 인간도, 악마도, 하물며 동물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다면 각자의 사연이 생긴다.

사연은 참 아프다.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고, 아프고, 당시의 슬픔이 눈물을 훔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사연을 가지고, 또 살아간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

하물며 악마라도 마찬가지.

그런 것 하나하나에 동정할 만큼, 지금의 세상은 녹록치 않다.

부서진 얼음조각 사이.

떨어져 있는 아이의 보물을 손에 들며 난 무너져 가는 세상을 바라봤다.

아이의 것이었으나 아버지의 소중한 보물이 된 그것. 그건 딸 아이가 열심히 찾아낸 작은 클로버였다.

딸 아이에게는 소중했고, 아버지는 지키고 싶어 했던 그것.

"... 이쁘네."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한참이나 벨로나의 네잎클로버를 바라보았다.

벨로나의 클로버

102화.

어릴 적.

부모가 없어 보육원에서 길러졌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모아놓은 보육원은 은근히 바쁘다.

억압되고 제약 많은 일상 중에서도 아이들은 이따금씩 클로버를 뜯어 자신이 애정하는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선물하고는 했다.

네잎의 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

이 클로버를 가지고 있으면 부모 없는 아이라고 할지라도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말에 너도나도 네잎클로버를 찾아 헤멨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부모없는 놈들이라며 손가락질 당하고, 같은 아이들에게는 무시와 폭력을 당하기 일쑤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란 방벽이 없다는 건 부도덕한 일을 당해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함께 싸워도 부모 있는 녀석이 유리하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사실들을 뼈저리게 학습한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행운을 바란다.

과학적 검증을 통하지 않았음에도 어린 나이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뿐이니까.

하지만 특별한 행운에 가리어져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게 있다.

"네잎은 행운.."

평이한 세잎 클로버들 가운데 돌연변이로 생긴 네잎은 행운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흔하게 널려 있는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을 때 세잎의 꽃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클로버네요? 화성님, 그거 아세요? 네잎은 행운이지만..."

"세잎은 행복이라지."

"어? 알고 계셨어요?"

"응."

네잎은 행운.

하지만 세잎은 행복이라고 한다.

즐비한 행복 가운데서 우리는 언제나 행운만을 찾는다.

행운을 찾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믹의 보물방에서 나온 뒤.

한동안 클로버만 바라봤다.

그곳에서의 일은 가스불 키고 낮잠 잔 듯한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단순히 기분 나쁜 꿈이 아니라는 확신만을 내게 심어줬다.

[벨로나의 클로버]

[파르바의 미믹 쿠키]

클로버와 미믹 쿠키가 버젓이 내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쿠키는 그렇다쳐도 클로버는 무엇일까.

보물방에 있던 미믹의 왕 파르바는 어쨌든 간에 시스템이 준비한 보물 중 하나라는 뜻이다.

나름의 히든 던전.

그곳을 공략했더니 나온 게 벨로나의 클로버다.

파르바의 보물.

그건 딸의 보물이었다.

[벨로나의 클로버]

-미믹의 왕, 파르바의 보물.

단순히 이렇게만 쓰여져 있다.

따로 등급이 있는 것도 아니요, 쓰임이 정확히 적혀 있지도 않다.

하지만 난 안다.

이 세상에 악마들이 난입한 뒤.

멸망으로 향하고 있는 지구에서 아이템의 설명이 빈약하면 빈약할수록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난 곧장 감정 스크롤을 꺼냈다.

거래소에 나왔다 싶으면 값비싼 가격에 팔려나가는 감정서지만 내게는 남아도는 물건.

녀석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관찰자는 지옥광산에서 볼일이 있다고 하니까...'

한국의 네피림들을 대거 이끌고 일본 놈들의 영역을 뺏고 있다고 들었다. 그도 북한에서 벌어질 대악마 레이드에 대해 알고 있다.

때문에 전력을 빨리 끌어 올리기 위해 분주하다.

현 상황에서는 악마를 사냥하는 것보다 같은 인간을 쓰러뜨리는 게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으니까.

광산의 일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은 선은 넘었다.

