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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준은 큰맘 먹고 신화 등급의 결계 부적을 사용했다.

사용자의 마력량에 따라 결계의 범위가 결정되는 옵션을 가지고 있

었다.

그 말은 즉, 마력만 있다면 범위를 무한정 늘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심지어 결계는 무척 단단했다.

'괜히 신화 등급이 아니지.'

신화 등급 소모 아이템.

소모성 아이템은 등급이 높아질 수록 말도 안 되는 효과를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비 아이템처 럼 오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 쓰면 사라지고 만다.

당연히 효과가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튼 유준은 무인도 전체에 결 계를 거는 것에 성공했다.

공격력이 막강하다면 결계를 뚫는 것이 가능하지만, 절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결계 부적]

등급 : 신화

옵션 : 생성된 결계의 방어력은 사용자 방어력의 두 배로 설정됩니다. 마력을 사용해 결계의 범위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결계 부적은 결계 구슬과는 조금 다르다.

그냥 구슬은 깨트려서 사용하지만, 부적은 사용자의 능력이 무척 중요했다.

한마디로 사기적인 능력치를 가 지고 있는 유준에게는 결계 부적이 더 효율적이라는 거다.

문제는 결계 부적의 수량이 매우 적다는 것.

'이제 백 개 정도밖에 안 남았네, 쯧.'

유준이 애용해서 사용하던 결계 부적.

그는 평소에 삼백 개는 들고 다 녔었다.

'더 보충해 놓으려고 할 때 하필 서버를 종료해 버려서.'

너무 아쉬웠다.

백 개밖에 남지 않았다니. 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어찌 됐든 결계는 만들어 둔 상태.

유준이 자신의 소환수에게 명령

을 내렸다.

"타파골. 너는 평소 모습으로 돌 아다니면서 누가 결계 공격하고 있으면 거대화해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결계의 방어력이유준의 두 배로 설정되었으니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 모른다.

가랑비에 옷이 젖을 수도 있으니 대비는 해 두는 편이 좋았다.

" 저는요?"

파라네트가 물었다.

"너?"

"예! 저는요?"

" 너는...

파라네트한테는 뭘 맡기지?

얘도 강하긴 한데.

"몸통박치기나 하고 다녀. 플레 이어들 보이면. 아무나 하라는 건 아니고 결계 근처에 있는 놈들만."

"알겠습니다! 드디어 저를 믿고 일을 맡겨 주시는군요! 주인님의 저에 대한 신뢰. 잘 받았습니다!"

파라네트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물어봐서 별 뜻없이 명령하긴 했는데, 그걸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괜히 상처만 받을 테니까.

둘에게 명령을 내린 유준이 발걸 음을 옮겼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만물상점'을 향 해.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6권 24화

146화

만물상점.

시간이 지날수록 모여드는 플레 이어들의 수는 많았고, 만물상점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

두 명이 들어가면 한 명만 생존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만물상점 앞에서 대기하

는 플레이어들의 인원은 늘면 늘었 지, 줄어들 수가 없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만물상 점 앞.

그곳에 유준이 도착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신유준?"

"지, 진짜 신유준이다."

"아까 갔다며? 왜 또 온 건데?"

" 하아...

플레이어들은 탄식했다.

신유준은 명실상부한 최강자.

그런 자가 한 번도 아니고 만물 상점에 두 번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만물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준이 등장하니 플레이어들이 기뻐할 수 없는게 당연했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다 쓸어버려라. 저번처럼 메테오라도 써 줬으면 좋겠네."

"너 미쳤어?"

"아니, 생각해 봐. 어차피 만물상

점에서 아이템 못 살 거면 다 같이 죽는게 낫지. 혹시 내가 운 좋게 살아서 만물상점에 들어갈 가능성 도 배제할 수는 없고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렇지? 힘들겠지?"

"응."

"o'-

"나도 그냥 해 본 말이야. 너무 암담해서."

유준이 앞으로 걸을 때마다 모세 의 기적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서로 목숨을 노리고 싸 우던 플레이어들조차도 머쓱한 표 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날 정도.

'유명해지니까 이런 건 편하네.'

유준의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그는 걷기만 하면 되었다.

그를 기습하려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감히 덤볐다가 어떻게 되는지 뻔 히 알고 있기에.

"응?"

유준은 만물상점의 입구로 향하 다가 익숙한 기운이 풍겨 오는 걸 느꼈다.

마신 추종자다.

그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전과는 위력이 확실히 달라진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했다.

콰직! 콰지직!

몰래 구경만 하고 있던 마신 추종자 세 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유준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조용하게 기습할 때는 이만 한 것이 없었다.

웃고 있는 그와는 달리, 다른 플레이어들의 얼굴 낯빛이 새파래졌다.

자신들도 타깃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유준이 누군가를 더 죽이는 일은 없었다.

'마신 추종자가 생각보다 적은데.'

지금 죽인 셋 말고는 마신 추종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 정도의 강자라면 아직까지 살아남았을 확률이 높은데.

수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게 좀 이상했다.

'다른 곳에 모여 있나?'

이 무인도에 그들이 있을 곳이 또 어디 있지?

나중에 할 일이 다 끝나면 찾아 봐야지.

어찌 됐든 마신 추종자가 만물상 점을 이용하지만 않으면 된다.

유준이 만물상점에 들어섰다.

놀랍게도 그곳엔 캐스턴이 있었다.

"너, 너는?"

"오, 반갑다. 너 이런 곳에 있었네."

캐스턴은 유준이 알기로 유일하

게 살아 있는 용아족.

잠재력을 높이 보고 동료로 만들고자 그를 살려 뒀던 기억이 있다.

그게 첫 번째 이벤트 때였지.

"그래. 반갑다...

캐스턴이 어색한 표정으로 유준을 맞이했다.

"다 샀어?"

"어...? 점수가 남아서 아직 더 둘러보...

"다 샀지?"

"그, 그렇다."

"이제 내가 이용해도 될까?"

" 그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캐스턴의 등이 심하게 굽어 있었다.

'표정도 어둡고.... 무슨 안 좋은 일 있었나?'

방금까지만 해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거 같은데, 왜 갑자기 기분 이 안 좋아진 걸까.

이유를 모르겠네.

유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캐스턴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만물 상점을 나갔다.

그때 만물상점 관리인 칸트라가 말을 걸었다.

"어? 너 또 왔네?"

"웅."

"무슨 일이야? 아까 점수 다 썼 잖아."

다 쓰긴 했지.

깔끔하게.

만물상점을 나설 때만 해도 그의 점수는 0점이었다.

네르의 후원을 받는 대가로 모든 점수를 냈었으니까.

지금은 아니었다.

"물건 좀 보여 줄래?"

"아니, 점수...

"있어. 어차피 보면 알 거 아니야."

칸트라는 어쩔 수없이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등급은?"

"신화부터."

"알았어."

신화 등급 장비들도 기본 점수가 삼십만을 넘어갔다.

낮은 게 그 정도고, 백만 점수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게다가 모든 신화 장비 아이템들이 있는게 아니었다.

유준의 인벤토리에 있는 신화 장 비들과 비교하면 급이 살짝 떨어지 면서, 양도 무척 적었다.

"자, 잠깐만. 너 뭐야?"

칸트라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뭐가?"

"너 점수 그거 뭐냐고? 육천만이야? 육백만 아니고?"

"방해하지마. 나 물건 봐야 하니까."

유준은 신화 등급 장비를 하나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가 전부 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이지만, 여러 개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유준이 구매한 신화 등급 장비의 개수가 10개를 넘어가는 그때였다.

[만물상점에서 소비한 점수가 40,000,000점을 초과했습니다!]

['신유준' 플레이어는지금부터 만물상점 (VIP)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VIP?"

유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VIP가 됐다고?

4천만이라는 큰 점수를 써야만

VIP가 되는 방식이었나.

'말이 안 되잖아. 누가 4천만을 모아.'

신의 하수인을 잡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게 정석적이진 않아도 VIP 상 점에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이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그런 미친놈이 있나?'

점수를 모으기 위해서 신의 하수 인들을 잡고 다닌다니.

애초에 신의 하수인을 죽일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사고방 식이 아니었다.

만약, 4천만 점을 모으는 자가 있다면 머리가 완전히 맛이 가거나, 미친놈임이 틀림없으리라.

유준은 신화 등급 탭에서 관심을 꺼 버렸다.

"VIP 상점은 어떻게 보는 거야?"

"...어, 그게."

"혹시 모르냐?"

"응."

"왜? 도대체 왜 몰라?"

"모르니까 모르지. 누가 알려 준 적이 있어야 알지."

유준이 혀를 찼다.

VIP 상점이 열렸는데 어떻게 이 용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니.

심지어 만물상점을 관리하는 칸 트라가 그걸 모르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굳이 할 이유도 없다.

"그럼 어째?"

유준이 말했다.

칸트라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전해 들은 얘기가 없었으니까.

"찾아봐야지?"

"내가?"

"...뭐야, 그 눈은? 나보고 찾 으라는 거야?"

칸트라가 유준을 흘겨보며 말했다.

유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내가 그렇게까지 양아치는 아니야."

"...양아치라는 거 방금 인정한 거지?"

"말이 또 그렇게 되나?"

그가 눈을 감고 마력을 퍼뜨렸다.

이런다고 찾아지겠느냐마는, 가 만히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타파골이나 파라네트를 부를까?'

아니다.

녀석들이 온다고해서 바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선만 꼬일 수 있었다.

'직접 찾아보자.'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을 거라 예 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별것 없었다.

만물상점을 이용한 플레이어의 수가 무척 적은 데다가,

세 번째 이벤트 장소인 무인도로 워프하고 시간이 얼마흐르지도 않

았다.

지금까지 이벤트 진행하는 걸 보 면 대체로 짧게 끝낸 적이 없었다.

대량의 마력이 그의 몸에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탐색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포션을 꺼내야겠는데.'

이 넓은 무인도를 다 뒤지려면, 이번에도 마력 포션이 필요할 듯했다.

그때였다.

띠릭-!

메신저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제 막 탐색 작업을 시작했던 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메신 저를 열었다.

그러나 짜증도 잠시, 메시지를 확인한 그의 얼굴이 급속도로 평온 해졌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한 얼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누엘라 : 나 너 찾으러 가다 가 이상한 거 발견했는데.]

[마누엘라 : VIP만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래. 근데 뭔지는 안 알려

주더라! 너라면 분명히 이곳저곳 돌아다녔을 테니까 물어보는 건데 혹시 알고 있어?]

미쳤다.

또 이렇게 필요할 때 좋은 정보를 가지고 등장해 주다니.

마누엘라한테 뭐 있는 거 아닌가.

이 절묘한 타이밍을 보라.

신들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신유준 : 사랑한다]

[마누엘라 :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래? 웅?!??? 응?]

[*신유준 : 뭐가? 그나저나 거기 어디야.]

[마누엘라 : 너 일부러 그러지?]

[마누엘라 : 어휴, 일단 여기 위 치 바로 보내 줄게. 너 지금 만물 상점이야?]

[.신유준 : 웅.]

[마누엘라 : 방향만 잘 찾으면 금방 오겠네. 잘됐다.]

유준은 마누엘라가 일러 주는 대 로 길을 외웠다.

그는 곧바로 만물상점을 빠져 나 와 VIP 상점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 다시 나간다."

"왜 이렇게 빨리가?"

"여기 온 이유가 뭐야, 그럼?"

"뭐, 우리야 잘됐지. 괜한 공격에 휘말려서 죽을 가능성은 없어졌으니."

"한숨 돌렸네. 다행이다,야."

플레이어가 된 후로 한 번도 외

운 걸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목표했던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바위 뒤쪽에 서 있는 마 누엘라가 보였다.

"거기서 뭐 해?"

"그냥."

뚱한 얼굴의 마누엘라.

'왜 저러지?'

유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가 말한 게 여기야?"

«으 W

흐*

"어디 있는데?"

"저기 땅굴. 들어가려고 하면 메 시지가 뜰 거야. VIP만들어갈 수 있다고."

마누엘라가 말한 땅굴은 매우 협 소했다.

어떻게 들어갔나 싶을 정도로.

"넌 어떻게 저길 들어갈 생각을 다 했냐?"

"...들어가려고 했던 거 아니야."

"웅? 그럼 뭔데?"

" 그게...

마누엘라가 뜸을 들였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말해 봐. 뭔데."

"...으, 응. 사실 뛰어가다가 넘어졌는데 하필 여기 땅굴로 빠졌어."

음.

말하기 부끄러워할 만하네. 그 정도면.

"너 마녀 맞지?"

