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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역시 사탄 마귀가 득세한 세상에서 타락한 성도님들은 평범한 방법으론 회개가 힘드네. 청년 회장, 구마 의식 좀 준비해 줄래요?"

"아멘."

히끅...!

구마 의식이라는 말에 함께 있던 신가영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할 만큼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실금한 가영이의 다리 밑으로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들자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새 신자의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키는 건 전부 다 할 테니까 제발 아이들만큼은 보내 주세요! 네?"

"진짜 다시는 도망 안 칠게요! 잠도 안 자고 일하고, 돈도 필요 없어요! 성천주님과 하늘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애들만큼은...!"

아이들의 부모도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서중권에게 간청했지만, 서중권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부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금 형제자매님이 착각하신 게 있는데, 형제자매님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요. 이게 다 형제자매님 속에 있는 마귀, 사탄 새끼들 때문에 그런 거지."

"구마봉 가져왔습니다, 하늘 아버지."

한준회는 허리를 숙이며 자신이 가져온 구마봉을 서중권에게 공손히 건넸다.

서중권은 구마봉의 손잡이를 들고는 그것을 스윽 훑어보았다. 사람의 피를 얼마나 먹었는지 적갈색으로 반들거리는 몽둥이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을 했다.

서중권은 그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하지만 반대로 꿇어 앉아 있던 부모는 사색이 된 얼굴로 몸을 떨었다.

"이건 내가 100년 된 떡갈나무를 깎아서 100일 동안 기도 드려 만든 구마봉인데... 안심하세요, 형제자매님. 이게 효과가 좋아. 이걸로 쫓아내지 못한 마귀, 사탄이 하나도 없거든."

"아아...!"

"제, 제발 살려 주세요...!"

"성천주의 생육신, 하늘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 마귀야! 썩 물러가라!"

퍽! 퍽! 퍽! 퍽! 퍽! 퍽!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관절이 뒤틀리고, 피가 터져 나오고....

부모가 맞아 죽어 가는 끔찍한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자식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신가영은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지금도 눈만 감으면 부모님이 맞아 죽던 모습이 방금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내성이 생긴 탓일까? 이번에는 기절도 못 하고 두 사람이 죽어 가는 광경을 그대로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하여간 씨발것들이 사람 고생하게 만들고 있어. 안 그래도 바빠 죽겠구만."

오늘도 피를 잔뜩 먹은 구마봉을 한준회에게 건네준 서중권은 시체를 건너뛰어 신가영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쪼그려 앉아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그리는 서중권. 피를 잔뜩 묻힌 얼굴로 미소를 그리는 그의 모습은 신가영의 눈에 악마 그 자체로 비춰졌다.

"가영 자매님, 그러길래 왜 또 숨바꼭질을 하셨어. 만식 전도사님이 숨바꼭질 귀신인 건 자매님도 잘 알잖아? 아니면 자매님은 아무리 도망쳐도 구마 의식을 안 받을 것 같아서 그래? 자매님도 들었지, 성천주님은 한 번의 실수는 눈감아 줘도 두 번의 잘못은 용서하시지 않는다고."

"자, 잘못했어요. 요, 용서해 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딸꾹질을 하면서도... 목이 메여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데도 용서를 구하며 두 손을 싹싹 비는 신가영.

서중권은 그런 신가영의 얼굴과 몸을 찬찬히 훑었다.

아직까지는 피지 않은 꽃봉오리. 그러나 만개하면 분명 자신의 취향으로 자라 줄 봉오리에 만족하며 서중권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가영 자매님, 내가 특별히 아끼는 자매님이라 이번 한 번만 더 용서해 주는 거예요. 한 번만 더 쓸데없이 숨바꼭질하면 그때는 자매님이라도 구마 의식을 받을 겁니다. 알겠죠?"

"네...."

긴장이 풀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마자 눈을 감고 쓰러지는 신가영.

"어이쿠."

그녀를 안아 든 서중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년 회장이 물었다.

"남은 애들은 어떻게 할까요?"

"평소대로 우리 교회 사설 보육원으로 보내세요. 사탄 마귀가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지 오늘 똑똑히 지켜봤으니까 제대로 교리를 가르치면서 키우면 분명 하늘나라의 훌륭한 일꾼이 될 겁니다."

"아멘."

* * *

그날 밤.

진탕 술을 마시고 여자들을 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든 서중권.

성천교회에서... 그리고 이 마을에서 자신은 왕이었다. 아니, '신'이었다.

성도들을 착취해서 돈은 얼마든지 쓸어 담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지목하기만 해도 그 부모가 알아서 딸을 바친다.

경찰도, 행정 조직들도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 있었기에 자신의 왕국이 무너질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이곳에서만큼 자신은 신(神)이었으니까.

"니미, 사기 전과 18범따리 사기꾼이 신은 무슨.... 짜장에서 똥 맛 나는 소리하고 있네."

"뭐, 뭐야?"

서중권은 깜짝 놀라 부릅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꿈인가? 그래, 꿈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변에 보이는 구름들은 무엇이고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은 또 어디란 말인가?