선을 넘은 죗값은 목숨으로 치루는 게 지금의 방식이니까.

찌지직.

스크롤을 찢자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감정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숨겨진 글귀가 나타납니다."

[벨로나의 클로버]

-미믹의 왕, 파르바의 보물.

파르바가 수백년을 품은 보물은 미지의 힘이 담겼다. 한 소녀가 지녔을 찬란한 미래였을까. 아니면 자식을 사랑한 부모의 마음으로 비롯 됐을까. 허나 확실한 것은 그의 보물에 담긴 힘은 규칙을 파괴할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magic 등급의 스킬을 각성시킨다.〕

"!!"

매직 등급의 스킬을 각성?! 강화가 아닌 각성이었다.

순간적으로 데몬시드, 또는 카탈린의 감전이 떠올라 흥분했지만 잠시 뒤 흥분을 가라앉혔다.

"기프트 스킬은 등급이 없어."

매직 등급이라는 걸 보니 일반 스킬을 말하는 듯 했다.

매직 등급.

내가 가지고 있는 매직 등급의 스킬 종류는 이렇다.

[브램블리] (magic)

-소서리스의 어머니가 만든 마법. 가시덤불을 자라게 만들어 조종한다.

『레그릿지』 (magic)

-벽에 쉽게 붙을 수 있다.

『거스트』 (magic)

-거친 돌풍을 만들어낸다.

『클루트』 (magic)

-어디든 박차고 오를 수 있다.

"매직 등급은 별로 없네."

워터볼이나 투척, 돌진과 같은 스킬들은 아예 등급이 없다.

언커먼이라는 뜻이겠지.

아니면 노말이라 없는건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벨로나의 클로버는 매직 등급의 스킬을 각성시킨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가진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레그릿지나 클루트는..."

각성해도 기대치가 낮다.

이들은 보조적인 스킬이기 때문.

벽에 붙고 허공을 박차는 스킬을 각성시킨다해도 그다지 효용성이 좋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체할 플라이라는 마법과 카이삭스의 표식이 있는데 당연히 굳이라는 의문이 든다.

거스트도 딱히.

각성으로 하여금 무언가를 기대해볼 기대치가 현저히 낮다.

결국 내 시선은...

"브램블리."

소서리스의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마법.

브램블리로 시선을 옮겼다.

고작 가시덤불을 자라게 만들어 조종하는 마법.

나름대로 조작을 잘하면 가시덤불을 두껍게 만들어 덩쿨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태생적 한계랄까.

그 때문에 스킬을 쓰는데 있어 한계가 명확한 마법이다.

시전 속도.

자체적인 내구력.

공격력 등등 단점이 꽤 많은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땅속에서 뿌리를 두고 튀어나오는 마법이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엘리트나 챔피언급 악마를 상대할 때는 느린 속도라고 할 수 있다.

한끗으로 죽고, 살고하는 전장에서 시전 속도가 느린 마법, 게다가 내구력조차 간단히 뜯기는 스킬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물론 대신이라고 할 정도로 소모 마나의 평균치가 낮고, 레벨이 낮은 악마를 대량으로 상대할 때는 쓸모 있기는 하지만 강적을 상대할 때는 눈가림 정도를 제외하면 의미가 없다.

이른바 양학 전용 스킬이라는거다.

"유니크까지만 됐어도 좋았는데. 아니면 차라리 노말급이었으면..."

자주 사용하는 투창 스킬을 각성시켰을 텐데 말이다.

매직등급만이 표시된 걸보면 아마도 안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쉬움은 언제나 있는 법.

'곧 레이드다.'

대악마의 레이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매직 등급의 다른 스킬을 얻을 확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낮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시간에 차라리 스킬을 각성시켜서 여러 전투에서 미리 시험해보는 게 이치에 맞다.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면 있으나마나 한거니...

브램블리를 각성시키는 게 맞다.

"좋게 생각하자."

브램블리가 각성되면 어떻게 될까.

강화라면 스킬의 힘이 강해지기만 하겠지만 각성이다.

강화와 각성은 다르다.

아예 새로운 스킬로 변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난 각성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강화가 아닌 각성.