"그것도 순혈 마녀고. 수천 년을 살아왔...

"그거는 진짜로 말하지마."

"네."

마누엘라가 쌍심지를 켜고 노려 봤다.

유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여 버렸다.

"하여튼. 여기로 들어가면 된다는 거지?"

"응. 근데 VIP만 가능하대."

"괜찮아. 난 들어갈 수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알아."

유준은 땅굴에 발부터들이밀었다.

그러자,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만물상점 (VIP)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나타났다.

그는 조건을 충족했기에 곧바로 입장할 수 있는 듯했다.

망설일 게 없었다.

"갔다 온다."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응."

"...또 아이템 쓴 거지?"

"그냥 만물상점에서 점수 많이 썼다고 VIP 된 거야. 노리고 한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았다고 봐야지."

"그게 운이야...?"

"아닌가? 하여튼 간다. 안 기다 려도 돼."

유준은 그 말만 남기고 땅굴로 들어갔다.

그의 몸이 입자화되며 한순간에 사라졌다.

만물상점 (VIP).

확실히 칸트라가 있던 만물상점 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곳은 어느 정도 꾸며 놓은 척이라도 했지,

여기는 그냥 동굴이 아닌가.

인공 동굴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듯한 동굴.

바닥에 물기가 많았고 물웅덩이 도 여기저기 흔하게 보였다.

"여기 상점은 VIP 대접이 영 시 원찮은데."

그리 넓지는 않은 공간.

VIP를 위한 물건들도 보이지 않았다.

만물상점과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건가?

주위를 살펴봐도 딱히 특별한 게

보이지는 않았다.

유준이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이었다.

[만물상점 (VIP)에 오신 걸 환영 합니다!]

[만물상점 (VIP)은 많은 물건이 있지는 않지만, 어딜 가더라도 구 하기 힘든 아주 희귀한 물건들만 판매합니다.]

[15분이 지나면 원래 있던 장소 로 돌아갑니다.]

유준이 홀로그램 내용을 빠르게 정독했다.

"시간제한? 너무하네."

불만인 듯 중얼거리는 그의 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자, 잠깐만.'

VIP 상점의 아이템 목록을 본 유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걸 팔아?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1화

147화

VIP 상점에는 시스템이 말했던 대로 아이템의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매우 적은 편에 가깝다.

그러나 아이템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양보다는 질이지.'

특히 유준은 무과금즐겜러 캐릭 터의 인벤토리를 가져오면서 아주 많은 아이템을 보유하게 되었다.

솔직히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크게 탐이 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VIP 상점의 아이템 목록에는 그가 소유하지 않은 물건, 그 리고 필요한 물건이 여럿 있었다.

[전능의 돌 - 12,000,000점]

[진화의 열매 - 10,000,000점]

[성장 촉진제 - 10,000,000점]

[장시간 숙성된 선단 - 6,000,000점]

[근력의 비약(특) - 3,000,000점]

[민첩의 비약(특) - 3,000,000점]

[체력의 비약(특) - 3,000,000점]

[마력의 비약(특) - 3,000,000점]

그에게 전부 필요한 소모성 아이템들.

다만, 불만인 점은 물건들의 수 량이 딱 하나씩만 있었다는 점이다.

종류도 많지 않은데, 개수도 한 개뿐이라니.

이해는 간다.

이런 귀한 아이템들을 수량 제한없이 팔았다면, 밸런스가 붕괴하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재고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나저나 진화의 열매가 있을 줄이야.'

일단 진화의 열매.

이게 뭐라고 천만 점이나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화의 열매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 진가를 발휘하는 아이템이다.

이미 두 번이나 진화의 열매를 사용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본 상태.

그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VIP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체 로 아이템 가격이 뻥튀기된 거 같 기도 하고.'

어차피 이곳에 있는 아이템 전부를 살 수 있었다.

그래서 VIP 상점 아이템이 비싸 긴 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유준은 상점에 있는 모든 물건을 구매했다.

그러자 눈앞에 구매한 아이템 8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미쳤다.'

눈부신 자태.

빛이 났다.

유준이 황홀한 눈빛으로 아이템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아이템이 하 나 있었다.

그건 바로 성장 촉진제.

신들의 전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물건이다.

진화의 열매와 같은 가격.

어떤 아이템일까.

'일단 확인해 보자.'

[성장 촉진제]

등급 : 無

옵션 : 촉진제를 능력치 비약(특)에 바르면 비약의 효과를 두 배 중 폭시켜 줍니다.

"비약이랑 세트로 파는 아이템이었구나."

유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천만 점의 값을 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약(특)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효과를 두 배나 증폭시켜 준다니.

이런 아이템을 눈앞에 두고서 도 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유준은 당장 비약 네 개를 손에 집었다.

[근력의 비약(특)]

등급 : 無

옵션 : 섭취 시에 근력이 30~50

증가합니다. 행운이 높을수록 근력 이 최대치에 가깝게 증가합니다. 단, 근력의 비약(특)은 한 번만 효과가 적용됩니다.

나머지 능력치 비약들도 같은 효과였다.

근력, 민첩, 체력, 마력.

최대 50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비약.

아이템이 여럿 있어도 한 개씩밖에 못 먹는다는게 단점이지만, 무한정 먹을 수 있으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유준은 성장 촉진제를 네 개의 비약에 조금씩, 골고루 발랐다.

'쯧, 다 썼네.'

최대한 아껴 썼지만, 성장 촉진 제가 애초에 양이 적었다.

어차피 비약(특) 아이템을 더 먹을 리도 없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는 비약들을 천천히 씹어 삼켰다.

사각. 사각.

알약 형태로 되어 있는 비약들은 쓴맛이 났다.

'쓴 만큼 몸에 좋겠지.'

[근력이 99 증가합니다!]

[민첩이 100 증가합니다!]

[체력이 98 증가합니다!]

[마력이 100 증가합니다!]

"...행운이 높아서 그런가?"

민첩과 마력의 증가치는 아예 맥 스를 찍었고 근력과 체력 또한 최 대치에 근접했다.

유준이 턱을 매만지며 변화를 만끽했다.

'이게 다 순수 능력치라는 거 지….'

100이 증가했다고해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봐서는 안 된다.

아이템과 칭호 효과로 저것보다 수십 배는 증폭될 테니까.

"어우, 배부르다."

능력치가 올라가는 걸 보니 절로 마음이 풍족해졌다.

그의 상태창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건 레벨뿐.

그걸 제외하면 전부 만족스러웠다.

이제 남은 건 '전능의 돌'과 '진 화의 열매' 그리고 '장시간 숙성된 선단'.

'많이도 남았네.'

아니지.

오천만이나 써서 구매한 것들이 니 많다고 할 수는 없나?

어찌 됐든 남은 세 개의 물건은 효과가 보장된 아이템들이었다.

[진화의 열매]

등급 : 전설

옵션 : 섭취 시, 보유한 스킬이 나 특성 하나를 지정해 특성 혹은 스킬 등급을 상승시킵니다. 또한, 섭취 시에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가 10 상승합니다.

[장시간 숙성된 선단]

등급 : 無

옵션 : 섭취할 시에 특성 하나를 추가로 얻습니다. 이때 얻는 특성은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진화의 열매도 모든 능력치를

올려 줬었지.'

전능의 돌의 옵션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아이템에 부착하고 나서 확인해 도 늦지 않으니까.

유준은 장시간 숙성된 선단부터 섭취하기로 했다.

혹시 진화의 열매를 사용할 좋은 특성이나 스킬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가 숨을 깊게들이마셨다.

이 작은 선단 한 개가 그에게 큰 선물을 안겨다 줄 수 있다.

운이 나쁘면 실망감을 줄 테고.

그러나 유준은 본인의 행운을 믿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번도 기대에 못 미친 적이 없었으니.

행운의 반지를 우걱우걱 씹어 먹은 보람이 있었다.

유준이 선단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침과 함께 꿀꺽 삼켰다.

식도를 타고 순식간에 내려간 선단.

청량한 느낌이 맴돌았다가 사라 졌다.

[특성 속검(A)을 획득했습니다.]

미묘한 얼굴의 유준.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신들의 전쟁에서 속검 특성을 얻어 본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생각하기

에 뛰어난 특성은 아니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상관은 없는, 그런 능력.

속검은 검을 좀 더 빠르게 휘두를 수 있게 해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다.

'검 관련 특성이 나온 게 어디 냐.'

장시간 숙성된 선단으로 얻은 것 치고는 별로인 거지, 그에게 확실 히 도움이 될 수 있는 특성이었다.

'그래도 A등급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가 무과금즐겜러 캐릭터로 얻었던 속검은 B등급이었다.

그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등급 한 단계만 차이 나도 위력 이 천차만별로 갈리는데.

'한번 확인해 볼까?'

그가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어차피 이곳엔 더 볼 일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 봤는데, 특별히 뭔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보통 히든 피스가 있을 법도 한데.'

이 좁은 공간에서 EX++등급의 고대 마법으로 탐색해도 발견되지 않을 정도면, 진짜 아무것도 없는 거다.

"쩝."

유준이 아쉬움을 달랠 때 워프가 시작되었다.

우웅-!

순식간에 밖으로 내보내진 유준은 마누엘라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신발의 끝부분으로 홁바닥을 문지르고 있었다.

"뭐 하냐?"

"기다리고 있었어."

"왜?"

"같이 다니려고."

"볼일은 다 끝난 거야?"

"응."

마누엘라가 머뭇거렸다.

"뭔데?"

"그게 사실 너한테 줄 게 있

"잠깐만. 나 아직 할 일 남았어."

속검 특성의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유준이 검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후웅-!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검로.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그 후로 유준은 검을 수십 번은 더 휘둘렀다.

그러는 동안 숨 한 번 거칠어지 지 않았다.

'뭔가 달라지긴 한 거 같은데.'

이전과 다른 게 있긴 했다.

검을 있는 힘껏 내리쳤을 때 검 의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속검이 근력의 영향을 조금은 받긴 했는데.'

현재 근력이 워낙 높아서 눈에 띄게 변한 게 아닐까.

거기다 그는 EX++등급의 검술 특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검에 관해선 무과금즐겜러 캐릭 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

그래서인지 속도의 변화가 확실히 체감되었다.

그렇다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데?

속검을 다시 보게 됐다.

이 정도면 전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잠깐만. 그러면...'

유준이 진화의 열매를 바라봤다.

살짝 고민이 됐다.

다른 특성이나 스킬에 이걸 쓸 지, 속검에 쓸지에 대해서.

'기왕이면 낮은 등급에 써야 효 율이 높은데.'

그가 결정을 내렸다.

속검에 진화의 열매를 사용하기 로.

원래 계획은 다른 스킬이나 특성에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속검의 효과가은근히 괜찮았다.

아니, 정정해서.

은근히 괜찮은 게 아니라 아주 좋았다.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여기서 등급이 더 높아지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속검에 진화의 열매를 사

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후우…."

살짝 긴장되었다.

진화의 열매 또한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 망설이지 않았다.

유준은 속검을 떠올리며 진화의 열매를 사용했다.

화아아-!

빛이 번쩍이며, 진화의 열매가 사라졌다.

그리고 유준의 앞에 나타난 홀로 그램 창.

[진화의 열매를 사용했습니다.]

[속검(A) - 쾌검(SSS)]

" 또?"

믿기지 않았다.

진화의 열매가 좋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쓰는 족족 이렇게 등급을 대폭 높여 주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도 SS등급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세 번 사용했던 거 다 SS등급 띄운 거 아닌가?'

유준이 헛웃음을 홀렸다.

행운의 반지를 먹은 것치고도 과 하게 운이 좋았다.

높으신 누군가가 그를 굽어살피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지어 이번에는 특성의 이름이 바뀌었다.

속검이 아닌 쾌검.

'말 그대로 특성이 진화한 거네.'

진화의 열매가 이름값을 제대로 한 셈.

계속되는 행운에 유준의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SS등급 특성을 새로 얻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유준이 아까와 같이 검을 휘두르 기 시작했다.

쐐애액-!

스스로의 눈으로도 좇기 힘든 검격.

빠르다고 지칭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안 보였다.

검을 휘두르는 본인도 그럴진대, 옆에서 지켜보는 마누엘라는 어떻겠는가.

그녀는 아연해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유준은 자세를 바꿔 가며 검을 휘둘렀다.

뛰어난 검술 덕분에, 쾌검의 효과가 더 증폭되는 듯했다.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느 낌.

속도가 빨라졌으니 당연히 검의 위력도 증가했을 터.

'마력도 안 쓰고 이러면...

검으로 불가능한 게 없지 않을까.