끝없이 펼쳐진 뭉게구름의 대지, 황금으로 지어진 건축물과 동상들, 아름다운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천사들까지....

의심할 여지없는... 하늘 나라라고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그릴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서중권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때였다.

"뭘 그렇게 놀라서 두리번거려? 내 생육신이라면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닐 텐데."

"크윽!"

방금 전 들렸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머릿속에 천둥처럼 울리자 서중권은 인상을 찌푸리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음새 없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순백의 상아로 만들어진 계단 위.

새하얀 구름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권좌에 비스듬히 누워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사들의 시중을 받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서중권은 더듬거리면서도 그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신지...."

"쯧쯧쯧, 말세네, 말세야. 다른 놈도 아니고 내 성육신이라는 놈이 날 못 알아봐? 나잖아. 나. 성천주."

"서, 성천주?"

서중권은 너무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성천주가 꿈에 나오다니...!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 그럴 리가! 성천주는 내가 만들어 낸...."

"꾸짖을 갈!"

"커헉!"

쿠르릉... 콰쾅!

성천주의 일갈에 진노한 하늘이 뇌성벽력을 토해 내자,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 서중권이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보자 보자 하니 이리도 무엄한 것을 봤나! 내 이름을 가지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감히 이 몸을 부정해?"

"그, 그게 아니라 성천주께서 진짜로 계실 줄은 감히 상상도 못 해서...."

서중권이 바닥에 코를 박고 오들오들 떨며 고하자 성천주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긴말할 것 없다. 근시일 내에 나를 꼭 닮은 존잘 신관장이 네놈의 교회를 찾아갈 것이다. 너는 이 몸의 신관장을 나와 같이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네? 그게 무슨...."

"알았어? 몰랐어? 그것만 딱 대답해. 몰랐다면 한 번 더 꾸짖어 주고."

모르긴 몰라도 방금 전 머리가 깨질 것 같던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서중권은 곧장 대답했다.

"명심하겠나이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고."

그렇게 성천주는 짓궂은 미소를 그리며 꿈속에서 사라졌다.

돌아온 마왕의 현대 생활 백서

61화 성천주의 신관장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몸이 불편하시면 오늘 새벽 기도는 전도사님께 맡길까요?"

청년회장 한준회는 어젯밤 동침했던 여성들의 시중을 받으며 예복으로 갈아입는 서중권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마치 똥을 씹은 듯 잔뜩 일그러진 인상이 좀처럼 펴지지 않았던 탓에 한준회는 물론이고 여성들까지 유난히 그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탓이다.

"아니, 아닙니다. 새벽 기도야말로 성천주와 가장 까가워질 수 있는 영적인 시간. 이 시간을 감당하기에 전도사님은 아직 수행이 부족하지요. 조금 잠을 설친 것뿐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한준회는 대답 없이 읍하며 서중권의 뜻을 따랐다.

새벽 기도는 노동 착취에 지친 사람들이 가장 참석하기 힘든 시간이니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

그러므로 새벽 기도회의 참석 여부에 따라 관리 대상을 분류할 수 있었으니 서중권 본인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그렇게 새벽 기도를 마치면서 동이 트기도 전부터 사람들의 노동이 시작되었다.

"우리 형제자매님들,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이고, 하늘 아버지!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깨끗한 예복에 흙 묻으실 텐데...."

"성도님들께서 이토록 정성스럽게 교회를 위해서 헌신해주고 계신데 제가 이 정도도 못 할까 봐요? 우리 김말자 성도님, 성도님께서 흘리는 땀 한 방울이 하늘나라에서는 영생수의 과실로 열린다는 거 잘 알고 계시죠?"

"암요! 이미 하늘나라에 제 영생수만 수백 그루는 심어 놨지 않겠습니까? 우리 하늘 아버지와 교회를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일해야지요."

"정말 훌륭하신 믿음이십니다. 덥고 힘드신데 음료라도 드시면서 하시지요."

서중권이 웃으면서 뒤에 서 있던 한준회를 돌아보자 한준회도 힐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을 따르던 청년회가 돌아다니면서 가지고 있던 음료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이미 음료 상자를 봤을 때부터 동공이 떨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만 삼키던 사람들은 음료를 나눠 받자마자 숨도 안 쉬고 병을 따더니 그대로 내용물을 들이켰다.

"자, 그럼 성수도 마셨으니 오늘 하루도 힘내서 성천주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우리 모두 헌신합니다."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으나 서중권의 미소는 오히려 진해졌다. 약기운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서 저들은 몸의 한계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저들에게 빼앗은 저들의 밭에서 자신을 위해 몸이 고장 날 때까지 일해 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수익은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테고....

이렇듯 서중권은 신도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밭을 돌아다니며 신도들을 감시하고 약을 탄 음료를 건네며 사람들을 철저하게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서중권은 논밭을 시찰하며 자신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자신만 보면 그저 허리를 굽실거리며 착취당하는 노예들의 모습에 점점 더 기분이 풀리며 표정도 좋아졌다.

'역시 개꿈이었어. 하여간 지랄맞게 생생해서는.... 적어도 나의 왕국에서 나를 어쩔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됐건, 신이 됐건, 그 누구라도!'

그런데....