완전 새로운 스킬이 될지도 모른다.

사용함이 옳다.

"..."

파르바의 보물.

소중하게 여긴 것임을 알아서 그런지 괜히 마음이 좋지 않다.

아마도 사용하게 된다면 필시 클로버는 바스라져 사라지겠지.

소멸할 것이다.

"어쩔 수 없나."

불필요한 죄책감이 불현듯 밀려오지만 어쩌겠나.

산 사람은 살아야지.

누군가 그랬다.

본래 인간이란 수많은 사람의 죽음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나 또한 다르지 않다.

불별도와 기부도에 심어진 씨앗.

그리고 자라난 나무들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으로 자라난 것들이니까.

"벨로나의 클로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몇번이고 물어도 내 답은 같다.

죽음을 딛고 몇번이고 억척같이 일어나 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게 나, 데몬시드니까.

"스킬 각성을 시작합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인합니다."

"가장 적합한 사용법으로 스킬을 각성합니다."

돌연 나타난 스킬북.

그곳에는 브램블리라 적혀 있었다.

글자를 알아본 것은 아니다.

펼쳐진 스킬북에 그려진 그림.

가시덤불을 보고 알았다.

화르륵.

이내 몇개의 글자가 불타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알수없는 글자들이 나타나 스킬북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가시덤불의 그림은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시덤불의 가시는 좀 더 날카로워졌고 얇았던 덤불은 실타래처럼 서로 뒤엉켜 더 두꺼워졌다.

그것만이라면 실망했을 것이다.

그림 속 브램블리는 창처럼 뾰족했고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땅속에서 빠르게 튀어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거기다 또는 살아있는 것처럼 상대를 옭아메기도, 창처럼 찔러 죽이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킬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브램블리가 가지고 있던 가시덤불의 가능성을 모조리 돌파했습니다. 이는 한 소녀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브램블리는 더 이상 가시덤불이 아닙니다."

"그녀는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성장할 것입니다."

[브램블리] (awaken)

-원한다면 브램블리는 언제나 당신을 지키고 적을 섬멸할 것입니다.

〈독 Lv,1〉

-그녀의 가시엔 독이 있습니다. 독을 먹인다면 필시 좋아할 겁니다.

〈내구 Lv,1〉

-그녀는 갓 태어난 생명과도 같습니다. 찢기고 상처 입으며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힘 Lv,1〉

-필연적으로 강한 힘을 지닙니다.

〈관통 Lv,1〉

-강한 힘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관통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스킬.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각성이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역시...

"스킬의 이름을 새로 정하시겠습니까?"

스킬의 각성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말했다.

브램블리는 가시덤불의 가능성을 돌파했다.

이는 한 소녀가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를 무한한 잠재력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또 말했다.

브램블리는 살아있고 성장한다고.

난 똑똑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하지도 않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한 소녀에 대해 모르지도 않다.

"스킬의 이름을 새로 정하시겠습니까?"

눈앞에서 깜빡이는 시스템 창을 눌렀다.

그리고 이름을 적어 넣었다.

다른 이름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새로운 이름이 적용되었습니다."

"브램블리는 지워집니다."

"최초로 스킬을 각성시켰습니다."

"데몬시드의 명성이 전역에 퍼집니다."

[벨로나] (awaken)

-원한다면 벨로나는 언제나 당신을 지키고 적을 섬멸할 것입니다.

브램블리는 이제 없다.

하지만 벨로나가 이제는 나와 함께할 것이다.

그제야 내 입가엔 미소가 피었다.

"벨로나."

이름을 부르자 내 마나를 절반 가까이 먹어치우고 주변으로 가시덩쿨이 땅을 흐느적거리며 천천히 머리를 치켜 들었다.

여러개의 덩쿨은 한곳으로 모여 소녀의 형상을 만들었다 다시금 땅속으로 파고들어 마치 뱀처럼 유영했다.

정말로 살아 있다는 듯이.

"하..."

클로버는 사라졌다.

그러나 벨로나는 살아 있다.

그것으로 되었다.

"근처에 서펜트 없으려나."