뭐든 다 벨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근데…."

상대가 없었다.

아쉽네.

신의 하수인 한 명 정도는 살려 둘 걸 그랬나?

그때 마누엘라가 보였다.

유준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자, 잠깐만. 나 너를 너무 많이 알아 버렸나 봐. 네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 것 같거든?"

"응? 안다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너 스킬을 나한테 써 보려고 하는 거지? 그치?"

뭐야.

어떻게 알았지. 귀신같네.

원래 마녀들이 눈치가 좀 빠른가?

스킬이 아닌 특성이긴 했지만...,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안 돼?"

유준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다, 당연하지! 누구 죽을 일 있어?"

마누엘라가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아쉽네."

실전에서 써 보면 되겠지, 뭐.

등급이 더 높아져서 위력이 강 해진 정도겠지.

새로운 힘이나 기운을 얻은 게 아니기에 꼭 시험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은 남은 작업부터 마무리하기로 했다.

전능의 돌.

그걸 사용할 때가 왔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2화

148화

전능의 돌.

아이템에 추가 옵션을 부여하는 돌이다.

탈부착이 가능하기까지 하니, 전 능의 돌의 가치를 감히 값으로 매 길 수는 없었다.

전능의 돌을 마지막까지 남겨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전능의 돌만 있었으

면 이 정도까지 설레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초의 허름한 망토.'

태초의 플레이어 전용 아이템.

네르의 후원을 통해 대가를 지불 하고 얻은 망토였다.

이 망토에 전능의 돌을 부착한다면, 과연 어떤 옵션이 붙을지….

뜸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거창하게 작업이랄 것까지는 없다.

갖다대기만 하면 끝이니까.

유준은 태초의 허름한 망토를 벗 고 전능의 돌을 사용했다.

파밧!

일단 외견은 그대로였다.

더 화려해지거나 볼품 있어 보이 진 않았다.

'아이템은 겉보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

그가 망토의 정보를 띄웠다.

[태초의 허름한 망토]

착용 제한 : 태초의 플레이어

등급 : 초월

방어력 : 90,0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45% 증가 합니다. 행운이 대폭 증가합니다. 모든 저주와 디버프에 완벽히 저항 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에 점멸 (SSS+) 스킬을 획득합니다.

*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30%. 어떤 유형의 공격이든 적중 당할 확률이 대폭 하락합니다. 행 운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미쳤다."

전능의 돌 옵션까지 합치면 증가 하는 모든 능력치는 75%.

솔직히 이런 아이템이 있을 수가 있는 건가?

'그나저나 망토에도 전능의 돌이 먹히는구나. 다행이다.'

망토에도 전능의 돌이 부착된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과금즐겜러 캐릭터로도 전능의 돌은 단 한 개 밖에 보유하고 있지 못했었다.

전능의 돌은 그만큼 귀하고, 구 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세 개나 가지고 있는지금이 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격이 적중당할 확 률이 하락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게임이라면 이해한다.

실제로 회피율이라는 것이 존재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게임이 아닌 현실 이었다.

무슨 방법으로 못 피할 공격을 회피하게 해 준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설마 말만 저렇게 하고 옵션 적 용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

시스템이 잘못 표기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준의 마음이 조급해 졌다.

"마누엘라."

"으, 웅? 왜?!"

유준이 부르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누엘라가 질겁을 하며 놀랐다.

"뭐 그리 놀라? 부탁할 게 하나 있어."

"부탁? 뭔데?"

"나 좀 공격해 봐."

"응? 공격해 달라고?"

"어. 부탁한다."

"...갑자기 그건 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근데 나 혼자는 불가능한 거야. 네가 필 요해."

"내가 필요해?"

"그렇다니까. 두 번 말하게 할 래?"

"알았어! 도와줄게!"

마누엘라가 갑자기 환하게 웃더 니 마력을 끌어 올렸다.

"위력은 어느 정도로 하면 돼?"

"할 수 있는 최대로."

"...괜찮겠어?"

"응."

"다치지 않을까?"

"네가 날 다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자만이 아니었다.

건방지게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방어력은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 않 게 해 주었다.

실제로 신의 하수인의 자폭 공격 도 그에게 아무런 대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눈앞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음에 도 불구하고 그는 멀쩡했었다.

그래서 자신했다.

"진짜? 진짜 괜찮아?"

"괜찮아. 나도 아픈 건 싫어해. 걱정하지 말고 해."

"...알았어."

마누엘라의 눈빛이 결연해졌다.

마음을 굳게 먹은 모습.

유준은 불안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의 방어력을 믿고 있었다.

그 어떤 공격도 뚫을 수 없는 철 벽 요새와 같았다.

마누엘라가 작은 손을 앞으로 쭉 내 뻗었다.

그 순간,

[열혈 투사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방어력이 40% 하락하는 대신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뭐야. 이렇게까지 한다고?

방어력을 깎는 건 반칙이지.

'그나저나 저건 디버프가 아닌 건가?'

그는 태초의 허름한 망토 덕분에 모든 저주와 디버프에 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누엘라가 자신에게 건 것은 디버프로 판정되지 않은 모양이다.

시스템에게 버프로 인정받은 것이다.

'마누엘라 쟤 내가 저주가 안 통 한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어떻게 아는 걸까?

말해 준 적이 있었나?

단언컨대 없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저 주를 걸어 본 적이 있는 거야. 이 배은망덕한...

이해는 한다.

그는 원래 마누엘라의 원수였으니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저주 능력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유준의 추측이었고, 사실이 아니었다.

마누엘라는 그에게 평정심 특성 이 있다는 걸 숙지하고 있었을 뿐 이었다.

그래서 열혈 투사의 가호를 부여 한 것이고.

그걸 모르는 유준으로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면

자신에게 적용된 가호를 무효화 할 수 있지만, 유준은 구태여 그러진 않았다.

'그냥 한번 맞아 보자.'

그도 궁금했다.

방어력이 퍼센트로 대폭 깎인 상태에서도 마누엘라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할지.

마누엘라가 검은색의 불꽃을 만들어 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주변이 일그러질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간 고통스 러운 정도로 안 끝나겠는데.'

그러나 그건 다른 플레이어들 얘 기고.

유준은 달랐다.

그는 방어력도 높지만, 마법 저 항력도 상당했다.

"진짜 할게!"

"응. 빨리해."

화르륵! 콰아앙!

검은색 불꽃이 빠르게 쏘아져 유준의 몸과 충돌했다.

'전혀 못 피하는데.'

그는 그냥 가만히 있었고, 당연 히 그대로 마법에 적중당했다.

통증은 살짝 가려운 정도.

대미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했다.

갑옷이 전혀 그을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대미지가 없다는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망토의 옵션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무조건 회피한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이번에는 재수가 없었던 걸수도 있어.'

확률에 따른 결과일 수 있으니 단정 짓지는 않았다.

"마누엘라. 다시 부탁해."

"...다치진 않은 거지?"

"웅. 보면 알잖아. 멀쩡해. 간지 럽지도 않아."

그의 말에 마누엘라가 약간은 자 존심이 상한 듯, 입을 삐죽였다.

"그럼 방금이랑 똑같이 한다?"

"응."

화르륵!

기분 탓인가.

아까보다 불덩이가 더 커진 거 같은데.

이번엔 경고도없이 검은 불꽃이 날아왔다.

속도도 전보다 더 빨랐다.

콰콰콰쾅!

폭발의 규모가 상당했다.

유준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전신이 따가운 느낌을 받았다.

'내 방어력을 뚫어?'

그는 살짝 놀란 상태였다.

회피가 또 발동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마누엘라의 마법이 이렇게 강했었나?

'확실히 순혈 마녀인 데다가 수 천 년을 살아왔으니 강하긴 하겠지만….'

마누엘라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방어력이 40%나 하락했 다고는 해도 그의 방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유준이 통증을 느꼈다는 건, 그 만큼 마누엘라의 공격력이 뛰어나

다는 방증이었다.

'제법인데.'

그는 그 뒤로도 마누엘라에게 마법 공격을 부탁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회피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

똑같은 상황이 열 번이 넘어가 자, 유준은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일단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저절 로 피해지는 건 아닌 거 같아.'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공격을 회피하려고 할 때마다 움직임이 더 날래지게 되는 걸까?

이것도 시험해 봤다.

마누엘라의 공격이 날아오면 살 짝만 스쳐 지나가도록 움직였다.

한 발자국을 옮겼다.

그때 그에게 닿을 듯 말 듯 한 경로로 날아오던 검은 불덩이의 궤 적이 살짝 휘어졌다.

결국, 그의 몸에 닿지 않고 지나 간 것이다.

' 이거네.'

그 후로 몇 번을 더 확인해 봤고, 망토에 달린 전능의 돌 회피 옵션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망토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회피 동작을 이행했 음에도 공격에 아슬아슬하게 적중 당할 때.

그런 조건이 갖춰줘야만 망토의 옵션이 발동되었다.

심지어 무조건 발동되는 것도 아니었다.

'무적은 아니라는 건가.'

유준은 실망하지 않았다.

전능의 돌을 부착해 새로 생긴 망토의 추가 옵션은 충분히 사기적이었다.

스킬을 의식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동작에 따른 보정 효과가 붙는 것이 전투할 때도 더 편했다.

'괜찮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의 목숨을 여러번은 더 구해 줄 구명줄이 생긴 셈이다.

"다 끝났으니까 가호 풀어 봐."

"응."

"근데 아까 무슨 할 말 있다 하지 않았어?"

"아, 그거. 나중에 말해 줄게."

"그래? 알았어."

그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마누 엘라의 표정이미묘하게 변했다.

"...아니야. 지금 줄래."

"준다고? 뭔데? 뭘 주는 거야?"

유준이 갑자기 돌변하며 미소를 지었다.

"...너, 너무 가까워."

"뭘 준다는 건데? 말해 봐."

"잠깐만."

마누엘라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옅은 회색의 돌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깎아 낸 듯, 아 주 정교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인챈트 스톤."

"...설마."

"응. 무기 강화할 때 쓰는 건가봐."

"어디서 얻었어?"

"내가 제작했어."

"이걸? 네가?"

"어쩌다 보니... 만들어졌어. 상상 예언 덕도 있었고."

왜 안 나오나 했다.

무기 강화.

RPG 게임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시스템이 아닌가.

신들의 전쟁에는 그간 아이템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서버가 종료되는 그날까지.

강화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 이유 가 궁금했는데.

그냥 별 이유가 없었던 건가.

"인챈트 스톤이라… 드디어 내 행운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온 건가?"

"...응? 아닌데?"

"뭐가?"

"이거 그냥 백 퍼센트로 적용되는 거야."

"뭐? 줘 봐."

"응. 네 거야."

"나 주는 거야?"

"준다고 했잖아."

"왜 줘?"

"그냥... 고마워서, 항상."

마누엘라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냐. 고맙다."

상대가 고맙다고 주는데 거절할 수야 없지.

유준은 사양 않고 마누엘라의 선 물을 받았다.

인챈트 스톤의 정보를 바로 확인 했다.

[인챈트 스톤]

등급 : 無

옵션 : 무기에 특수 옵션을 인챈 트할 수 있습니다. 특수 옵션은 무 작위로 정해지며, 행운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수 옵션?"

강화석이 아니었구나.

유준이 대차게 실망했다.

10강 이상의 무기를 만드나 했더 니.

특수 옵션이 부여되고 끝인 듯했다.

"바로 써야겠다."

그래도 당장 그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인 건 확실했다.

유준은 인챈트 스톤을 '절대자의 검'에 갖다 대었다.

인챈트 스톤이 새하얀 검신에 스 며들듯 사라졌다.

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절대자의 검]

착용 제한 : Lv. 500 이상

등급 : 초월

공격력 : 998,900

옵션 : 모든 능력치가 70% 증가 합니다. '검술'과 관련된 모든 능력 의 효과가 최대폭 증가합니다. 방 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검의 공 격력이 두 배가 됩니다. 또한, 검을 휘두를수록 공격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특수 효과 : 모든 속성 공격의 위력이 250% 증가합니다. 총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 전능의 돌 : 모든 능력치 +30%. 모든 스킬의 위력이 400%

추가로 증가합니다. 절대로 파손되 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절대자의 검의 옵션은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어떻게 이런 옵션이 다 있지.

망토가 제일 좋다는 말, 취소다.

그가 가진 아이템 중에 절대자의 검만 한 게 없었다.

애초에 망토와 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망토는 주 장비인 검과는 달리

보너스 부위 아이템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어디 보자, 특수 효과가 속성 공 격 250퍼 증가. 총 공격력은 10퍼 증가...