"하늘 아버지!"

"무슨 일이시죠? 형제님, 그렇게 급하게...."

마지막 논을 점검하던 도중, 자신을 다급하게 찾아온 한 청년회 소속 부하의 표정에 서중권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자신을 성천주님의 신관장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나타나서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서, 신관장? 지금 신관장이라고 했어? 어?"

"예! 분명 그렇게 얘기한 후 청년회 회원들을...."

"그 새끼 어디 있어? 내가 직접 그놈 얼굴을 봐야겠다!"

* * *

부아앙!

성천교회 앞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귀에 난데없이 시원한 엔진 배기 음이 파고들며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한 대에 억대를 호가하는 독일 B사의 최고급 스포츠 바이크와 다크 라이더 슈트, 그리고 블랙 헬멧까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라이더는 바이크에서 내리더니 헬멧을 벗어 핸들에 걸어 놓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크네?"

성천교회를 찾아온 최강태는 교회를 스윽 훑어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명 교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더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는 도저히 논밭만 가득한 강원도 시골 산동네에 있을 건축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형제님. 오늘 처음 보는 형제님이시군요. 저희 교회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최강태는 상대를 스윽 훑어보더니 고개를 슬쩍 들어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풉!"

180cm의 최강태가 고개를 들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상대의 키와 체구는 압도적이었다.

그런 녀석이 청바지에 '하늘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니, 웃음을 참는 쪽이 더 무리였다.

그러나 최강태의 비웃음이 상대에게는 썩 좋은 인상으로 와닿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좋은 용건으로 찾아오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조용히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이건 형제님을 위해서 드리는 성천주님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보아하니 역시나 하늘 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신 모양이네. 난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넌 가서 하늘 아버지한테 전해. 성천주의 신관장이 찾아왔으니까 후딱 튀어 오라고."

그렇게 자기 할 말만 남기고 앞서 걸어가는 최강태.

"아나, 상대해서 시간만 손해 봤네.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후웅!

떡대는 주먹을 들어 망설임 없이 최강태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교회의 청년 회원은 아닌지 거대한 체구로도 주먹을 뻗는 속도가 제법 날렵했다.

게다가 체구와 체중이 있으니 가볍게 뻗은 주먹이라도 그 위력은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청년 회원들은 당연히 자신의 동료가 미친놈의 머리를 시원하게 날리고 미친놈이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저만한 체구의 떡대가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가격하다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누구도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슉, 빠각!

정작 눈앞에 벌어진 결과는 정반대였다.

"커헉!"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건지 보지도 않고 고개만 틀어 정확한 타이밍에 주먹을 피한 최강태가 몸을 반전시키며 주먹을 뻗었다.

몸을 회전시킴과 동시에 원심력을 실어 날린 주먹은 정확하게 떡대의 안면에 명중했고....

쿵...!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면이 함몰된 떡대가 마치 바닷속에 가라앉는 전함처럼 그 자리에 맥없이 쓰러졌다.

'주, 중택이가 한 방에?'

'미친! 저 새끼 대체 뭐야?'

"별것도 아닌 게 감히 성천주의 위대하신 신관장님께 주먹을 휘둘러? 넌 새꺄, 좀 이따 제대로 보자."

쓰러진 떡대의 티셔츠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 낸 최강태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한 청년회 회원들이 조금씩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를 포위했다.

그러자 최강태는 정면을 바라보며 심드렁하게 물었다.

"딱히 길을 비키라느니 그런 상투적인 얘기를 할 생각은 아닌데, 너희들 지금 누구 앞길을 막고 있는지는 알고 이러는 거지?"

"좆이나 까 잡숴. 네가 성천주님의 신관장이면 내가 성천주님의 할아비다, 이 미친 새끼야!"

이대로 저 미친놈을 신성한 성전에 들일 수는 없다. 만약 놈을 이 자리에서 막지 못한다면 지금 쓰러진 떡대보다 더 심한 꼴을 자신들이 당할 테니까.

그래서 청년회는 애써 뱉어 낸 욕지거리로 두려움을 이겨 내며 최강태에게 덤벼들었다.

물론 그 결과는 처참했다.

빠각! 으득! 퍽! 쩌정! 콰직...!

"끄아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

"살려 줘...."

고작 1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열댓 명의 회원들이 처참하게 망가진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고통에 찬 곡소리를 질러 댔다.

"확실히 패기 넘치는 젊은이가 많으니까 좋네."

최강태는 그들의 곡소리를 기분 좋게 음미하며 서중권의 집무실로 직행했다.

* * *

"이, 이게 대체...!"

다급히 교회로 돌아온 서중권은 눈을 부릅뜨며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지 못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남겨 둔 청년회 회원 열댓 명이 바닥에 처참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니겠는가?

"중택! 중택이는? 김중택이 있었는데 이런 꼴이 나지는 않았을...."

그런데 굴러다니는 청년회 회원들 떡대, 김중택을 확인한 서중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타고난 피지컬, 뛰어난 전투 센스. 단지 그 두 가지만으로 대전 일대의 조직들 사이에서 스카우트 0순위로 떠오르던 유망주를 어렵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서중권이었다.