벨로나를 시험해볼겸 성장도 시킬 생각에 벌써 몸이 근질거리던 찰나.

[엘프님으로부터 메시지]

-히든 던전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입수 했습니다. 괜찮으시면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딱 좋네."

아마존이 딱 좋은 정보를 물어왔다.

자동사냥

103화.

강원도 횡성.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고기의 고장.

한우가 유명한 횡성도 악마의 침입을 빗겨갈 수는 없었다.

'옛날에 출장 왔을 때 오고 처음 오는 건가.'

딱히 뭔가 특별한게 보이지는 않았다. 도로에는 부서지거나 불탄 자동차들과 인간의 흔적들.

인간과 악마의 사체로 추정되는 말라 비틀어진 무언가에 파리가 꼬이는 것만이 보일 뿐이다.

내가 아마존의 연락을 통해서 강원도 횡성으로 오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거래소를 통해서 그녀가 올린 포탈을 구매해서 왔으니까.

히든 던전.

확실치 않은 정보라지만, 기분 전환겸 올만한 가치는 있었다.

던전을 찾지 못해도 벨로나를 사용해볼 시험대로 횡성은 그럭저럭 악마들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니까.

'키우던 소들이 악마화 됐다던가.'

그런 얘기를 커뮤니티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있는 섬에서 횡성은 꽤 먼 거리라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아마존이 전부 설명해주고 있으니.

"미로?"

"예. 횡성 전체가 미로화 됐습니다."

"듣기만해도 귀찮아지네."

"횡성은 아시다시피 소가 많았습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악마의 꾀임에 넘어가기란 쉽죠. 악마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힘은 분노라는 설이 꽤 유력하니까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악마 추종자가 된 사람들은 꽤 있다.

악마 추종자들. 광신도라 부르기도 하는 사이비들을 뜻하는 말이다.

같은 인간을 사냥하고 털어가는 약탈자 무리는 아직도 성횡한다.

스캐빈저라 쓰고 살인마들이라 부르는 놈들도 있는데 광신도라고 없을까. 힘없고 싸울 의지조차 없는 이들은 네피림을 외면하고 힘에 치를 떨며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악마를 숭배하며 그들이 주는 쉽고 편한 힘에 빠져 같은 인간을 죽이고 잡아 먹어 끝내 악마가 되는 놈들도 있다하는데 소라고 악마가 못될까.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 전부입니다."

"그래, 뭐."

약간 미안한 기색으로 말하는 아마존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히든 던전의 정보를 입수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니 횡성에 자리잡은 세가지 구역 전부를 들쑤시겠다는 소리였다.

나로서는 벨로나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성장 시킬 겸 나쁘지 않은 행선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물어야 했다.

"정보의 출처는?"

아마존이 걸음을 멈췄다.

이내 뒤돌아보며 답하기를.

"정부쪽입니다."

"역시 그런가."

아마존은 본래 여의도쪽에서 활동하며 정부와 끈이 있다. 저번 카오스 게이트에서 말한대로 정부가 입수한 정보를 몰래 빼돌린 듯했다.

'기본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막연히 그녀가 내 편이길 기대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제일 일순위니까.

"정부는 뭘 하고 있지?"

"나름대로 생산성 있는 일을 추진중인걸로 압니다."

"예를 들면?"

"식량 문제죠. 악마들이 나타나고 1차적인 멸망기에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식량을 비축한 집단들은 꽤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아직까지는 거래소만봐도 식재료들이 꽤 많다. 물론 그것들이 사라지는 일은 시간무제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세상이 이지경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농업에 종사하는 농사꾼이 있을 리 만무하다.

농사라는 건 생명이 보장받은 이후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곧 식량이 떨어져 식량난이 발생하면 약탈자 무리나 광신도들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테니까요. 안 그래도 난리인데 더 혼란해질겁니다."

"그래도 뭔가를 하긴 하는군."

식량 문제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기도하니 정부가 나서서 그쪽을 해결해준다면 다행인 일이다.

아무리 그간의 병크로 개무시를 당한다해도 나름대로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일테니까.