유준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인챈트 스톤의 효과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기본 공격력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모든 속성 공격의 위력이 증가한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혼돈의 위력이 몇 배는 증가한 셈이네.'

얼마 전에 혼돈을 얻었으니까.

앞으로 혼돈이 쓰일 일이 많은 걸 생각하면, 인챈트 스톤은 그에게 큰 행운을 안겨다 준 것이나 다 름없었다.

"고마워, 마누엘라."

유준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런 아이템을 그냥 선물로 주다 니.

솔직히 자신이었으면 아무 대가없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전해 주지

않았을 텐데.

"마음에 들었어?"

이응. 많이."

"...그럼 다행이다."

마누엘라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3화

149화

유준은 만물상점으로 돌아가서 남은 점수를 싹 사용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수로도 신화 등급 장비 아이템을 세 개나 더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스킬 서고 발견하면 제 물 바치는데 써야지.'

만물상점을 나온 유준은 결계부 터 확인했다.

"아직 뚫린 곳은 없네."

그의 방어력 영향을 받는 결계답 게 대단히 견고했다.

유준은 파라네트와 타파골을 불 러들이진 않았다.

녀석들은 계속 결계를 관리해야 했다.

" 나는?"

"파라네트처럼 해 줘. 부탁할게."

"...나도 가면 안 돼?"

"위험해."

"지금 이벤트 진행 중이잖아. 점 수도 안 쌓여서 아득바득 생존하려 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어? 그러네?"

생각해 보니 이벤트는 마무리 단계까지 왔고, 마누엘라는 이벤트 보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연연할 수가 없지.

이벤트에 제대로 된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마누엘 라가 이 섬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마누엘라의 가호가 좀 쓸 만해 보였으니 버프용으로 데리고 다녀 볼까.'

그녀가 자신에게 인챈트 스톤이 라는 선물을 주는 것을 보고 한 가 지 깨달은 게 있다.

완전히 내 편이 됐구나 하고.

원래도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긴 했지만,

고생해서 재료를 직접 모으고 그 재료로 만든 아이템을 선물해 줬다.

바라는 것도 딱히 없어 보이고.

솔직히 좀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

"그래. 너도 가자, 그럼."

"진짜로...?"

"어."

"고마워!"

무인도를 벗어나는게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쟤도 혹시 어떤 보상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겠지?

유준은 북쪽으로 이동했다.

감이 왔다.

'...북쪽에 있던 신의 하수인이 가장 강했어.'

그게 이유였다.

북쪽 신의 하수인을 제외하면 나 머지 다섯은 비등비등, 거기서 거 기였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을 한 것이다.

유준은 고대 마법에 있는 '플라 이'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허름한 망토가 바람에 날려 거세 게 펄럭거렸다.

마누엘라도 비행이 가능했다.

"시원하네."

유준이 방긋 웃었다.

제대로 하늘을 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비행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마누엘라는 유준의 속도에 뒤처 지지 않고 잘 따라붙었다.

"오, 제법인데?"

"...흥.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날 아다녔는데?"

"응?아. 맞다. 너 몇천 년은 살았다고 했지. 그럼 이천 년 정도는 내가 뒤처져 있겠네. 나대서 미안 해, 선배님."

"내가 미안해. 나이 얘기만 제발 하지 말아줘."

"생각해 볼게."

마누엘라가 울상을 지었다.

"몸통 박치기!" 콰아앙!

"커헉!"

한 플레이어가 엄청난 충격을 견 디지 못하고 멀리 튕겨 나갔다.

좋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기에 절명하지는 않았지만, 빈사 직전까지 내몰렸다.

"뭐야, 저 해골은?"

"데스 나이트 같은데."

"데스 나이트가 저렇게 커?"

"생전에 오크였나?"

"오크라고 하기에도 좀 큰데. 족 장급이었나?"

"크기가 중요해? 지금이 기회야."

방금 날아간 플레이어의 일행 두 명이 파라네트에게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상대는 생존 본능과 회피 특성을 가진 파라네트.

그는 귀신과 같은 몸놀림으로 뒤에서 날아온 공격을 피해 버렸다.

"피, 피해?"

"어떻게 움직인 거지?"

안 그래도 유준에게 신화 등급 아이템을 빌려 능력치가 대폭 상승 한 상태.

거기에 호리단의 반지까지 있다.

"전력 몸통 박치기!"

어느새 접근한 파라네트에게 플레이어 한 명이 몸통 박치기를 당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레트론!"

"그럴 때가 아니다, 인간."

파라네트가 흰 이를 보이며 히죽 웃었다.

플레이어가 황당했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너... 언데드가 어떻게 이래? 어이가 없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주인님의 소환수다."

"그러니까 그 주인 놈이 누 군..."

"노옴! 주인님께 그 무슨 말버릇 이냐!"

"자, 잠깐!"

파라네트가 검을 쭉 뻗었다.

날카로운 검 끝이 플레이어의 이 마를 파고들었다.

푹!

" 감히!"

화가 안 풀렸는지 파라네트가 한 참을 씩씩댔다.

파라네트는 그간 열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황천길로 보내 버렸다.

모두 결계를 부수려 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중 파라네트보다 강한 상대도 있었지만, 그는 생존 본능이 뛰어 났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마주하면 망설이지 않고 줄행랑을 놓았다.

덕분에 파라네트는 단 한 번도 위기를 맞이하지 않았다.

그때, 강대한 기운을 가진 존재 가 결계 근처로 다가오는 것이 파라네트의 기감에 느껴졌다.

위험하다.

생존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움찔한 파라네트가 자세를 바꿔 잡았다.

'주인님의 명을 받들려면,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

또 한 번의 자기 합리화.

그 후에 발에 불똥이라도 떨어진 듯 달아났다.

자기 몸보다 둘레가 작은 나무의

뒤에 숨은 파라네트가 안도했다.

"작전상 후퇴의 맛이 어떠냐, 이 놈."

물론 전진을 위한 후퇴는 아니었다.

살기 위한 후퇴만 있었을 뿐.

파라네트가 슬쩍 고개를 돌려 결 계 쪽을 확인했다.

그곳엔 매우 강해 보이는 플레이어 한 명이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더러운 놈. 감히 주인님께서 설 치하신 결계를...

파라네트가 이를 악물었다.

"분하다. 내 당장 저놈을 막을 힘만 있었어도."

자신이 상대하기엔 너무나 강력 한 적이었다.

'주인님한테는 저런 놈 따윈 한 주먹거리도 안 될 텐데.'

파라네트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때마다 주인님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콰아앙! 쾅! 쾅!

플레이어가 쉬지 않고 결계를 두드렸다.

결계가 세차게 흔들렸으나, 그게 다였다.

파라네트가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적도 저 결계에 큰 대미지를 입히지 못 했다.

"꼴좋다. 멍청한 놈."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플레이어 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파라네트가 화들짝 놀라며 딴 곳을 바라봤다.

그런 하찮은 수가 통할 리가 없었다.

"왜 이런 곳.... 잠깐. 넌 신유준의 소환수가 아닌가?"

선이 굵은 얼굴의 마족 플레이어.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파라네트가 침을 꿀꺽 삼키는 시 늉을 했다.

겁을 먹은 것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런 파라네트의 상태를 마족도 단번에 파악했다.

"야, 데스 나이트. 너 쫄은 거냐?

평소에 기세등등하던데. 지금은 왜 그 모양이지?"

"흐, 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겁을 먹었다고? 그럴 리가. 전혀. 문제없다."

그렇게 말하는 파라네트의 다리 가 또다시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마족이 비웃었다.

"혹시... 신유준이 근처에 없나?"

"...아니, 있는데?"

"없구만."

"있는데? 있는데?"

"그랬으면 박쥐 같은 네놈은 당 장 달려가서 일러바쳤겠지."

파라네트의 입이 닫혔다.

분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어찌 자신에 대해저렇게 잘 알 고 있는 걸까.

"강자 옆에 빌붙어서 권세를 누 리는 꼴이 역겨웠는데, 여기서 만 나다니 잘됐군."

"빌, 빌붙다니? 난 그분의 소환 수다. 소환수라면 웅당 옆에 있어 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네가 얼마나 으스대고 다녔는지 스 스로는 모르고 있었나 보군. 살심 이 일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신유준을 모르는 플레이어는 이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그의 행보 하나에도 이목 이 집중되었고, 항상 붙어 있는 파라네트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신유준의 옆에서 기고만장한 표 정과 오만한 시선으로 다른 플레이

어들을 노려보는 파라네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파라네트의 이미지는 상당히 안 좋은 편이었다.

"나를 질투하는 것이냐. 너도 주인님과 함께 있고 싶나 보지?"

"웃기는군. 그와 나는 적... 아니, 원수에 가깝다.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위치에 있지."

"네놈. 그렇다면 마신 추종자로 구나!"

호통을 친 파라네트.

그러나 파라네트의 시선은 땅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태생적인 겁쟁이 기질과 유준과 같이 다니면서 유례없을 정도 로 높아진 자존감.

그 둘이 쉴 새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모양새다.

맞서 싸워도 모자랄 마당에 땅에 다 대고 소리치는 꼴이라니.

마족이 비소(詳笑)를 지었다.

"눈도 못 마주치는 것이 실로 한 심하기 짝이 없구나. 너는 신유준 곁에 있을 자격이 없...

그때였다.

타닥!

파라네트가 고개를 숙인 그 자세 로 몸통 박치기 스킬을 사용했다.

후웅! 콰앙!

"급!"

마족이 암흑 마기를 불어 넣은 검을 들어 충격을 완화했지만, 완 전히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그의 몸이 멀리 튕겼다.

파라네트가 크게 소리쳤다.

"돌덩이! 부탁한다!"

어느새 나타나 거대화한 타파골 이 마족의 몸을 손으로 잡아챘다.

질끈.

"꼬으윽..."

타파골의 악력은 신의 하수인의 몸도 순식간에 우그러뜨릴 정도로 셌다.

그런 녀석의 손아귀 힘을 일개 플레이어가 버텨 내기는 힘들었다.

콰직!

형체를 알 수없이 으깨진 마족 의 신체.

신체가 조각이 나고도 살아날 길은 없었다.

"흐흥. 어디 감히 주인님 옆자리를 노리느냐. 제 분수도 모르고.... 쯧쯧."

파라네트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이 돌덩이, 너도 잘했다."

"...난 주인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파라네트와 타파골.

둘은 같이 다니는 시간이 늘면서 효율적으로 적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타파골은 작은 몸집을 유지하고 돌아다닌다.

파라네트는 타파골의 근처에서 머무르며 적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만약, 파라네트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라면 타파골과 방금과 같은 방법으로 처치했다.

그렇게 파라네트와 타파골은 환 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스무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더 처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합에 꽤 만족하는 모양새였다.

신뢰의 눈빛을 주고받은 두 소환 수

그러다 파라네트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돌덩이 넌 왜 나한테는 존대하지 않는 거지?"

"내가 해야 할 이...유라도?"

"허, 이 답답아. 내가 선배이지 않느냐. 그 정도는 알아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혹시 몸이 돌로 되었다고해서 뇌까지 돌로 이루어 진 것이냐? 아니, 돌이어도 이 정 도는 아닐 거다. 텅 비어 있는 건

아니더냐, 혹시?"

"맞다. 나는 뇌가 없다."

타파골이 순순히 인정해 버렸다.

머리를 긁적인 파라네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내가 선배다! 내게도 존칭을 꼭 해 줬으면 좋겠군."

"싫다."

"아, 왜!"

"내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건 주인님뿐이다."

"그, 그건 분명히 좋은 마인드다. 하지만, 내게도 어느 정도의 존중은 필요하다 보는데?"

"절대. 싫다."

타파골은 골렘.

지능 수준이 그리 높지가 않은 대신 의지가 확고했다.

파라네트의 기분이 확 상했다.

눈을 부라려 보았지만, 타파골은 그런 파라네트를 보는 채도 안 했다.

'안 그래도 저 녀석의 능력이 출 중해 주인님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건만.... 이대로는 안 돼. 어떻 게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파라네트가 없는 손톱을 물어뜯 으며 초조해했다.

무인도를 벗어나 한동안 비행을

했던 유준과 마누엘라.

그들은 다른 섬을 발견했다.

이벤트 장소인 무인도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거대한 섬 이었다.

"저런 섬이 왜 또 있는 거야?"

"잠깐만."

유준의 얼굴이 굳었다.

이 섬에 가까워질수록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저 섬에 강자들이 많은 건가?

유준이 슬쩍 옆을 봤다.

마누엘라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얘는 못 느끼고 있는 건가?'