그랬던 김중택이 설마 이런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놈은? 여길 찾아왔다는 그 미친놈은 어디 있어?"

"하, 하늘 아버지의 방에서 기다린다고...."

"너희는 남아서 이 새끼들 병원 데려다 주고, 너희는 혹시 다른 목격자가 있는 지 알아내. 있으면 조용히 처리하고. 나머지는 따라와!"

"예!"

쓰러진 녀석 중 한 놈을 붙잡아 최강태가 있는 곳을 알아낸 서중권이 명령을 내린 후, 나머지 청년회를 이끌고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감히 사탄 마귀의 앞잡이 새끼가 신성한 내 성역을 흙발로 헤집고 들어와?'

서중권은 계속 떠오르는 지난밤의 꿈을 의문인에 대한 분노로 떨쳐 내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르는 청년회의 눈빛도 살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둘러 챙긴 연장을 들고 서중권을 따르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 사람을 죽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벌컥!

"왔어? 이렇게 얼굴 보는 건 처음이지? 하늘 아버지."

"어, 어떻게...?"

자신의 집무실 문을 벌컥 연 서중권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폰 게임을 하다가 자신이 들어온 걸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상대의 모습에 경악했다.

억지로 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성천주의 모습.

그 얼굴과 너무나도 똑같은 얼굴을 가진 청년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데 놀라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처음 보는 자신을 아는 척하는 저 태도며, 자신을 신관장이라고 소개했다는 점까지....

'서, 설마 그 꿈이 진짜였다고? 그자가 정말로 성천주란 말이야? 아니지! 말이 안 되잖아! 성천주는 내가 만들어 낸 가짜 신이다! 그런 가짜 신의 신관장 따위 존재할 리가 없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믿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쳐다보며 손을 흔드는 저 익살스러운 미소와 얼굴은 대체 뭐란 말인가?

"하늘 아버지, 저 마귀는 제 손으로 끌어내겠습니다."

"자, 잠깐...."

서중권이 망설이는 사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회칼을 꼬나든 청년회 회원 한 명이 빠르게 최강태를 향해서 다가갔다.

어차피 이곳에서 사람을 죽여 봤자 바깥세상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그는 마귀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을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강태는 책상에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호오~ 감히 성천주님의 신관장인 이 몸에게 위해를 가하시겠다? 그 이상 다가오면 성천주님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텐데, 그래도 괜찮다는 건가?"

"사탄의 앞잡이가 별 걱정을 다 하네. 어디, 미친 마귀께서도 피가 붉은 색인지 한번 확인...."

부웅!

"뭐, 뭐야?"

최강태를 향해 다가가던 칼잡이의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오르자,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경악에 찬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게 내가 경고했잖아. 성천주님께서 용서치 않으실 거라고."

그리고....

미소 띤 최강태의 이죽거림과 동시에 성천주의 끔찍한 천벌이 시작되었다.

돌아온 마왕의 현대 생활 백서

62화 진짜 같은 가짜

"자, 잠깐...."

"저게 대체...?"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목격한 청년회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회칼을 손에 쥔 칼잡이가 최강태를 죽이겠다고 나섰다가 돌연 방 한가운데에서 허공에 둥둥 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손발을 허우적거리고 몸을 비틀어 봐도 그의 자력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익!"

쒜엑!

결국 겁에 질린 칼잡이가 최강태를 향해서 가지고 있던 회칼을 던졌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던진 회칼 역시 허공에 멈춰 둥둥 떠 있다가 바닥으로 힘 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광경에 눈으로 빠르게 공포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칼잡이.

최강태는 녀석의 몸에서 조금씩 증가하는 마력을 기분 좋게 음미하며 이죽거렸다.

"벌써부터 무서워서 벌벌 떨면 어떡해? 진짜 무서운 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 순간!

으드득!

"끄아아아아악!"

허공에 둥둥 떠 있던 칼잡이의 왼팔이 관절의 반대 방향으로 꺾이면서 소름끼치는 소성이 터져 나왔고....

동시의 그의 입에서도 성대가 찢어질듯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콰드득! 으득! 콰직! 콰작!

"사, 살려 줘! 제발 나 좀 살려...! 끄아아아아아악!"

왼팔을 시작으로 오른팔과 오른다리, 왼다리, 허리 등... 신체에 존재하는 모든 관절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면서 접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 그만! 차라리 죽여 주세요! 제발...!"

처음에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칼잡이도 어느새 죽여 달라고 울부짖으며 최강태에게 간절히 바랐지만, 최강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야 그렇게 해 주고 싶지. 하지만 널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전~부 성천주님의 뜻이 아니겠니? 안 그래, 하늘 아버지?"

"...!"

자신을 호명하는 최강태의 목소리에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눈치챈 서중권.

꽈악...!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애써 주먹을 틀어쥐자 손바닥을 축축이 적신 식은땀이 느껴졌다.

비단 자신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청년회 회원 전부가 자신과 똑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최강태가 자신을 호명했으니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청년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청년회장 한준회처럼 맹목적으로 서중권을 믿고 따르는 광신도와 김중택처럼 외부에서 서중권이 스카우트한 무력 집단.