"식량이 어느정도 확보되면 랭커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장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뇌물인가?"

"그런셈이죠."

"공짜밥이 제일 비싸다던데..."

식량을 빌미로 무슨 일을 부탁하려 할지 벌써부터 께름칙했다.

"데몬시드. 당신은 상관없지 않나요."

"글쎄, 모를 일이지."

나라고해도 평생 악과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식량난이 심해져 거래소에 올라오는 식량들도 전부 동이 난다면 결국 정부가 보유한 식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겠지.

'그렇게 되기 전에 나도 따로 농사를 지어야겠지.'

그동안 바빠서 딱히 계획하지 않았지만 이젠 슬슬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렘들이 있으니 농사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고기는 닭이나 돼지를 키워보면 될 일이기도 하고 악마화된 놈들중에는 먹어도 되는 녀석들이 꽤 많으니.

"횡성에 있는 소들, 먹어도 되는건가?"

"예. 정부에서 따로 검사해본 결과 성분 자체는 일반적인 소와 크게 다를 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광우라고 하면 아시지 않습니까."

"광우병 말인가?"

"예. 악마화된 소들을 광우라고 부르는데 아무래도 미쳤다는 인식 때문에 식용에 문제가 있습니다."

광우병 소동.

"뇌에 구멍 뚫린다는 그거?"

"예. 아무래도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광우에 손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미신이라는 게 그래서 무섭죠. 아님을 알면서도 왠지 꺼림칙하니까요."

아마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헛웃음을 뱉었다.

그런 소동을 모르지 않다.

하지만 그런 미신에 민감했던 건 적당히 잘사는 집이지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이 신경쓸만한 건 아니었다.

소? 없어서 못 먹었다.

유통기한 지난 식품도 배고프면 자연스레 먹는 게 사람이다.

곰팡이가 있으면 털어내 먹고, 잘라먹고 어떻게든 먹는다.

배고프면 무슨 짓이든 못할까.

그런데 광우병?

적어도 나한테는 신경쓰이지도 않는 내용이다.

'악마화된 광우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큰 차이가 없다면 소라는 건 인류의 고마운 식량이자 친구다.

먹을 게 없으면 같은 인간도 뜯어먹는 게 사람인데 그런 거 가릴 때냐 싶기도 하다.

"여깁니다."

"여기는?"

"미로입니다."

미로.

소와 관련된 미로라면 단연 서양의 미노타우르스가 떠오른다.

"신의 저주를 받은 여자가 암소한테 반해서 낳은 아이가 미노타우르스였지?"

"예. 물론 여기 있는 녀석들의 기원은 잘 모르겠지만요. 여기부터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미로.

무슨 미로를 말하나 했는데 정말 그냥 미로였다.

거대한 벽으로 만들어진 미로.

"꼭 여기로 들어가야하나?"

"글로리안의 말에 따르면 미로는 횡성 대부분을 덮을 정도로 큽니다. 하지만 미로의 중심 부근에 지하로 통하는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그쪽을 공략해볼 생각입니다."

지상의 미로는 위가 뻥 뚫려 있어 날개를 가진 글로리안이 미리 구조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곳에 히든 던전이 있다?"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생환한 자들의 제보도 있었습니다."

제보?

"예. 보시겠습니까."

아마존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서 보여줬다.

"폰이 되나?"

"통신망이 부서져서 안되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쓰임은 많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영상 하나를 보여줬는데 그곳에는 겁에 질린 사내 하나가 덜덜 떨고 있었다.

[나, 나는 반대했어. 반대했다고!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하지만 지하로 내려갔지. 내려갔어!]

[그곳엔 뭐가 있었죠?]

[거긴! 거긴...!! 아아악! 아아아!! 우리가! 우리가! 먹여지고 있어!!]

정신이 이상한지 지랄 발광을 하며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다소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미로 안에 인간을 사육하는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나름의 집단이 구성되어 있을겁니다. 그리고 집단이 있다면..."

"우두머리도 있겠지."

엘리트나 챔피언 같은.

"그렇다면 히든 던전이 있을 확률도 대단히 높죠.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규모도 규모인 만큼 뭔가가 있겠죠."