자신이 그냥 예민한 걸 수도 있다. 예민한 감각 특성 탓일 수도 있고.

그래서 유준은 지금의 위기감을 더더욱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소리가 나지 않게 살포시 발을 내려놓으며 섬의 외곽 쪽에 착지했다.

"마누엘라. 여기서부턴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야 할 거 같아."

유준이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왜?"

"강한 놈들이 많아. 이 섬에. 지금 근처에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강한 플레이어들이 있어. 아니... 애초에 플레이어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위, 위험하다는 거지?"

"응.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자칫 하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다시 떠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내가 왜?"

".…"응?"

"위험한 만큼 얻을 것도 많겠지. 게다가 오자마자 떠나 버리면 너무 아깝잖아."

"...이 섬에 우리한테 필요한 아이템이든 뭐든 아무것도 없으면?"

"그럼 쥐어짜야지. 뭐라도 나오게. 그리고 죽어도 상관없다며."

빈손으로 돌아가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은가.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4화

150화

순백색의 큰 궁전.

그 궁전에는 네르와 하수인들 몇 명만이 살고 있었다.

공모전 당선으로 7급 신이 된, 네르.

그녀는 유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다른 속셈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보고 있으면 재밌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 한 명이 어디까지 성장하나,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거기다 후원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더 알렸고,

그만큼 신유준에게 애정을 갖고 지켜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이었다.

'비단 나만 그를 관찰하고 싶어 하는게 아니고 말이야.'

그녀는 최근, 다른 신들이 신유준의 행보를 관찰할 수 없도록 해 놓은 상태였다.

'신들의 전쟁'을 만든 제작자로서

의 특권을 사용했다.

최고위 신이 직접 선사한 특권.

그러니 불만이 있어도 그녀에게 무어라 할 신은 없었다.

'아, 너무 좋아.'

신유준을 관찰할 수 있는 건 자 신뿐이다.

그를 독차지한 것 같아무척이나 짜릿했다.

'이 특권을 이제야 쓰다니. 좀 아 쉽네.'

이미 많은 수의 신들이 신유준의 존재를 알아 버렸다.

그래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고, 네르는 그러 한 관심들이 질투가 났다.

'어디 내 플레이어한테 손을 대 려고.'

네르는 원래 플레이어들 일에 크 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본인이 만든 게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세계이지만, 그녀는 직급 상승에 더 큰 의의를 두었다.

그래서 성공하는데만 집중했고, 그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신유준을 특전만 주고 방치했다.

꼭 챙겨야 할 의무는 없기에 문

제가 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신들이 후원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여 지가 있었지.

그러나 모두가은연중에 플레이어를 후원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네르도 이제부턴 거리낌없이유준을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딱 한 번 후원하긴 했지만, 파급력은 제일 셌을 거야.'

무려 태초의 허름한 망토를 주었다.

신유준에게서 점수를 받긴 했어 도 그 점수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큰 의미가 없는 점수.

그에게 대가없이 선물을 준 거 나 마찬가지였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오늘은 10급, 9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신들이 참여하는 파티가 있다.

네르는 시끌벅적한 장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궁전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직급 상승, 즉 출세하기 위해선 어쩔 수없이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몇 시간 뒤에 있을 파티를 위해 네르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유준은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무인도에서 봤었던 신의 하수인들.

놈들과 유사한 기운을 풍기는 이들이 섬에 많았다.

이곳에서 가장 약한 게 그런 놈들이었다.

신의 하수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들이 있었다.

'신의 하수인보다 높으면... 설 마신인가?'

그렇다기엔 좀 이상한 것이 있다.

이벤트 장소를 좀 벗어나면 신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신이라는 작자들이 그렇게 허술 할까.

그러나 상황만 놓고 보면 마냥 부정할 수도 없었다.

신의 하수인들이 이렇게 모여 있을 만한 장소는 흔하지 않다.

이 거대한 섬은 신들이 머무는 곳일 확률이 높았다.

마누엘라에게 그 얘기를 전해 주 자, 그녀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시, 신이라고?"

"응."

"나, 나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먼저 가 봐도 될까?"

"그런 게 어디 있어. 한번 같이 왔으면 끝까지 가는 거지."

"...상대가 신이라며. 아무리 네가 강해도 신이랑 싸우는 건 아니지..."

마누엘라가 불안한 듯 주위를 두 리번거리며 말했다.

"누가 싸운대? 그냥 얻을 거 있 나 찾아보자는 거지."

설령 싸우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 라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적어도 죽지는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마누엘라는 못 지켜 주겠지만.

"신이라는게 확실한 건 아니야. 내가 신을 언제 본 적이 있었어야지. 그냥 강한 놈들이 있는게 다니까 너무 쫄지마."

그러나 기척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여긴 신의 하수인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곳.

당연히 유준과 마누엘라의 기척을 느끼고 달려오는 하수인들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이미 큰일 난 거 같은데?"

"그러게?"

신의 하수인들이 생각했던 것보 다 단합력이 좋네.

무인도에서는 한 명씩만 상대해서 처리하기 쉽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저렇게 떼거지로 몰려오니 유준도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일단 튀자."

신의 하수인들도 유준과 마누엘 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늠하고 있 지는 못했다.

섬이 넓은 것도 있지만, 유준이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해 기운을 여 러 군데로 홑뿌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수인들이 아무리 감이 예민하 다고 하더라도 신화 등급 아이템을 사용한 만큼,

둘을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유준과 마누엘라는 가만히 있지 않고 쉴 새없이 움직였다.

그러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두 개 의 투명 반지를 꺼냈다.

한 개는 자신이 끼고, 나머지 한개는 마누엘라에게 빌려줬다.

"투명 반지?"

"응. 그렇다고 아예 안 들키는 건 아니니까 조심하고."

유준이 그렇게 말하고 돌담 뒤로 숨었다.

마누엘라는 그에게 찰싹 달라붙 으며 숨을 죽였다.

이곳은 섬이지만, 전에 있던 무 인도 같은 곳은 아니었다.

잘 발달한 도시 같은 느낌.

돌담이 쌓여 있고, 으리으리한 궁전도 보였다.

궁전이 다가 아니었다.

섬 곳곳에 호화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했다.

무한의 탑 대륙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었다.

마치 지구의 유럽에 온 것만 같은 분위기.

신의 하수인들 서넛이 무리를 지 어 유준을 찾기 위해 바쁘게 돌아 다녔다.

"신격이 없는 존재의 기척. 느껴 진 거 맞나?"

"그렇다."

"왜 안 보이지?"

"기척을 숨기고 있다. 아니... 여기저기 뿌려서 헷갈리게 하고 있 군."

"분별할 수 있겠나?"

"쉽지 않아. 실력 좀 있는 녀석 이야."

신의 하수인들이유준과 마누엘 라의 바로 옆을 지나갔다.

마누엘라가 억지로 참고 있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걸 모르지?"

"이게 아이템빨이지."

그가 괜히 소모성 아이템에 십억을 넘게 투자한 게 아니었다.

장비 아이템들을 제외하고 소모 성 아이템에만 쓴 돈이 그 정도였다.

'투자한 만큼 받는군.'

자신이 얼마나 신들의 전쟁이라는게임에 미쳐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후반부에 500레벨을 찍고 나서 슬슬 질리기 시작했었지만.

그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 당시 만렙을 찍고 나서는 무 료함을 느꼈고,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고자 게임의 아이템들을 전부 모으고 다녔다.

그래서 그의 인벤토리에는 없는게 거의 없었다.

진짜 아예 쓸모없는, 저렙 쓰레 기 아이템들은 몇 번 버린 적이 있 어도, 대부분을 남겨 놨다.

어떻게 보면 만물상점보다 더 만 물상점 같은 것이 그의 인벤토리인 것이다.

유준은 조금 더 중심지로 이동했다.

대놓고 소리를 지르고 다니지 않는 이상, 신의 하수인들에게 발각 될 위험은 없어 보였다.

그의 민첩 능력치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높은 탓…은 아니고 오로지 투명 반지와 신화 등급 소 모성 아이템 덕분이었다.

기척이나 기운을 강제로 흩어지 게 만드니, 하수인들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유준과 마누엘라는 적당

한 크기의 궁전 앞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여기 들어가게?"

"응."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궁전.

그가 궁전에 무혈입성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저 멀리서 걸어왔다.

유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기척이 전혀 안 느껴졌는... 데?'

분명 자신이 느끼기에 궁전 안에

는 신의 하수인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 여성은 누구란 말인가.

'내가 보이는 모양인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여자는 신 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어떠한 기운도 느껴 지지 않았다.

그와는 대조되게 강한 무력을 지 녔다는 건 보는 즉시 알 수 있었다.

유준이 마른침을 삼키며 검의 손 잡이를 세게 쥐었다.

마누엘라도 긴장한 건 매한가지 인지, 유준의 망토 자락을 세게 붙 잡았다.

망토가 쭉 늘어났다.

"넌 거길 또 왜 잡아?"

"미, 미안. 나도 모르게."

"놔."

"...응."

네르는 당황스러웠다.

왜 신유준이 자신의 궁전 앞에 있는 걸까?

분명히 좀 전에 그를 관찰할 때 만 해도 세 번째 이벤트 장소에 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왔대?'

네르가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유준을 관찰 한 것은 만물상점에서 처음 물건을 샀을 때였다.

그 후의 행보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신의 하수인 여섯을 전부 죽였다는 사실도 숙지하지 못한 상황.

신유준이 이 자리에 있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도 놀랐는지, 입을 작게 벌리 고 있었다.

'알고 찾아온 건 아닌 거 같은데.'

네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이벤트는

어쩌고?"

"누군데, 너는?"

"...날 몰라?"

"어떻게 알아. 처음 보는데."

"본 적 있을 거야. 잘 생각해 봐."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처음 듣는 목소리다.

한번 봤으면 기억을 해야 하는데.

저렇게 생긴 사람을 본 기억이 있나?

유준이 상대를 유심히 살펴봤다.

긴은빛 머리.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얀 피 부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기는 한데.

저 모습 그대로는 아닐 거다.

주어진 단서들로 유추해 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네르야?"

"맞아."

"네가 그 네르였어? 근데 내가 널 어떻게 아냐. 실제로 본 건 이

번이 처음인데."

"결국, 알았잖아."

그럼 할 말이 없지.

"너 여기 있으면 안 돼."

네르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 왜?"

"신계에 플레이어가 침입했다는

걸 다른 신들이 알아봐. 당장 난리 날 게 뻔하지."

"여기 신계야?"

"그럼 어디라고 생각했는데?"

"신계."

"뭐야, 알고 있었으면서 왜 물어 본 건데?"

"그러게."

유준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네르. 궁금한 게 있어."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니까

"신계가 왜 무인도, 그러니까 이 벤트 장소 바로 옆에 있었던 거지? 따로 의미가 있는 거야?"

"그거야, 이번 이벤트가 급조된 거라 그렇겠지."

"급조됐다고?"

"일단 들어와."

네르가 궁전 안으로 유준과 마누 엘라를 들였다.

이 사실을 고위 신에게 들켰다 간, 신위를 박탈당하는 것으로 안 끝난다.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바깥을 살폈다.

"애초에 이벤트는 신이 주최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알 수 없어."

"그럼 시스템이 만들어? 이번 이벤트도?"

"응."

"신이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는 건 불가능한 건가?"

"그래. 인과율을 무시하면 신이 플레이어들에게 간섭할 수 있긴 해. 내가 너한테 후원을 해 줬던 것처 럼. 그런데 신들이 플레이어에게 해를 입히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왜지?"

"시스템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응?"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은 즉, 신보다시스템이 더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혹은 동등하거나.

"이번에 갑자기 이벤트가 열린 이유는 뭔데?"

"몰라."

" 모른다고?"

"시스템한테 물어보는게 더 빠를걸."

"대화가 가능해?"

"못하지."

그때 네르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잠깐. 다른 녀석이 알아챘어."

"나를? 누가?"

유준이 말하다가 눈치챘다.

"너 말고 다른 신이 내 존재를 알아챘다는 거지?"

네르의 얼굴을 보니, 여기서 머 뭇거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기 가 찾아왔다.

우웅. 파밧.

6급 신, 예밀이 공간 이동을 통

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와."

"자, 잠깐만요!"

네르가 막아 보려 했지만, 소용 이 없었다.

선이 굵은 얼굴에 턱수염이 무성 한 예밀.

그는 두꺼운 팔로 네르를 밀치고 당찬 발걸음으로 유준과 마누엘라 가에 다가갔다.

예밀이 눈을 크게 뜨며 얼빠진 소리를 냈다.