한준회 같은 유형의 청년회는 오랜 시간에 걸친 세뇌 덕분에 어지간한 일에도 서중권에 대한 믿음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중택 같은 외부 세력은 달랐다.

'성천주는 가짜 신이라며, 이 사이비 교주 새끼야!'

'아니, 애초에 부처든 예수든, 신이란 게 진짜 존재하긴 하는 거야?'

'그럼 방금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사람이 지 혼자 붕 떠올라서 종이접기인 양 몸뚱이가 접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이 비현실적인, 너무나도 상식 밖의 사건을 눈앞에 두고 모두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여기서 자신의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서중권은 모르지 않았다.

'자칫 한 번의 말실수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를 인정할 것이냐, 부정할 것이냐. 거기에 대한 서중권의 고민은 깊었으나 판단은 빨랐다.

"성천주의 신관장을 의심했던 죄인들아, 모두 그 자리에 무릎 꿇고 회개하라!"

"...!"

서중권의 뜬금없는 명령에 혹시나 했던 한준회를 비롯한 광신도 청년회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밝게 미소를 그리며 그 자리에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열성적으로 회개 기도를 올리는 광신도 청년들과는 다르게 외부에서 섭외된 청년 회원들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서중권을 쳐다보았다.

'이 미친 사기꾼 새끼가?'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성천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지금 회개 기도를 올리지 않는 쓰레기들은 천벌을 받을 지어다.'라고 말씀하시네, 아멘?"

두둥실~!

최강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릎 꿇지 않은 청년들의 몸뚱이가 별안간 두둥실 떠올랐다.

그 순간, 피가 차게 식으며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공포를 맛본 회원들.

"끄으으으으.... 죽여 줘.... 제발...!"

그들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큐브 형태로 접힌 채 숨을 쉬며 몸뚱이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칼잡이가 보였던 것이다.

"아, 아멘!"

"성천주님의 신관장님을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제발 회개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다들 믿음이 투철해서 보기가 좋다고 하시네."

털썩!

최강태의 말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떨어진 회원들. 그들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누군지도 모를 존재에게 간절히 회개 기도를 올렸다.

그런 그들을 지나쳐 최강태의 앞으로 다가간 서중권.

"하늘 아버지도 위험할 뻔했어. 분명 성천주님의 계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생육신인 당신이 감히 내 존재를 의심하다니 말이야."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신관장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찾아오셔서 조금 당황했을 뿐."

서중권이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최강태가 말없이 씨익 웃었다.

성천주의 생육신이자 성천주와 동일시되는 하늘 아버지, 서중권. 명목상 성천주를 받드는 신관장 최강태.

명함만 봐도 누가 더 높은 위치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지금 보여 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분명해 보였다.

"그나저나 신관장님께서 미천한 하계에는 무슨 연유로 찾아오신 건지...."

"왜, 내가 오면 안 될 곳을 왔나? 성천주님의 성전이면 어디든 내 집이나 마찬가진데?"

"그, 그것이 아니오라...."

성천주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변명하자 최강태가 대소를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푸하하하하! 긴장하기는.... 농담이야, 농담. 당연히 성천주님으로부터 신성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이곳에 온 거겠지. 안 그래?"

"신성한 임무요?"

"먼저 하늘 아버지의 그 고장 난 생육신부터 고쳐야지."

"제, 제 몸이 고장 났다니? 그게 대체 무슨...."

"췌장 쪽이 제대로 망가졌는데, 설마 모르고 있었어? 하늘 아버지라는 인간이?"

"...!"

놀라 눈을 부릅뜬 서중권은 힐끔 뒤를 돌아보며 청년회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회개 기도에 불이 붙은 청년회는 자신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췌장 쪽이 망가졌다는 말씀은...?"

"암이야. 조금 있으면 말기라 증상도 슬슬 생기겠네. 정 신관장인 내 말을 못 믿겠다면 큰 병원이라도 찾아가서 검사를 받아보든지."

"그, 그럴 리가요. 하하하!"

그날 저녁.

서울에 위치한 어느 대학병원을 찾은 서중권.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돈을 있는 대로 쳐바르다 보니 늦은 시간에도 꼼꼼한 검사를 받는 게 가능했다.

병원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나 보통 조직 검사를 받고 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는 편이지만....

다른 정보들을 모두 제외하고, 암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대해서만 확인하는 거라면 몇 시간 안으로도 가능한 곳이 있었다.

그 결과....

"좀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채취한 조직을 검사한 결과, 췌장암 3기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제, 제가 췌장암이라고요?"

"예, 췌장암 같은 경우, 말기가 될 때까지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분들이 많아 소리 없는 암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환자분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인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물론 더 빨리 병원을 찾아오셨다면 좋았겠지만요."

"...!"

"지금이라도 발견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수술 날짜를 잡고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환자분? 환자분?"

서중권은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병원을 나섰다.

오면서 췌장암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 바로는 암 중에서도 걸리는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반대로 치사율은 굉장히 높은 암이라고 한다.

그것도 3기라면...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인데....

'아, 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내가! 신의 대리자인 내가 고작 암 따위에...!'