횡성군 하나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미로. 그 지하엔 얼마나 많은 악마들이 즐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정도 규모라면 이미 다른 네피림이 던전을 차지했을 것 같은데."

"뭔가가 있으리라 알고는 있어도 섣불리 진입하기 힘든 곳이죠. 악마가 없다해도 거대 규모의 미로입니다. 시간과 자원, 그리고 인력이 동원되지 않는 이상 험난한 모험이죠."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파티 몇으로는 힘들다. 군대에 필적하는 네피림들을 갈아 넣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생존자 파티는 그 혼자만이 겨우 살아 나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군. 포탈이 있다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을텐데 혼자만 나왔다는건가."

"예. 저 미로 속에는 포탈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게 제가 던전이 있으리라 추측하는 핵심 요소 이기도 합니다."

포탈 스크롤이 작동하지 않았다라.

모종의 결계가 있다는 뜻인가.

이건 꽤 흥미로운 관점이다.

'아마존의 이야기는 타당해.'

있을 법한 이야기다.

히든 던전이 없다해도 일반 소가 변한 광우나, 미노타우르스는 데몬시드로 만들어본적 없는 녀석들이다.

미로로 들어갈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정부쪽 정보라고 해서 의심할 이유는 없겠지.

그들이 나한테 밉보여서 좋을 것도 없을테니까.

"지도가 있으니 지하까지의 길은 헤메지 않고 갈 수 있을겁니다."

아마존은 휴대폰으로 찍어 놓은 지도를 보며 답했지만 섣불리 앞장서지는 않았다.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저희 둘로 충분할까요."

"충분해."

앞서 말했다.

길 안내를 맡을 아마존과 나.

둘이면 충분하다고.

솔직히 산책처럼 가볍게 나선 곳이다. 한국 네피림들 키운다고 다닥다닥 붙어서 미로로 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위로는 든든한 바바리안 정도는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만 굳이 부를 필요는 없다.

솔직히 지금 내가 가진 스킬들은 사람 많아봤자 사용하기 거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니까.

"옵니다."

따로 설명하기 귀찮아 미로로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눈이 시뻘게진 광우들이 단단한 뿔을 앞세워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저놈들 레벨은 어느 정도지?"

"관찰자의 능력을 빌리지 못해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2레벨에서 3레벨 정도일 겁니다."

벨로나의 시험대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달려드는 광우들의 숫자는 얼추 여섯마리 정도. 난 곧장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노크하듯 땅을 툭툭 두드렸다.

"벨로나."

그와 동시에.

촤자자작!!

땅 밑에서 날카로운 덩쿨이 창처럼 광우의 몸을 관통했다.

"광우를 쓰러뜨렸습니다."

"광우를 쓰러뜨렸습니다."

"광우를 쓰러뜨렸습니다."

"광우를 쓰러뜨렸습니다."

"광우를 쓰러뜨렸습니다."

"벨로나의 관통력이 상승합니다."

"벨로나의 내구력이 상승합니다."

"벨로나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벨로나] (awaken)

-원한다면 벨로나는 언제나 당신을 지키고 적을 섬멸할 것입니다.

〈독 Lv.1〉

-그녀의 가시엔 독이 있습니다. 독을 먹인다면 필시 좋아할 겁니다.

〈내구 Lv.1〉 ▶ 〈내구 Lv.2〉

-그녀는 갓 태어난 생명과도 같습니다. 찢기고 상처 입으며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힘 Lv.1〉 ▶ 〈힘 Lv.2〉

-필연적으로 강한 힘을 지닙니다.

〈관통 Lv.1〉 ▶ 〈관통 Lv.3〉

-강한 힘을 바탕으로 강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 예상대로.

각성한 브램블리.

아니, 벨로나는 강력함 그 자체였으며 더욱 강해질 마법이었다.

딱히 명령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적을 섬멸하는 마법.

ai가 탑재된 것처럼 전투를 학습하고 극상의 효율을 찾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인다.

마치... 자동사냥 그 자체.

내 생각이상으로 벨로나의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미노우스 [1]

1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