분명 플레이어의 기척을 느껴서 왔건만,

"뭐지?"

그곳엔 플레이어가 아닌 언데드 두 구가 멀뚱멀뚱 서서 그를 바라 보고 있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5화

151화

전말은 이렇다.

네르의 얼굴을 보고 사태의 심각 성을 깨달은 유준은 재빨리 인벤토리부터 열었다.

그리고 두 개의 사탕을 꺼냈다.

[언데드 변신 사탕(이벤트)]

등급 : 無

옵션 : 사탕을 섭취하면 언데드

가 될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 30 일.

언데드 변신 사탕.

마누엘라와 함께 마족들을 소탕 할 때 섭취했던 이벤트 아이템이다.

그 사탕을 여기서 또 꺼내게 된 것이다.

유준은 아무 말없이 사탕을 마 누엘라에게 억지로 먹였다.

"뭐, 뭔데! 이거 맛없어 보인단 말... 어, 잠깐 이거 그때...?"

"응, 그거야. 그러니까 뱉지 말고

삼켜."

유준도 사탕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이번엔 저번처럼 리치 로드가 아닌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로 몸 이 바뀌었다.

[일시적으로 데스 나이트가 되었습니다!]

[육체 능력치가 15% 증가합니다.]

[이성을 잃을 확률이 높습니다.]

[판단 능력이 떨어집니다.]

[죽음에서 단 한 번 부활할 수 있습니다.]

육체 능력치가 증가하지만, 그로 인해 얻는 페널티도 많았다.

하지만 두 가지 페널티를 전부 상쇄시킬 방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평정심이었다.

평정심 특성이 있으면 정신 관련 페널티는 거의 다 무시한다고 보면 된다.

마누엘라는 리치가 됐다.

아쉽게도 리치 로드가 되진 못했

지만, 리치도 나쁘지 않았다.

스켈레톤 메이지가 나오지 않은 게 어디인가.

그 직후에 바로 예밀이 등장했다.

확신에 찬 얼굴로들이닥친 예 밀.

그가 당황했다.

"놈들은 어딜 갔지?"

예밀이 물었다.

"무슨 소리죠?"

"플레이어 말이다. 여기에 있었을 텐데."

"뭔가 큰 착각을 하셨나 보군요. 신계에는 플레이어가 올 수 없습니다. 아실 텐데요."

"오지 못하는게 아니라, 온 적이 없었던 거지. 선례가 없다고해서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제 궁 전에 함부로 침입하신 건... 엄연 히 중죄입니다."

"그건 미안하다. 하지만, 꼭 확인 해 봐야 할 게 있으니 양해 바란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강압적으로 나오시겠다는 건가요?"

"더 잘못된 걸 하고 있지 않은가. 자네는?"

정곡을 찌르는 예밀의 말에도 네 르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아니요. 저는 떳떳해요. 여기에 뭐가 있나요? 제 소환수 언데드 둘 과 하수인들이 다예요. 그런데 지금 예밀 님은 이곳에 플레이어가 있다는 추측만으로 제 주거 공간을 침입하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아직 도 나갈 생각이 없으시죠."

"크흠.…"

예밀이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대로라면 자신은 엄벌

을 받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더 돌아갈 수 없었다.

소득을 얻으면, 오히려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어의 기척을 확실하게 느꼈었다.

그는 본인의 감을 절대적으로 신 뢰했다.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예밀을 보는 네르의 얼굴에 짜증 이 어렸다.

그녀도 예밀의 고집은 잘 알고 있다.

사사건건 자신의 흠을 찾으려 하는 존재이자, 신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자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그의 무력이 뛰어나서 가 아니라, 고위 신과 연줄이 깊게 닿아 있는 탓이었다.

게다가 우직한 인상과는 다르게 뱀 같은 남자였다.

조금이라도 허점을 내보였다간, 들개처럼 물어뜯긴다.

"그럼 전부 뒤져 보시죠. 제 궁 전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대신...

네르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각오하십시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아니요. 여긴 신계잖아요? 엄연 히 법규가 있고 그걸 어기면 벌을 받는게 당연한 거예요. 잘 아시면서."

"좋다. 내 착각한 것이라면 죗값을 달게 받겠다. 그러니 네 녀석도 각오하고 있는게 좋을 거다."

"승부가 정해진 싸움이라, 전 손 해 볼 게 없군요."

그렇게 약속이 맺어졌다.

신계에서 약속은, 단순히 구두 계약을 한다, 정도로 볼 수 없었다.

예밀이 자리를 떴다.

어딘가에 있을 플레이어를 찾기 위해서.

'어지간히 확신하고 있나 보네. 능구렁이 같은 놈.'

네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계에서 그녀를 질투하는 신들이 많았다.

특히 5급, 6급, 7급 신들이 그러 했다.

이유는 너무나 뻔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겠지.

그녀는 공모전 당선으로 순식간에 7급 신이 되었다.

최고위 신들이 그녀를 좋게 본 순간부터 출세는 확정이 된 것이다.

당연히 남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샀고, 이런 식으로 무슨 일을 하건 훼방을 놓으려는 작자들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예밀도 그중 하나였고.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네르가 유준에게 물었다.

유준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결계를 설치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네르가 어리둥절해했다.

인벤토리를 연 유준은 귀한 결계 구 아이템을 사용했다.

누군가 이곳을 염탐할 수 없도 록.

결계 설치를 완료한 유준이 입을 열었다.

"그 남자가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어서."

"뭐? 예밀은 분명 갔어. 하수인 들한테 그를 감시하도록 했으니까 확실해."

"그게 분신이거나 가짜면?"

"가짜일 리 없어. 내가 눈앞에서 확인했으니."

"아니면 됐어."

유준은 확실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했던 행동은 현명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상황.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다.

"너 근데 왜 언데드가 됐어?"

네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도 알잖아?"

" 뭐를?"

"네가 언데드 사탕을 만들었잖아. 이벤트용으로."

"...아."

네르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유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템을 만든 운영자라면 당연 히 알 텐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이지?

"몰라?"

"아, 알아."

"모르는 거 같은데?"

"...사실 처음 들어 봐."

"뭐? 모른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유준이 되물었다.

"왜 몰라?"

"...내가 만든 게 아니니까."

"너 운영자 아니었어?"

"내가 게임을 관리하긴 하고, 관 여한 부분이 많기는 해. 그런데 기 본적인 툴, 규격은 시스템에서 제 공한 거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만든 건 아니라는 거지."

"아이템이랑 던전, 몬스터 이런 것들 말하는 거야?"

"그래."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네르가 신들의 전쟁의 모든 걸 창조한 줄만 알았다.

'그나저나 1인 개발자라서 그렇게 운영이 개판이었나.'

조금, 아니 매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잠깐 넋을 놓았던 유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신들의 전쟁에서 녜가 한 건 뭔데?"

"여러 가지."

"그냥 구경만 한 거 아니야? 솔 직히 서버 관리 아예 안 했잖아."

"그랬으면 공모전에 당선됐겠어? 쟁쟁한 경쟁자가 얼마나 많았는데."

그게 의문이었다.

'신들의 전쟁'이 도대체 어찌 당 선될 수 있었을까.

네르가 허세를 부리는게 아니라면, 신들의 전쟁이라는 세계가 충 분히 완성도 있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인정하기 힘들었다.

과금러에게 특혜가 너무나 많은 게임이었다.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이 대부분일 정도이니.

과금 요소가 너무 심하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났다.

유준은 살짝 운영자를 원망도 했었다.

과금도 어느 정도 유저들이 있어 야 할 맛이 난다.

다 떠나 버리면 압도적인 우위에 서는 의미가 없잖은가.

'내가 할 생각은 아닌가.'

그는게임 하나에 수십억이나 돈을 썼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높은 스펙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에 박탈감이 든 유저는 하나

둘이 아니었다.

게임 커뮤니티에는 그래서 유준에 대한 악플도 상당했었다.

게임 할 맛 안 나게 하는 이기적 인 놈이라고.

적당히 즐기는 정도로 과금을 했으면 어쩌면, 게임이 더 번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야.'

유준은 정상에 서는 걸 좋아했다.

남 밑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성격 이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후회는 없었다.

실제로 그때 과금을 했던 행동이 지금 엄청난 행운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던가.

게임에 수십억이나 쓴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네르도 공모전에 당선됐 다고도 했고.'

유준이 기감을 넓혔다.

네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밀 의 기척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했다.

단순히 격의 차이 때문인가?

'그럼 아까 이 섬에 왔을 때 느 꼈던 강대한 기운들은 뭐였지?'

그건 신이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면....

신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솔직히 말해서 네르의 무력 수준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긴, 거 기까지 넘보면 선 넘는 거지.'

그는 무한의 탑에 끌려온 지 1년 도 채 안 됐다.

1년은커녕, 반년도 안 지났다.

그런데 신에게 대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신의 하수인을 손쉽게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것이었다.

"신유준. 이제 진짜 나가야 해."

"그럴게."

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훨씬 강한 신들이 수두룩 한 신계.

이곳에 있어 봤자 얻을 게 없다는 걸 알았다.

하이 리스크 노 리턴.

목숨만 위험할 뿐, 돌아오는 건 없었다.

"갈 때 작은 선물 하나 줄게."

" 선물?"

"기대해도 돼."

네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유준이 손을 내밀었다.

"줄 거면 지금 줘."

"물건이 아니야."

"그럼?"

"글쎄?"

네르가 방긋 웃으며 손바닥을 보이며 팔을 혼들었다.

그게 유준이 신계에서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짐과 함께 시야가 반전되었다.

무과금즐겜러.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큰 변화가 있었다.

인형처럼 굳어 있던 이들이 깨어 나 움직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광장에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소환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인산인 해를 이뤘다.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광장에 한 번에 들어찬 것

이다.

무과금즐겜러는 처음엔 당황스러 워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인원을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막 기억을 되찾은 그로선 수많은 인파에 현기증마저 느꼈다.

"여, 여기가 어디야? 꿈인가, 혹시?"

"누구세요?"

"넌 누군데요?"

"스즈무라입니다만? 그쪽은?"

"오다라고 합니다."

"저, 저기요. 여러분! 여기... 일본 맞나요?"

"아닌 거 같은데요."

"허, 헉. 나 방금 트럭에 부딪히는 꿈을 꾸긴 했는데....에엣, 혹시 나 이세계로 환생한 걸지도?!"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은 처음 듣는 생소한 언어를 사용했는데,

이상하게도 무과금즐겜러는 그들 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약해 보여.'

손가락만 대도 비명횡사할 것 같은 인물들만 모여 있었다.

'내가 비록 인벤토리와 장비 아이템 모두를 잃었지만... 지금이 라도 저들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무과금즐겜러는 조용히 사람들을 지켜봤다.

"저 플레이어라는 것 같은데요?"

"오야오야, 이거 놀랍군."

"저도요!"

"나도인데?"

"우리 전부 다 플레이어 된 겁니까 그럼?"

"애초에 플레이어가 뭔데."

"게임 안 해 봤슴까? 척하면 척 이지!"

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적 응해 나갔다.

3일.

그 짧은 시간 만에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세계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물론 현실을 부정하는 이도 적지는 않았지만, 절대다수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무한의 탑을 현실이 아닌 게임처 럼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았으며, 몇몇 사람이 사냥 도중에 죽었을 때도 그러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플레이어들 몇 명에게 시비가 걸 려 왔다.

3일 동안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지 거침이 없고, 거들먹거 리는 태도였다.

"너 방금 우리 노려봤지? 예전부 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잘됐다."

"야. 지금까지 장비도 안 구하고 뭐 했냐? 놀았지? 난 너 같은 낙오

자들이 너무 싫어. 이 기생충 같은 놈."

멍한 얼굴로 멀리서 지켜봤다는 것이 시답잖은 이유였다.

하필 거주 구역도 아니었던지라, 플레이어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 명이 무과금즐겜러의 어깨를 툭툭쳤다.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라 일반인 이 맞으면 혼절할 정도로 강하게쳤다.

그러나 무과금즐겜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미지가 전혀 안 들어왔으니까.

"허접들."

무과금즐겜러가 나지막이 말했다.

"뭐,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욕인가?"

시스템이제대로 통역을 안 한 걸까.

플레이어들이 그의 말을 알아듣 지 못했다.

"못 알아들었나? 빠X야로."

일본인 플레이어들이 살짝 당황했다.

장비도 없는 플레이어가 대들 거 라고는 생각도 못 한 것이다.

심지어 욕을 하는 발음이 묘하게 어색해서 기분이 나빴다.

"이게..."

유독 무과금즐겜러를 싫어했던 한 명이 기어코 검을 뽑아 들었다.