서중권은 차를 몰고 곧장 교회로 돌아왔다.

* * *

"뭐야? 왜 이렇게 조용해?"

교회로 돌아온 서중권은 눈살을 찌푸렸다. 교회 근처에서 청년회의 모습을 한 명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년회는 교회와 마을 순찰을 자주 했다.

명목상 치안 유지와 신도들을 범죄로부터 예방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감시가 주된 목적일 뿐이었다.

그렇기 어느 때건 때문에 마을 입구에서부터 교회까지 심심찮게 청년회 회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교회에 도착한 서중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전도사, 조만식이 그의 차가 보이자 헐레벌떡 그에게 달려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전도사가 이렇게 호들갑이야?"

"그게...."

조만식에게 사정을 전해들은 서중권은 눈을 부릅뜨더니 부리나케 차에서 내려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체육관은 교회의 실내 행사나 스포츠, 혹은 체력 단련을 위해 마련해 둔 시설로 평소 청년회 전원이 이곳에 모이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신의 소집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벌컥!

"후욱, 후욱...!"

서중권이 체육관 정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입장했다. 어찌나 숨 가쁘게 달려왔는지 거칠어진 숨소리가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중권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의 소집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교회 소속 청년회 회원들이 전원 이곳에 소집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내가 소집했는데. 왜, 문제 있어?"

강단 위에서 푹신한 장소파에 모로 누워 팝콘을 뜯고 있던 최강태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의 눈앞에는 청년회 소속 회원들이 오와 열을 맞춰 무언가를 빙 둘러 싸고 있었다. 손에는 갖가지 연장을 꼬나든 채....

서중권은 강단 위로 올라가더니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게 무엇인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다.

"저들은...!"

"내가 교회에 왔을 때 분명 내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내 앞길을 막은 것도 모자라 날 협박했던 버러지들이야. 하늘 아버지 생각은 어때?"

"예?"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 그야...!"

'씨발!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 미친놈은! 이미 팔다리 한 짝씩은 불구가 된 놈들이다. 안 그래도 이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골이 깨질 지경인데...!'

앞서 얘기했듯이 청년회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한준회처럼 서중권이 직접 키워 낸 맹목적인 충성파와 외부에서 섭외한 무투파.

당연히 이 둘의 역할도 달라서 충성파는 주로 신도들의 사상적인 측면을 교육, 관리했고 무투파는 신도들의 육체적인 측면을 감시, 제재했다.

물론 한준회처럼 두 가지 다 가능한 인재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교회의 경비는 모두 무투파 쪽 청년회 회원들이 투입되어 있었다. 당연히 최강태에게 당한 회원들도 전원 무투파에 속했다.

외부 조직들에게서 섭외한 바로 그 무투파 말이다.

임대 형식으로 조직원들을 섭외한 서중권의 목적은 겉으로는 행정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뒤에서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조직들의 보호를 받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성천교회가 돈이 쏟아져 나오는 작업장이다 보니 너도나도 똥 맛에 이끌린 날파리들처럼 귀찮은 녀석들이 꼬이는 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탓에 조직에 바치는 보호비 명목으로 지출이 더 커지긴 했지만 그만한 효과가 있었으니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었다.

무투파가 정체불명의 외부인에게 당한 것만 해도 큰 문제인데, 최강태는 이걸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청년 회장, 성천주 복음 78장 12절 말씀 읊어 봐."

"성천주께서 그의 선지자 롯다에게 말씀하시길, 나의 종아. 어찌 이리도 어리석으냐? 사탄 마귀가 너의 눈을 가리고, 너의 귀를 막은들 네가 나를 믿었다면 어찌 나를 보지 못할 것이며, 어찌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겠느냐? 너는 지옥 불에 떨어져 영영토록 자신의 죄를 곱씹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나 영원히 그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리로다."

"캬~ 역시 성천주님은 사이다야. 심판에는 자비가 없으셔. 안 그래, 하늘 아버지?"

"...!"

으드득!

최강태가 미소와 함께 자신을 이죽거리자 서중권이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겉으로는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교리가 전부이자 진리라고 자신이 직접 세뇌한 충성파 소속 청년회원들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무투파 소속 청년회는 죽일 듯이 사나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러나 여기서 무투파 청년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말을 바꾼다면 그건 자신이 애써 키운 충성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기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신관장님. 성천주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진리이며 이 땅에 실현되어야 마땅할 하늘의 율법이잖습니까. 그런데 감히 마귀 사탄의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신관장님께 칼을 들이밀었다면 그에 합당한 벌이 있어야겠지요. 그에 관해서는 제가 차후 따끔하게 벌을 내릴 테니...."

"번거롭게 뭐 하러 그래. 모인 김에 처벌하면 되지."

"예?"

"시작해."

"예, 신관장님."

"자, 잠깐...!"

빠각! 퍼억! 으드득! 쩌걱!

"크아아악!"

"사, 살려 줘!"

그러나 아무리 같은 청년회 회원들이 비명을 질러도 몽둥이를 휘두르는 충성파 소속 회원들의 손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들은 교리가 전부였기 때문에 교리에 따라 사탄 마귀의 시험을 이기지 못한 회원들은 더 이상 같은 동료가 아닌 죄인이었던 것이다.

"소리가 약하다! 좀 더 허리에 힘을 실어서!"

빠각!

"끄아아아아아악!"

"그렇지~! 잘한다!"

그렇게 사지 전부가 부러지고, 으깨지며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복잡한 시선들 속에서 오직 한 명, 최강태만이 그 꼴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돌아온 마왕의 현대 생활 백서

63화 시련과 보상

그날 저녁.

자신의 사비를 대거 풀어 어떻게든 무투파를 일단 진정시킨 서중권이 최강태를 찾아갔다.

그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갔던 일은 잘됐고? 아앙~!"

우물우물~!

최강태는 귀빈실에서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입안으로 넣어주는 샤인 머스켓을 받아먹으며 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서중권이 자신을 찾아왔음에도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폰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서중권은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여성들에게 명령했다.

"자매님들은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신관장님과 긴히 나눌 얘기가 있어서...."

여성들은 다소곳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방에는 둘만 남게 되었고, 최강태는 나름 만족했는지 웃으며 그녀들을 평가했다.

"접대 스킬이 보통이 아니더라. 교육을 잘 받은 건지, 세뇌를 잘 시킨 건지.... 너는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하늘 아버지?"

쿵!

무릎이 부서져라 바닥에 무릎을 꿇은 서중권이 다시 한번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최강태에게 애원했다.

"사, 살려 주십쇼, 신관장님! 신관장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에이~ 듣기 거북하네. 내가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팔자가 그런 걸 어떡하라고? 하늘 아버지잖아. 그 정돈 셀프로 극복할 수 있지 않나?"

"제, 제 신분이 미천한 사기꾼임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신관장님과 성천주님 아니십니까? 전능하신 성천주님의 눈으로 제 병도 단번에 꿰뚫어 보신 신관장님이시니 그분의 권능으로 제 병마를 치유하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발 이 미천한 종놈을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글쎄다. 그게 내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분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는데 내가 그분의 권능을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시고 제발...!"

이제는 눈물콧물까지 질질 짜며 애원하는 서중권.

출소하여 이곳까지 흘러들어와 성천교회에 몸 바친 세월만 어언 20년.

이제야 자신의 왕국이 완성되어 신 노릇 좀 하며 편하게 살아 보려는데 췌장암 따위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에휴~ 잠깐 기다려 봐."

"예! 얼마든지!"

그렇게 고개를 조아리고 얼마나 있었을까?

귀에 들리는 건 여전히 폰 게임의 브금뿐이었고....

"오~! 이번에 출시된 신화급 창술사가 드디어 떴네! 그럼 바로 풀 강화부터 박고...!"

"저기...."

"응? 왜?"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지...."

"아, 좀만 더 기다려 봐. 방금 성천주님한테 까톡 보내 놨으니까 곧 답장이 오시겠지."

"네, 네? 까톡요?"

서중권은 당황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기도로 응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성천주에게 까톡을 보냈다니....

세상에 까톡으로 대화하는 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디 있긴 어디 있어. 여기 있지."

"...!"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말없이 폰 게임에 집중하는 최강태. 그 모습에 점점 더 서중권의 마음속에서 의심과 초조, 불안함이 커져 갈 때쯤....

그때였다.

[마! 까톡 왔다 아이가!]

때마침 도착한 메신저에 최강태가 씨익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중권이를 포기하진 않으신 모양이야."

"예? 그게 정말입니까?"

"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대. 그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도 주신다는데?"

"네? 그보다 더 한 거요?"

* * *

다가온 수요 예배.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오늘따라 기분이 유독 좋아 보이십니다."

"하하하! 청년 회장 형제님이 보시기에도 그런가요?"

"예,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연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안 될 건 없지요. 오늘 신관장님께서 예배에 참석하시는 첫날이 아닙니까? 그분을 통해 성천주님의 또 다른 말씀과 뜻을 행할 수 있음에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안 그렇습니까?"

"아멘!"

한준회는 목소리에 힘을 담아 대답했고, 서중권은 그런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스쳐 지나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예배당에 도착한 서중권.

강단에서는 조만식 전도사가 여느 때처럼 분위기를 끌어 올리며 신도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서중권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찬양을 마무리하며 서중권을 맞이했다.

"오늘도 당신의 자식들을 구제하기 위해 하늘 아버지께서 직접 이 자리에 찾아오셨습니다. 성도님들 모두 큰 박수와 환영의 목소리로 하늘 아버지를 맞이합시다!"

짝짝짝짝짝짝!

서중권은 자신에게 돈도, 목숨도 바친 귀여운 노예들을 위해서 기꺼이 웃으며 손을 흔들며 미소를 그렸다.

"친애하는 나의 백성, 나의 자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음에 이 무궁한 영광을 성천주님께 돌립니다. 아멘?"

"아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요? 성천주님께서 사랑하는 백성들을 위해, 그분의 자녀들을 위해 저와 함께 성도들을 이끌어 주실 목자, 당신의 신관장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아멘!"