"죽고 싶어?"

"야, 그냥 죽이자. 어차피 얘 하 나 없어진다고..."

그때 무과금즐겜러가 입을 열었다.

"넘었다."

"뭐어? 뭘 넘어, 인마."

" 선."

퍼억! 콰직!

무쇠 같은 주먹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졌고, 간사하게 생긴 플레 이어의 머리통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제 남은 건 두 명.

만렙 캐릭터를 상대할 뉴비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6화

152화

[신계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

[신화 칭호 '신계의 추방자'를 획득합니다.]

'신화 칭호.'

이게 네르가 말한 선물?

이제 두 번 대면한 사이에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유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칭호 획득에는 제한이 없다.

등급이 높을수록 효과도 뛰어나고.

대신 칭호는 얻기 힘들다는 단점 이 있었는데, 유준은 벌써 20개가 넘는 칭호를 보유했다.

심지어 대부분이 전설 이상의 등 급이었다.

'아무것도 못 얻고 돌아가서 좀 우울할 뻔했는데..., 이건 좀 고 맙네. 신을 뒷배로 두는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뒷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참 편했다.

예밀의 의심과 추궁에는 네르가 알아서 잘 대처하리라 믿었다.

지금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이번에 얻은 신화 칭호의 효과부 터 확인했다.

신계의 추방자(신화) - 총 공격력과 총 방어력이 12% 증가합니다. 신과 대적할 시에 이 효과가 세 배 증가합니다.

'오오... 공격력이랑 방어력?'

그에게 가장 효율적인 효과의 칭 호가 떴다.

특히 신과 대적할 때 세 배로 늘 어난다니,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언젠간 신이랑 싸우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때가 오면 '신계의 추방자' 칭 호는 그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는 다른 신화 칭호 '불가능이 란 없는'을 확인했다.

불가능이란 없는(신화) - 보유한 전설 이상 칭호의 수만큼 모든 능력치가 2% 증가합니다. 현재 (36)% 증가.

모든 능력치 증가 수치가 벌써 36%가 되었다.

그동안 부지런히 전설 이상의 칭 호를 모아 왔다는 뜻이 된다.

유준이 신계에서 추방되어 이동 된 곳은 세 번째 이벤트 장소인 무 인도였다.

처음 워프되었던 그 지점.

"괜찮아?"

같이 쫓겨난 마누엘라가 걱정스 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 뭐가?"

"안 피곤해? 몸이 축 처지는 거 같다거나."

"전혀?"

"어...? 이상하다."

"이상해? 왜?"

"너보다 격이 훨씬 높은 존재... 그러니까 신이랑 대화했잖아."

"그게 왜? 넌 많이 초췌해 보인 다?"

"난... 그냥 신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어."

"원래 그런 거야?"

"응. 멀쩡한 네가 이상한 거야."

"으음."

단순히 평정심 때문만은 아닌 거 같은데.

평정심이 사기적인 특성이긴 해 도 등급이다.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냥 내 능력치가 높거나... 아니면 태초의 플레이어?'

정확히 딱 무어라 확정할 순 없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아, 마누엘라."

"응?"

"너도 칭호 얻었어?"

"응.... 신계의 추방자라고."

"그래?"

네르가 둘 다 줬구나.

아니지.

말을 들어 보면 그녀가 시스템의 위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추방만 시켰을 뿐이고, 칭호는 강제로 추방된 이에게 주어지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어쨌든 마누엘라도 신화 칭호를 받았다니 다행이다.

다른 이였다면 배가 슬슬 아파 왔겠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

게다가 그녀의 예지 능력은 앞으로 써먹을 일이 많았다.

'마누엘라가 강해지면 나한테도 이득이야.'

칭호의 효과를 둘로 나누어서 받는 것도 아니다.

유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눈앞에 익숙한 형태의 홀로그램 창이 생성되었다.

[마지막 이벤트가 곧 종료됩니다!]

[서둘러 남은 점수를 사용해 주십시오.]

이벤트가 종료된다는 내용.

시스템이 웬일로 친절했다.

'플레이어들이 만물상점 이용을 못 했겠지.'

무엇보다 이벤트 종료 시간이 빨 랐다.

기껏해야 하루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도 적잖이 당황했을 터.

분명히 만물상점에 들어가 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첫 번째 이벤트, 두 번째 이벤트에서 노력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될수 있었다.

'만물상점은 지금 난리가 났겠는데?'

안 그래도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데 시간제한까지 생겼다.

본인이 보유한 점수를 사용하기 위해 상대가 누구든 물불 안 가리 고 싸우겠지.

어차피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실 제로 죽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제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그는 만물상점을 두 번이나 이용해서 알짜배기 아이템들을 싹쓸이 했다.

크게 관심이 가는 아이템은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신의 하수인들이 더 있나 확인해 볼까?'

신계로 가면 안 되는 것이라면, 신의 하수인들을 다시 배치하지 않았을까?

그가 눈을 감고 기감을 확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신의 하수인이 네 명이나 더 늘 어 있었다.

' 역시!'

유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신의 하수인이 늘었으니, 그가 할 일은 정해졌다.

땅을 박차 높이 날아올랐다.

그 후 사용한 플라이 마법.

그가 망토를 펄럭이며 비행을 시작했다.

"어, 어디가?"

"잠깐, 할 일이 생겨서. 너는 쉬 고 있어."

이렇게 말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유준은 마력을 아끼지 않고 퍼부으며 전속력으로 비행했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 갔다.

'안 되겠다.'

무인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하 수인을 사냥한다음, 만물상점까지 가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네트!"

비책은 있었다.

유준이 파라네트를 역소환을 시 킨 다음, 다시 불러냈다.

멀리 떨어져 있던 파라네트가 그 의 옆으로 소환되었다.

"부르셨습니까!"

"너 왜 웃고 있어?"

"ㅎㅎ, 주인님께서 맡겨 주신 임 무 말입니다. 그거 너무 재밌습니다.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요."

"...플레이어들 무인도 못 벗어 나게 막아 달라고 했던 거?"

"예! 주인님의 명령을 성실히 이 행하고 있었습니다."

"보니까 그런 거 같네. 잘했어."

"뭘요!"

파라네트가 바보같이 웃었다.

"파라네트. 공간 이동 부탁할게."

"어디로 가면 될까요?"

"신의 하수인들이 있는 곳으로."

유준이 좌표를 불러 줬다.

파라네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화아악-!

신의 하수인 네 명을 처치하기까

지 걸린 시간.

무려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파라네트의 공간 이동.

하수인의 위치를 멀리서도 알아 낼 수 있는 유준의 뛰어난 감각.

그리고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아 도 되는 유준의 무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파골은 부르지도 않았다.

바다로 밀쳐 내고 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

전에는 그게 힘들었지만, 만물상 점과 VIP 상점을 이용해 스펙을 한

껏 끌어올린 지금의 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신의 하수인 넷을 처치한 유준의 점수는 4천만 점.

곧바로 만물상점으로 향했다.

"아아악!"

"나 좀 들어가게 해 줘, 제발!"

"길 좀 막지마!"

콰콰쾅! 콰쾅!

대규모 마법들의 향연.

몇몇은 높은 민첩을 이용해 만물 상점에 침투하려 했지만,

만물상점은 한 명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들어가는 족족 목 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만물상점에 진 입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생존했을 때의 보상을 받기 위해 몸을 사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 수였다.

경황이 없기에 그 누구도 유준이 만물상점에 도착했다는 걸 알지 못 했다.

'걸리적거리네.'

일단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고 보니 조수아도 보이지 않았다.

'죽었나? 세 번째 이벤트에선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유준은 메테오 마법을 준비했다.

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했다.

우웅- 우우웅-!

마법의 위력을 세 배로 증폭시켜 주는 마법 증폭 비약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소환한 운석은 첫 번째 이 벤트 때 사용했던 운석보다 거대했다.

그만큼 그가 강해졌다는 방증이 된다.

'내가 많이 강해지긴 했구나.'

레벨의 변화는 아예 없으니 크게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법을 사용해 보니 차이 가 확연히 드러났다.

지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끈한 열기가 만물상점 일대 근 방을 뒤덮었다.

붉어진 하늘에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 운석.

그것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이 아 연실색했다.

"...또 뭐야?"

"메테오?"

"아오, 씨.... 또 신유준이구 만."

"세 번째 아니야? 사고 싶은 게 있으면 한 번에 좀 사라고! 점수도 많은 거 같더만!"

"일부러 저러는 거야, 저 개 같은 놈."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도망가야 하나?"

"안 가면? 개죽음이잖아. 죽으면 기분 더러워지니까 그냥 목숨이라도 건져야지."

적지 않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자 리를 떴다.

유준은 운석이 떨어지기를 기다 리지 않았다.

바로 만물상점으로 진입했다.

운석을 소환했던 것도 만물상점에 편하게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와, 얄미워."

"자기 혼자만 쏙 들어가는 것 봐."

만물상점에 진입한 유준이 말했다.

"칸하."

"칸...하? 그게 뭐야?"

칸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갑다고."

"너 이번이 세 번째 아니야? 또 왜 왔어?"

"어째 싫어하는 눈치다? 그것보 다 아이템. 보여 줘 봐."

"또 산다고?"

"이럴 시간 없어. 빨리."

이벤트 종료가 머지않았다.

"신화 등급으로 보여 줘."

"지금 다른 손님 있는데...

칸트라의 말에 유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나갈게요!"

손톱을 물어뜯으며 상황을 지켜 보던 엘프가 그렇게 외치며 만물상 점을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빠져나 갔다.

"그렇대. 보여 줘."

"으응."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칸트라.

유준은 신화 등급 아이템을 보이는 대로 다 사들였다.

신화 등급 아이템들이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그때였다.

콰콰콰쾅-! 콰콰쾅!

엄청난 진동과 굉음이 근방 일대를 강타했다.

유준이 소환한 운석이 떨어진 것이다.

주위의 지형과 사물들이 초토화 된 가운데, 오직 낡은 외형의 만물 상점만이 멀쩡했다.

그 흔한 비명도 들려오지 않았다.

미리 대피했거나, 한 발짝 늦게 움직인 이들은 목숨을 잃었으리라.

유준이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설."

".....으응."

전설과 유일 등급 아이템까지 구 매하자, 점수가 동이 났다.

'4천만 점이면 낮은 등급까지 다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만물상점에 아이템이 많았다.

"너... 점수는 또 어디서 난 거야? 시스템 오류를 악용하거나 그 런 건 아니지?"

"에이, 그럴 리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이용했을 뿐이다.

솔직히 신의 하수인이 천만 점을 주는 건 시스템의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악용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간다."

"...어, 그래."

그가 만물상점을 벗어나고 4분 정도가 더 흘렀을 때.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보상을 정산합니다.]

[정산에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 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메시지가 꼭 게임 메시지 같네.'

새삼 자신이 살아 숨 쉬며 움직

이는 이 공간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워프가 시작되었다.

유준은 검부터 움켜쥐었다.

그는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마신 추종자들과 진검승부를 하고 있었지.

아쉽게 시간이 모자라 마신 추종자들을 전부 죽이진 못했다.

남은 작업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누엘라와

조수아의 모습이 보였다.

파라네트와 타파골은 자동으로 역소환된 모양이다.

마신 추종자들도 당연히 있었다.

"흐억, 헉!"

"마, 맞다

"도망쳐!"

놈들은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유준이 얼마나 강한지 몸소 깨 달았다.

이제는 직접 부딪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신유준이 절대 맞서선 안 되는 괴물이라는 걸.

그러나 마신 추종자들이 도망가도록 내버려 둘 유준이 아니었다.

그는 공간 장악 마법을 사용해 모든 마신 추종자들의 몸을 묶었다.

"본거지 따로 있어?"

"...으윽! 컥!"

"묻는 말에 대답 안 해?"

"...수, 숨. 숨부터 쉬게 해 줘!"

"말 잘만 하면서, 숨은 못 쉬고

있어? 꾀부리는 거지? 응?"

그런데 마신 추종자들에게서 정 보를 캐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 모두 금제가 걸려 있었다.

'자기 머리에 금제를 걸어 놓는 곳에 왜 충성을 하는 거야? 당최 이해를 못 하겠네.'

"마누엘라. 심문할 수 있겠어? 세뇌라든지."

"아니.... 얘네는 그 이에르보 다도 금제가 더 강력해."

"그럼 정해졌네."

유준이 공간 장악의 압력을 늘렸다.

"아아아악!"

"크아악!"

뿌득! 콰직!