성천주의 신관장에 대한 소문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워낙 동네도 작은 데다 살 부딪치며 일하다 보니 서로의 집에 수저가 몇 개 있고, 신발이 몇 개 있는 지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서중권이 의도적으로 이들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킨 탓인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둔 것이다.

"자 그럼, 성천주님의 신관장님을 큰 박수로 환영합시다!"

서중권이 최강태를 소개하자 대기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최강태가 한껏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강단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서중권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가볍게 포옹했다. 그러고는 서중권이 뒷자리로 물러나 앉아 본격적으로 강단에 서서 신도들에게 인사했다.

"귀한 시간 내서 이런 좆 같은 곳을 찾아와 주신 신도님들. 반갑습니다."

"네?"

"방금 무슨?"

얼핏 스쳐 지나간 육두문자에 신도들도, 뒤에서 지켜보던 서중권도 당황할 무렵 최강태가 넉살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 주옥같은 곳이요. 주옥같은 곳. 제 발음이 참 주옥같죠? 이해 좀 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하~!"

하하하하하~!

사람들은 그제야 오해를 풀고 웃기 시작했지만 최강태는 그들을 보고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성천주님의 말씀을 이루기 위해서 공사다망한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죠."

성천주의 뜻이라니 그게 대체 무엇일까?

성천주와 교회가 삶의 전부인 한 신도 한 명이 결구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발언권을 구했다.

그리고 최강태는 그에게 발언 기회를 주었다.

"네, 거기 노신사 분, 말씀해 보시죠."

"성천주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설마 벌써 종말이 임박한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면 구원의 방주가 저희를 데리러 오는 것입니까?"

웅성웅성....

종말과 구원의 방주 얘기가 나오자 신도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그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교회를 위해 혹사하는 것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서중권에게 바친 이유도 바로 종말에 대비해서 구원의 방주에 오르기 위함이 아니던가?

하지만 최강태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종말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가운데 찾아올 수도 있고, 혹은 여러분이 자는 도중이나, 10년... 혹은 100년 뒤에 찾아올 수도 있죠. 그러니 언제나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누구보다 중요하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하늘 아버지시죠."

"하늘 아버지?"

"예, 저는 성천주님의 대리자로서 그분을 대신하여 하늘 아버지를 시험하고, 그분에게 당신의 큰 권능을 하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성천주님의 시험!"

"오오오...."

감격하는 신도들 중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그 자리에서 기도를 하는 자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성천주 복음은 서중권이 신약성서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하여 만든 사이비 성경이었다.

다만 바탕이 신약성서이기 때문에 예수가 황야에서 40일 동안 고행한 일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성천주 복음에 따르면 서중권 자신 역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40일에 이른 성천주의 시련을 통해 자신이 성천주의 생육신임을 자각했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신도들에게는 성천주의 시험이 남다르게 와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시험을 통해 불완전한 하늘 아버지의 생육신은 완전해질 것이고 종말이 찾아오는 그날까지 하늘 아버지께서는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을 지키고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 그 말씀은...!"

"불로불사. 그것이 성천주님께서 당신의 생육신에게 내리는 마지막 축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사람들이 모두 경악에 찬 눈으로 최강태를 쳐다보았다.

불로불사(不老不死).

아무리 신도들의 믿음이 강해도 쉽게 믿지 못할 만큼 파장이 큰 단어였지만,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서중권은 오히려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는 전 날 이에 대해서 미리 언질을 받고, 심지어 그 증거까지 봤기 때문이다.

* * *

[성천주님께서 믿음이 빈약한 쓰레기를 위해 시범까지 보여 주신다네. 그러니까 두 눈 크게 뜨고 잘 봐.]

그러자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쥐 한 마리.

최강태는 기도를 올렸고 쥐의 몸이 빛나더니 그가 과도를 들어 쥐의 목을 내리친 순간!

서걱!

놀랍게도 머리가 떨어진 쥐는 살아 있었으며 이내 몸도 정상적으로 재생이 되었다.

[이래도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한번 해 보든가.]

서중권은 최강태의 말대로 자신이 직접 쥐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쥐를 죽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기도를 받고 불로불사가 된 쥐는 정말로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죽질 않았던 것이다.

이 정도면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로 성천주의 권능인지, 눈앞에 있는 악마의 소행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

[그, 그런데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뭐겠냐?]

최강태는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그 의미를 알아서 이해한 서중권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앞으로도 성천주님의 충실한 종... 아니, 개가 되겠습니다! 믿고 맡겨만 주신다면 절대!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서중권은 속으로 미소를 그렸다.

다음 날 아침.

혹시 몰라 데려온 쥐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그리고 다시 죽여도 여전히 재생하는 그 모습에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한 서중권이 미소를 그리며 확신했다.

'역시 세상은 돈이 전부다. 설령 그게 신이 됐건, 악마가 됐건 돈을 싫어할 존재는 없으니까!'

서중권은 최강태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 그리고 불로불사를 제안하는 이유를 '돈'때문이라고 착각했다.

자신을 이용해 더 오랫동안 많은 돈을 버는 것.

그것이 최강태의 목표라고 오해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중권의 가치관으로는 돈이야말로 세상의 진리이자, 신이자,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착각 속에서 지옥의 아가리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