넓은 연구소에 마신 추종자들의 처절한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레벨이 올랐다는 홀로그램과 함께 숨 막힐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마신 추종자들이 전부 죽은 것이다.

마누엘라가 살짝 걱정했다.

"다 죽여도 괜찮아?"

"응. 금제 일일이 다 풀긴 또 귀찮아서."

금제를 강제로 없애기는 무척 힘든 일.

이에르에게 걸려 있던 금제보다 도 강력한 놈이라고 하니, 굳이 시도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번이야 믿는 바가 있었지만, 이번에 혹시라도 잘못되기라도 하 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신 추종자

를 심문하거나, 연구소를 파헤치는 일 따위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세 번에 걸친 이벤트의 최 종 보상을 받는 것이었다.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 7권 7화

153화

그는 세 개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설렁설렁 움직인 적이 없었다.

첫 번째 이벤트 때 95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검술과 실전 연습을 위해 강자들을 찾아다녔다.

두 번째 이벤트에서는 10레벨 목 표를 달성.

히든 피스인 11레벨 목표까지 찾

아내고 달성했으며, 그 후로 10레 벨 목표 여러 개를 더 달성하며 마 무리를 지었다.

세 번째 이벤트.

여기선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가진 엄청난 양의 점수를 만물상점에 썼다.

그 후 신의 하수인을 발견해서 처치했고, 점수를 천만 점이나 준 다는 걸 알았다.

남은 신의 하수인 다섯 명을 처 치하고 6천만 점을 모았다.

신계를 갔다 와서 또 4천만 점을 모았고.

세 번의 이벤트를 거치는 동안 무려 1억 5천만 점 가까이 얻은 것이다.

활약을 점수로 따진다면, 그의 활약도는 하늘을 뚫는 수준.

그런데 최종 보상이미미하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간 좋은 보상들을 독점해 눈이 높아진 유준이라고 하더라도,

솔직히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반면 마누엘라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고 있어?"

"나는 보상 받을 게 없잖아."

"아. 너 계속 돌아다니기만 했지. 재료 찾는다고."

"응. 너한테 인챈트 스톤 주려고."

"어... 그렇지."

"생색내려는 건 아닌데 이제 너 한테 고마운 마음도 있고... 너랑 같이 있는게즐거운거같기도하고요즘 좀행복하다고느끼고있...아니이말은못들은걸로."

마누엘라가 입을 오물거리면서

말했다.

"뭐라는 거야?"

청각이 좋으니 잘 들리긴 하는데, 마누엘라의 발음이 뭉개져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아, 아니야."

"하여튼 고맙다."

"웅.... 나도."

그 순간이었다.

[이벤트 보상을 활약도에 따라 차둥 지급합니다.]

[활약도 : 288,390,200]

['신유준' 플레이어의 활약도가 1 위입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초월의 돌을 획득합니다.]

[EX등급 랜덤 스킬 북을 획득합니다.]

[소환수 스킬 부여석 (SS)을 획득 합니다.]

[레벨이 29 상승합니다.]

유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초월의 돌?'

이걸 준다고?

만물상점에서 한 번 구매한 초월의 돌을 보상으로 또 받다니.

이게 웬 횡재냐.

'이번이 세 번째인가, 그럼?'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 분이 좋았다.

그러나 초월의 돌은 당장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더 좋은 신화 등급 무기를 얻으면 써야지.'

방어구에 쓰기엔 아깝다.

초월의 돌이 넘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방어구에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EX등급 랜덤 스킬 북이 있다.

스킬을 하나 더 얻을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스킬의 등급이 EX로 확 정된 상황.

그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스킬과 특성의 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킬 북이 나오길 항상 고대했었는데.

이렇게 또 나와 주었다.

'어떤 게 나오려나.'

현재 능력치와 공격력이라면 그 어떤 스킬이 나와도 누구보다도 잘 활용할 자신이 있었다.

유준이 기감을 널리 퍼뜨렸다.

얇은 마력 파장이 연구소 전체를 다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소르툴 숲은 워낙 방대해서 일부 만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와 대치하던 마신 추종자들은 모조리 처치했으나, 원래 연구소에

상주하던 마신 추종자들 몇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거리가 꽤 있는데다가, 이벤트 가 막 끝난 직후라 그런지 마신 추종자들이 큰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 아직 소르툴 숲을 빠져나갈 방법도 못 찾았구나.'

아니지, 아직이라고 하긴 좀 그 런가?

이번 돌발 이벤트에서 얻은 게 많은 탓인지 시간이 많이 흘러간

듯한 느낌이었는데, 실상은 좀 달 랐다.

아주 찰나의 시간만 흘렀을 뿐이다.

세 번의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실제 시간은 5초도 채 흐르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유준은 조수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예? 갑자기 무슨?"

조수아의 감사 인사에 유준이 반 문했다.

"첫 번째 이벤트 때. 상위 랭커들을 찾아서 죽였잖아요. 그 얘기 예요."

"아...

뭐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기는 했지.

본래 목적은 실전 연습을 위해 순위 높은 플레이어를 찾아다닌 것 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도움이 됐 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근처에 있던 것도 아닌데.

"다음부터는 안 그러셔도 돼요."

"왜죠?"

"제가 버릇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이해합니다."

조수아는 상승, 향상 욕구가 무척 강한 편이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강해지는 것 보다, 스스로 단련하고 혼자만의 힘으로 강해지는 걸 더 선호했다.

'꼭 누구랑 닮았네.'

유준은 조수아를 보며 마지막까지 함께 레이드를 돌았던 한 유저를 떠올렸다.

그는 사실 조수아가 나만고양이 없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러나 그가 알기로 나만고양이 없어는 남성 유저였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 다녔고,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썰로 푼 적 도 있었다.

조수아는 아닐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그 유저였다면 자신이 무과금즐겜러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절대 무한의 탑에 있을 수 없는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하기도 했고,

웬만큼 둔하지 않은 이상에야 몰 라볼 리가 없었다.

"조수아 씨."

"네?"

"연구소를 둘러보기 전에 먼저 보상부터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네. 당연하죠."

조수아도 최종 보상을 받았다.

시간이 필요한 건 그녀도 매한가 지였다.

"나만 보상 없어...

마누엘라가 입을 삐죽이며 중얼 거렸다.

연구소 안에 마신 추종자가 몇 남았지만, 유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환수 스킬 부여석부터 꺼냈다.

방금 상대한 마신 추종자들 수준 의 적은 그에게 위협이 되질 못 했다.

[소환수 스킬 부여석 (SS)]

등급 : 無

옵션 : 소환수가 사용하면 SS둥 급 이상의 스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가 부여석을 든 채로 고민에 잠겼다.

파라네트, 타파골.

둘 중에 누구한테 이걸 써야 할까.

분명히 레벨을 생각하면 타파골

에게 주는 것이 맞다.

녀석은 레벨도 높고 덩치도 커서 여러 일에 쓸모가 많았다.

그러나 파라네트 또한 타파골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녀석의 장점으로는...,

" 으음."

유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만.

"어? 파라네트의 장점이 뭐지? 내가 얠 왜 쓰고 있었더라?"

그때였다.

파라네트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하십니다!"

"뭐야? 네가 왜 나와?"

그는 파라네트를 소환하지 않았다.

이벤트가 끝난 직후, 강제로 역 소환됐을 텐데.

"그것보다 제가 장점이 없다뇨! 무슨 소리십니까, 그게!"

"아니, 왜 네 멋대로 나오냐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위기 상황에서는 주인님을 지키

기 위해 비상 소환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네 의지로, 마음 대로 나올 수 있다는 거야?"

"예."

"어떻게?"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답 답해지는 것 같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주인님 곁으로 이동 할 수 있었습니다."

소환수 스스로 소환될 수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파라네트의 공간 이동 때문인가?'

설마 저 능력을 역소환 상태에서 도 사용 가능하다고?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일 이...라고 하기엔 무한의 탑에선 비현실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그럼 비상 소환? 그건 뭔데?"

"갖다 붙인 말입니다. 죄송합니 다, 주인님!"

파라네트가 괘씸한 건 별개로 신 기하긴 했다.

또,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 한다면 파라네트가 대신 샌드백 역 할을 해 줄 수 있는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획기적이고 쌈박한 일이었다.

"그래. 언제든 내가 위험하면 나 타나서 지켜 줘."

"당연하죠! 맡겨만 주세요!"

"좋아. 기백이 마음에 들어. 이제 들어가 있어."

"...네?"

"들어가 있으라고."

"왜, 왜요?"

"이제 너한테 미안한 선택을 할 거라서. 나도 마음이 아파."

"...설마. 설마 주인님이 그런 결정을 내릴 리가 없습니다."

"그 설마가 맞다."

침통한 얼굴의 파라네트.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는..."

"스킬. 얻고 싶어?"

유준이 부여석을 내밀며 말하자, 파라네트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네? 네!"

"네가 타파골보다 뛰어난 점이 있던가?"

"일단 함께한 세월이 있습니다. 주인님과 저의 연대감은 절대 무시 할 수 없죠. 그것뿐이겠습니까? 저 의 생존 본능. 주인님께서도 아시 다시피 위기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 주는 특성입니다. 위기를 먼저 감지한다니, 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능력일까요. 거기다 EX十 등급의 공간 이동 능력까지! 캬주 모! 여기 막걸리 한 잔! 아, 여기서 끝나면 섭섭하죠. 주인님이 주신 거긴 하지만, 저한테는 호리단의

반지가 있습니다. 만약, 마력과 관 련된 스킬이 나오기라도 하면... 이건 뭐 게임 끝이죠."

"게임? 게임이 뭔 줄은 알아?"

"신들의 전쟁 뭐 그런 거 아닙니까? 망겜? 그런 거요."

"너 그동안 내 말 많이 주워들었 구나?"

"주인님의 말씀은 단 한 올도 놓 치지 않고 똑바로 두 귀에 새겨 두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낮말은 새 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주인님 말은 아마 제가 가장 잘들을 겁니다."

얘가 뭐라는 거야.

원래 말이 좀 많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점점 이상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정말 필사적인 걸까. 버림이라도 받을 것 같아서?

그렇다면 왠지 미안한데.

"으음."

파라네트의 일장 연설과도 같은 말에 유준의 미간 사이의 골이 깊 어졌다.

사기꾼처럼 주둥이를 놀린 녀석 의 말도 일리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공간 이동만으로도 꽤 쓸만한 데 다가, 녀석에게 호리단의 반지도 줘 버린 상황.

타파골은 마력이 낮아 호리단의 반지를 양도하게 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파라네트만이 호리단의 반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것도 녀석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타파골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면, 파라네트는 활용 도가 높다고 보면 되겠네.'

심지어 몸통 박치기도 계속 보다 보니 매우 쓸 만한 스킬이었다.

대미지도 대미지지만, 상대방을 멀리 날릴 수 있다는 것에 큰 메리 트가 있었다.

파라네트는 불안한 시선으로 유준을 계속 힐끔거리고 있었다.

결정을 내린 유준이 피식 웃었다.

"갖고 싶냐?"

"예! 헉. 헉."

유준이 살짝 흔들리는 듯하자, 녀석이 심하게 헐떡거렸다.

이러니까 갑자기 주기 싫어지는데.

"주인님! 부탁드립니다!"

간절한 눈빛.

유준이 어쩔 수없이 부여석을 건네줬다.

"아아아! 감사합니다! 이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파라네트가 깊게 감복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 신기하네.'

어떻게 해골이 저렇게 표정 변화 가 다채로울 수 있지.

파라네트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물론, 눈알이 없기에 그런 느낌 만 났다.

녀석은 마누엘라를 쏘아보기도 했다가, 조수아를 노려보기도 했다.

"흐억, 헉! 이제 내 거야 이건! 마, 마이 프레셔...

"빨리 사용하기나 해."

" 옙!"

유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소환수 스킬 부여석은 원래 부터 파라네트에게 줄 생각이었다.

파라네트에게 가장 필요한 게 새 로운 스킬이었으니까.

효율도 제대로 뽑아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지녔고.

반응이 궁금해서 살짝 골려 본 건데, 역시는 역시였다.

놀리는 맛이 있었다.

"주인님. 바로 사용하겠습니다!"

"그래."

파라네트가 떨리는 손으로 부여 석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우웅.

부여석에서 강한 진동이 일었다.

모두가 파라네트를 지켜봤다.

조수아, 마누엘라, 유준의 시선이 파라네트에게 쏠렸다.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부여 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파라네트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그게.…"

녀석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직접 봐 주십시오. 뭐라고 하기 가 좀 애매해서요."

"그래."

유준이 파라네트의 정보를 확인 했다.

' 응?'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게?'

내 인벤토리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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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